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이 팩션 소설은 한마디로 독특하고 몽환적이어서 우리가 익숙하고 평이하게 접해온 일반 소설들과 다르기에 완독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인스턴트식 책읽기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중간에 접을 수도 있는 책이다. 문체의 독틈함은 이 책은 바로크 문체라 말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감각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필치와 문학적 은유가 많이 사용되면서 마치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독틈함이 때로는 읽히는 맛이 있기에 완독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처럼..ㅎ

각설하고, 이 소설의 장르는 팩션이다. 즉, 역사적 사실과 배경이 있고 그 역사는 바로 중세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장식했던 독살과 음모로 악명 높은 보르자 가문의 두 남매 체사레와 루크레치아 보르자다. 그러면서 작가 머과이어는 만인의 영원한 고전동화인 '백설공주'를 투영시켜 패러디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며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우리가 알던 '백설공주'의 기본 플롯과 비슷하지만.. 마치 성인용? '백설공주'를 보는듯 하다. 이야기의 서막은 이렇다.

1502년 토스카나의 평화로운 장원 몬테피오레에서 아내를 잃고 어린 딸 비안카, 두 집사(프리마베라 요리사, 루도비코 수사)와 함께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비첸테에게 어느날 냉혈한 체사레와 매혹적인 루크레치아가 찾아온다. 그러면서 미신을 잘 믿는 체사레는 조용히 지내던 영주 비첸테에게 이슬람의 켐왕자가 전해준 이야기.. 에덴동산의 지혜의 나무 열매를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이에 마지못해 비첸테는 그리스로 여정을 떠나고 급기야 어린 딸 가녀린 소녀 비안카는 홀로 남는다.

그러면서 매혹적인 루크레치아가 비안카의 후견인을 자처하는데.. 세월이 흘러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한 비안카가 체사레의 마음을 사로잡자 오빠의 연인이었던 루크레치아는 질투에 휩싸이고 비안카는 위험에 빠진다. 체사레가 전사한후 급기야 루크레치아는 한 사람을 끌어들여 비안카를 죽이려고 사주하는데.. 하지만 비안카는 쉽게 죽지 않는다. 그러면서 집은 이미 멀어졌고 다시 살아나면서 만나게 되는 난쟁이들.. 이 난쟁이들은 동화속의 그런 난쟁이가 아니라 태곳적부터 인간사를 지켜봐온 거울이자 매개체로 독특한 그들이다.

결국, 독살과 음모로 악명 높은 보르자 가문답게 순수함을 간직한 비안카를 죽이려는 루크레치아가 마수를 펼치는 순간 그녀는 '백설공주'의 마녀처럼 분신한다. 아주 매칭이 잘 되는 플롯이다. 과연 비안카는 루크레치아의 마수를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동화처럼 진행될까.. 그 해답은 책속에 있다. 이렇게 동화속에 나오는 선악과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의 입과 시야로 보면서 속삭이고 흥미를 배가시킨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래서, 독특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나는 것인데 그 중심에는 거울이 존재하고 이 거울은 주인공들을 연결시켜주며..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창이자 매개체인 것이다. 그러면서 매혹적인 마녀 루크레치아가 거울속에 비친 비안카를 비추듯 비안카도 루크레치아를 인식하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거울 앞에서 루크레치아는 이렇게 말한다. 음미해 보시길..

"
나는 아무 잘못도 저지른 적 없는 소녀다. 나는 교황인 아버지와 잔 여자다.
나는 손에 식욕이 있는 바위다. 나는 죽이지 못하는 사냥꾼이다.
나는 성병에 걸린 용병이다. 나는 돌들과 살았던 소녀다.
나는 적들을 독살시킨 여자다. 나는 바위고 내 형제들도 바위다.
나는 말 대신 욕을 해 댔던 사제다. 나는 거위 소년이다 아니면 내가 거위인가?
나는 거의 잘못한 적이 없는 소녀다. 나는 거위 소년이다 아니면 내가 소년인가?
나는 신성한 것을 훔친 농부다. 나는 아이를 보내 준 괴물이다.
나는 특별한 과거를 가진 개다. 나는 관을 따라갔던 사냥꾼이다.
나는 잘못을 저지른 소녀다. 나는 눈(雪)의 맞은편이다.

나는 거울이고 거울은 나다.

벽에 걸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지?  "

"거울 만드는 난쟁이들로부터 성서의 '지혜의 나무'와 르네상스의 실존인물까지 모든 것을 문학적 은유로 결합한 걸작 " - <빌리지 보이스>

나 또한..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더라도 잘 만들어진 욕망과 파멸을 담은 매혹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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