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표류기 (2DISC)
이해준 감독, 정려원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영화판에서 독특한 캐릭을 구사하며 연기파 배우 정재영이 영원한 무인도 모험담의 주인공 로빈손 크루소를 모델로 무인도에 갇힌 한 인물의 연기를 했다. 이런류의 영화로는 01년 톰행크스가 주연한 '캐스트 어웨이'가 명작으로 손꼽는다. 그런 명작에는 안되지만 이른바 '김씨 표류기'는 아마도 하멜 표류기에서 이름을 따온듯 한데..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도심 무인도 라이프 사는 게 모험이지!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죽는 것도 쉽지 않자 일단 섬에서 살아보기로 한다. 모래사장에 쓴 HELP가 HELLO로 바뀌고 무인도 야생의 삶도 살아볼 만하다고 느낄 무렵.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을 발견하고 그의 삶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자신의 좁고 어두운 방이 온 지구이자 세상인 여자. 홈피 관리, 하루 만보 달리기.. 그녀만의 생활리듬도 있다. 유일한 취미인 달사진 찍기에 열중하던 어느 날. 저 멀리 한강의 섬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그에게 리플을 달아주기로 하는 그녀. 3년 만에 자신의 방을 벗어나 무서운 속도로 그를 향해 달려간다. 

이렇게 영화는 어느 무인도에 갇힌 한 남자의 일상?을 그리며 그 속에서 탈출을 향한 고뇌를 담았는데.. 정재영氏의 찌질스런 연기가 아주 제대로다. 처음에 탈출을 꾀하지만 점점 그 속에서 살기위해 고기 잡아먹고, 집짓고 사는등 동화돼 가는 모습은 인간 본성의 태초의 모습과 흡사하다.

마치 그의 연기도 연극에서 방백을 날리듯 계속 그속에서 혼자만의 성을 쌓아간다. 그러면서 우연찮게 저 멀리 맞으편 아파트에 한 여자와 소통을 하게 되는데.. 이 여자 또한 자신의 틀속에 갇혀서 세상과 담쌓고 사는 이른바 일본 사회에서도 크게 문제되고 우리 사회도 심각성을 보여준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다.

영화는 이렇게 세상에 갇힌 두 남녀를 통해서 소통을 애기하는데.. 그들의 소통은 쪽지에서 짜장면을 서로 배달시켜줘 먹는 기발한 발상을 한다. 어찌보면 이 짜장면은 그들의 삶의 목표이자 반성인 셈이다. 있을때는 모르다가 없을때 너무 그리워지는 것처럼.. 그러면서 배달온 넘의 개드립 한마디.. "그릇은 가지세요.." ㅎ

이렇게 여자의 망원경을 통한 소통은 진행되는 가운데.. 갇혀지낸 여자는 서서히 그 남자를 통해서 자신에게 눈을 뜨고, 그 남자는 정체 모를 여자를 통해서 나름의 희망을 찾아가는 플롯이다. 이런 플롯의 장소인 한강의 밤섬이 사람이 안산다 해서 무인도이지만..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대교, 유람선, 아파트등이 즐비한 것이 밤섬이다.

그렇다면 무인도가 아니라 고립의 상징일 수 있고, 자살까지 결심한 그 남자도 고립된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갇혀 지낸 그 여자와 소통의 과정속에서 우연찮게 탈출하게 된다. 물론, 섬 탈출은 우습게도 한강 정화유지 대원들에게 발견돼 나오게 되는데.. 무인도가 아니라는 반증인 셈이다. 결국, 섬을 빠져나온 것을 알게된 그녀는 자신을 세상으로 이끌어준 그와 어떻게 됐을까.. 이 부분은 영화의 결말인지라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줄인다.

이렇게 무인도라는 섬이기전에 고립된 환경에서 인간의 본성을 애기한 '김씨 표류기'.. 그 인간은 또 다르게 갇혀 사는 인간과 소통하며 희망을 발견한다는 아주 고상한 주제를 던져주지만.. 전편에 흐르는 정재영식 혼자놀기의 진수는 찌질함의 개그로 묻히며 상충된 느낌이다. 그래도 유치함보다 이게 차라리 낫다고 본다. 한줄로 이 영화를 감히 평한다면.. 한편의 개그같은 상황에 갇힌 한 남자의 표류와 자신에 갇힌 한 여자의 관심속에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수많은 외톨이에게 던진 희망의 메세지 정도..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