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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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 1475 ~1507)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 사실, 이 역사적 인물은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기에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로마사에 매료돼 <로마인 이야기>등으로 인기를 끈 시오노 나나미에 의해서 그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것도 책 제목처럼 우아하게 말이다. 우선, 본 책은 르네상스 저작집 시리즈 국내에는 96년에 첫 출간되면서 인기를 끈 작품으로 두번째 저작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받은 소회는 평전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소설의 형식을 중간중간 빌어써 읽기가 무난한 느낌이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 공국들의 관련된 지방과 참주들의 이름이 많이 나와서 집중을 안하면 혼선을 겪기도 한다. ㅎ 과연, 그는 누구길래 이렇게 '우아한 냉혹자'라 했을까.. 냉혹과는 상반되는 우아하다는 표현이 어찌보면 반어가 아닐까라고 읽기전 잠깐 생각도 했지만.. 먼저, 잘 알려지지 않은 체사레 보르자의 이력과 지내온 인생사를 본책의 소제별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책 서두에서 '신뢰는 무기를 이긴다(FIDES PRAEVALET ARMIS)'로 포문을 연 이 책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이야기를 한다.

첫째 '주홍색 법의'편에서는 이탈리아 15세기말 알렉산데르 6세의 교황의 아들이자 기독교 세계의 이단아로 태어나 적자는 아니었기에 교회의 군주라 하는 추기경이 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하지만 교황인 아버지의 강력한 추진으로 추기경의 자리에 올라 주홍색 법의를 걸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추기경에 머물르지 않는다. 당시 최고 권위인 로마 교회를 철저하게 자신를 위해 이용함으로써 기독교를 모멸하며 과감히 주홍색 법의를 던져버리고 이탈리아 전체로 눈을 돌린다.

그러면서 둘째 '칼'이라는 소제목에서는 이책은 절정에 이른다. 즉, 근대 이탈리아의 시작이라 일컫는 1494년 샤를 8세의 이탈리아 침공으로 나폴리 공화국의 왕위 계승권 다툼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밀라노 공화국의 일명 '일 모로'로 불리는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길잡이 역할로 이탈리아는 위기에 처하고 당시 19살의 체사레는 강화 조건으로 인질로 잡히는등 위기에 처하지만 샤를 8세의 자멸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체사레의 동생 후안 간디아 공작에 대한 교황의 총애와 그의 의문의 암살사건에 배후로 지목된 형인 체사레 보르자.. 이후 전면에 나선 체사레 보르자가 프랑스의 루이 12세와 정략적으로 손을 잡으며 무장으로써 위용을 떨치는 첫 관문의 포문을 연다.

바로 1498년부터 1503년까지 4년간의 시기로 이때 체사레 보르자는 거칠것이 없는 이탈리아 최고의 아름다운 무장으로 로마냐 공국을 공략하며 이몰라, 포플리, 페사로, 체세나, 파노, 파엔차등의 영지를 자신의 지배하에 놓으며 위용을 떨치고 로마냐 공작에 임명된다. 이런 그의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되는데.. 그런 과정속에서 그의 잔인성과 냉혹함을 이렇게 대신한다. '피로 손을 더럽힐 바에야 차라리 온몸을 피에 담가버리는 그런 사나이다.' 여기서 피렌체 공화국도 위기에 빠지자 교섭의 목적인 특사로 파견된 인물이 니콜로 마키아벨리였고 그는 마치 종군기자처럼 그를 지근에서 지켜보는데 좀 처럼 말이 없는 알수 없는 매력과 경외감에 빠진다. 이런 그의 성정을  '칼'로 대변되는 과정은 체사레는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행동의 천재로 보는 작가의 의중이 많이 들어가 보이지만.. 그런 체사레의 모습이 웬지 낯설지 않은 것은 왜일까..

그런데, 이런 그도 위기를 맞는다. 자신의 휘하 용병대장 5인방이 자신에게 칼을 돌려 반란을 일으킨 것인데.. 이 과정에서 궁지에 몰리지만 날카로운 정세 파악으로 반란군의 자중지란을 이끌어 교섭과 강화조건으로 그들을 회유한다. 하지만 회유한 그들을 초대해 척결하는 모습은 바로 반전이 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우아한 냉혹'으로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이렇게 반란군을 진압하며 한숨을 돌리지만 이미 이탈리아 정세는 프랑스 루이 12세와 에스파냐의 페르난도와 이탈리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베네치아 공화국 삼파전 틈바구니속에서.. 체사레 아버지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연로하고 열병에 빠져 죽게되니.. 이때부터 체사레도 중병을 앓고 그는 서서히 시들어간다.

그 마지막은 '흐르는 별'로 그의 종말을 애기하는데.. 최후의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중병을 앓으면서 세력이 약화되고 그 넓던 영지는 계속 줄더니.. 새로 즉위한 교황 율리우스 2세와 다른 반대파 세력의 출현으로 궁지에 몰리며 성채에 갇히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온갖 고초를 겪는다. 급기야 에스파냐 모타 성채에 투옥되며 생을 마감할 찰나에 지지세력에 의해 가까스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가 찾아간 곳은 나바라왕국.. 이 나바라 왕국이 프랑스 루이 12세와 손잡고 반 에스파냐의 기치에 체사레까지 보호하고 있으니.. 에스파냐 왕 페르나도는 당대 대담한 용맹을 자랑하는 보몬트 백작으로 그들을 치라 명한다. 이때 체사레는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듯 적진에 들어가니 과연 그는 어떻게 최후를 맞이했을까.. 그 결말은 바로 그의 짧은 31년 인생의 종착지가 되고 만다.

이렇게, 그의 짧은 인생을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체사레 보르자에 대한 애정의 열망으로 풀어낸 이 작품의 얼개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같은 평전을 그려냈다. 결국,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룰모델이자 독살과 음모로 가득찬 보르자 가문의 이단아 체사레 보르자는 잔인하고 냉혹하다는 단면의 평가에서 벗어나.. 그가 꿈꾸고자 했던 야망속의 이상의 실현을 역사의 한 구석에 몰려 유폐된 지극히 현실주의 인간상을 끄집어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때로는 우아하든 아니든 말이다. 그래서 체사레 보르자를 더 알고 싶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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