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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와 마시는 한 잔의 커피 - 명사와 함께하는 커피 17
데릭 파커 지음, 김로사 옮김 / 라이프맵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케이블 CNTV 에픽시리즈를 즐겨 보는데 지난주에 카사노바 4부작이 애정 행각에만 그친 스토리가 못내 아쉬워.. 그를 좀더 알고자 하지만 깊게 말고 가볍게 워밍업으로 구한 책이다. 라이프맵에서 출간한 '역사적 유명 인사들과 마시는 한잔의 커피시리즈' 책으로 페이퍼북보다 작아서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핸드북 크기다. 책 내용도 기존 책처럼 보통 300여페이지가 아닌 100여페이지 밖에 안돼서 1시간여내로 후딱 읽게 된 책이다. 그리고 가격도 오천냥으로 싸다. ㅎ
그럼.. 이번 '카사노바와 마시는 한 잔의 커피'라는 책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간단히 책을 소개해 보면 이렇다. 책은 역사적 인물을 다룬 평전이나 소설같은 형식이 아니라 좀 독특하다. 바로 극화된 전기문 형식으로 그 인물에 대한 내력을 10여페지에 걸쳐 소개해주고 저자가 유명인사와 인터뷰를 주고 받으며 편안하고 유머러스한 수다로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기존에 읽어왔던 책과 다르게 유니크하고 새로운 맛이 있어 좋다.
카사노바(Casanova, 1725~1798) 그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시대의 연인이자 희대의 바람둥이로 각인된 인물이다. 물론, 여기에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여성 편력을 자랑하며 바람둥이로 치부되기 전에 그는 뛰어난 철학자이자 비상한 재주꾼 기질로 도박에도 능통했고, 지식인, 사업가, 외교관, 저술가, 그리고 스파이, 사기꾼까지.. 그는 이탈리아가 낳은 일류 결투자중 한 명이었고, 프랑스에서는 당시 처음으로 정부 발행 복권을 만들어낸 사업가 이기도 했다. 또한 해박한 지식으로 사회적으로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들을 지적으로 유혹하며 굵직한 인물들을 만난 것으로도 유명했으니.. 그 인물들 면면이..
프레데릭 대왕과 과세이론을 토론하고, 프랑스 극작가 볼테르와는 타소(Tasso)와 아리오스토(Ariosto)의 우열을 논하며, 러시아의 여황제 카트리나 대제와 그레고리력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로마에서는 교황 클레멘트 13세와 신학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호라티우스(Horace)와 호머(Homer)에 관해 강의하고,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자작시 낭송회를 열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그는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 이기도한데.. 그래도 카사노바 하면 그와 정사를 나눈 수많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미 14세에 플라토닉 연애사건이 있은후 두 자매를 통한 첫 성경험을 통해서 섹스가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유희라는 생각은 그의 일생 동안 가장 확고 부동한 믿음으로 자리 매김한다.
이런 카사노바에 대해 본문에서는 열 다섯가지 주제를 통해서 그와 대화하면서 그의 인생사를 조명한다. 참 재밌고 유니크한 설정이다. 주제별 제목도 보면은.. 철학 그 이상의 것, 사랑에 관한 첫 교훈, 후원자와 비술(秘術), 생계유지 방편, 도박사의 운, 두번의 위대한 사랑, 소녀들 그리고 굴, 여행에 대한 욕망, 러시아 에피소드, 볼테르와의 만남, 영국 법정과 프랑스 여관, 샤르피용 스캔들, 투옥과 탈옥, 다시 찾은 아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와 역사, 고백까지.. 이렇게 그의 일거수일투족 인생사를 카사노바와 대화를 통해서 알려준다.
특히, 기억에 남은 내용들은 수많은 여자들과의 사랑은 그냥 난봉꾼에 그친 정사가 아니라 '사랑이 없는 이 위대한 행위는 매우 더러운 것이다'며 연애담을 피력한 것들과 무일푼의 그를 도와준 조력자들, 그리고 그 조력자들을 통해서 여러가지 사업도 벌리고 도박까지 손대며 솔찮이 돈을 만진 이력, 하지만 한번에 잃기도 해서 궁색해진 모습들, 또한 지식과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수많은 책을 독파하고 그 입담으로 당대 내로라하는 유럽의 굵직한 인물들과의 만남, 하지만 여성 편력이 가져온 정사속에서 고급 콜걸 샤르피용에게 굴욕 당한 사건과 여인네들에게 낳은 사생아들 문제와 그로 인한 딸과의 근친상간, 또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유부녀들 간통죄로 베네치아 납감옥에 투옥돼서 석호필처럼 탈옥하면서 유럽을 무대로 뛴 사연까지..
그는 이렇게 18세기 유럽 시대의 중후반을 꽉채우며 불철주야 자신의 열정을 향해 달려갔던 남자 카사노바.. 이런 모든 것들은 육십세 말년부터 사서에 머물며 써온 『회상록(Histoire de ma vie)』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아주 솔직하고 상세하게 묘사돼 있으니 그의 이 작품은 자사전으로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았던 역사서로서 걸작이라 자평한다. 하지만 그는 훌륭한 자서전 작가로 기억되기 보다는 "위대한 방탕자"였다고 스스로 말했으니..
결국, 그는 한 시대의 도덕률과 금기를 깨뜨리고 자신의 욕망을 남김없이 연소시킨 남자였지만 사람들은 이 남자의 불온함을 비난하면서도 그의 모험과 일탈에 각자의 욕망을 투영한다는 점에서 바로 이것이 카사노바의 불가사의한 매력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이 바로 방탕의 가면 뒤에 숨은 그의 매력이자 순수(純粹)라며 화두를 던지는 것이니.. 바로 18세기 유럽을 주름잡던 진정한 엣지남이었단 말인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