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우리식 그대로 '그림(만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본 작품은 2006년에 나왔던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원작으로  '그래픽 노블'이라는 새로운 매체 장르를 개척한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가 합작해서 80년대에 나온 인기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서도 이미 접해서 알고 있지만.. 이 작품은 사실 무겁다. 아니 어둡고 조금은 난해하다. 영화가 주는 시각적인 비쥬얼이 고스란히 책속의 그림으로 살아났지만 결코 밝지 않다. 그림은 컬러지만 왠지 암울하고 다크스럽다. 아마도 작품의 주제가 주는 무게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본 작품은 만화처럼 쉽게 볼 책이 아니다. 우선, 그림체는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만화나 애니처럼 그렇게 현란하고 디테일한 그림체가 아닌 뭉틍그려 인물 위주로 데생 그리듯 해서 조금은 낯설다. 하지만 그 특유함에 빠지는 매력 또한 있다. 그리고, 대사는 노블답게 짧은 대사가 거의 없고 긴 대사로 연극에서 방백을 치듯 의미 부여의 깨알같은 말글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읽는데 지장이 되기도 하지만 본 작품이 주는 무거운 주제로 인해 감내하며 읽게 된다. 이것은 또한 그래픽 노블이 주는 장르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안보고 본 작품만 읽다 보면 난해하고 중간에 쉽게 접을 수 있는 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도 그렇고 원작인 이 작품도 주제와 소재가 무겁기 때문에 의미 부여의 동기가 된다. 본 내용은 영화에서 미래배경 2040년과는 달리 파시즘에 무릎을 꿇은 가상 미래의 영국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1997년이 시대적 설정이다. 책이 80년대에 나오면서 작가는 먼 미래가 아니고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서 90년대 설정으로 간 것 같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수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인물들은 '리더'라 불리는 이에 충성하고 조정되고 있다. 그러면서 전체주의에 휘몰린 현실과 독재가 횡행하는 경찰국가에서 겪는 숨 막히고 압박받는 삶이 그려진다. 그러면서 그곳에 대항하는 '브이'의 가녈찬 복수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창녀 출신의 10대 소녀 '이비'가 있으니 영화와는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기서 '브이'는 영화처럼 액티브하고 밝지 않다. 숨은 쉐도우처럼 자신을 숨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영화가 이 작품을 원작으로 그렸듯이.. 영화처럼 스토리나 기본 전개의 얼개등은 거의 일치한다. 마지막 결말은 조금 다르지만서도.. 암튼, 영화가 주는 액티브한 비쥬얼의 매력에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를 통한 만화적 요소와 활자가 주는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한 작품은 바로 원작의 힘이 느껴지는 장이 된 기회였다. 또한 책 뒷편에는 작가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가 이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그려진 미소의 이면'이라는 지면을 통해서 작업의 고뇌와 출간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그만큼 작품이 충실했다는 점을 느낄 수가 있다. 

암튼, '브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영혼이 가진 속죄의 힘을 힘찬 필체로 그려내며 눈에 확 들어오는 명확함과 때로는 세련되고 서사시 같은 화법으로 빚어 만든 그래픽 노블 <브이 포 벤데타>.. 이렇게 본 원작은 전체주의 체제하에 압박과 항전에 관한 단호한 이야기를 잘 그려냈고.. 그것은 '브이'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함에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와는 다른 정중미가 있으니 그것은 분명히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나 원작의 모토는 같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11월의 다섯 번째 날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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