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 Haeunda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여름 8월초 주말에 본 해운대를 이제서야 리뷰를 쓰는데..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2004년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의 사상자를 내며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인도네시아 쓰나미. 당시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해운대 토박이 만식은 예기치 못한 쓰나미에 휩쓸리게 되고, 단 한 순간의 실수로 그가 믿고 의지했던 연희 아버지를 잃고 만다. 이 사고 때문에 그는 연희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만식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하고 연희를 위해 멋진 프러포즈를 준비한다.

한편,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 박사는 대마도와 해운대를 둘러싼 동해의 상황이 5년전 발생했던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흡사하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대한민국도 쓰나미에 안전하지 않다고 수차례 강조하지만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난 방재청은 지질학적 통계적으로 쓰나미가 한반도를 덮칠 확률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 순간에도 바다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해가고, 마침내 김휘 박사의 주장대로 일본 대마도가 내려 앉으면서 초대형 쓰나미가 생성된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있는 수백만의 휴가철 인파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부산 시민들, 그리고 이제 막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만식과 연희를 향해 초대형 쓰나미가 시속 800km의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데...

하지만.. 영화 런닝타임 2시간동안 초대형 쓰나미는 마지막 30 여분을 남겨두고 나온다. 1시간 넘게 그려진 앞에 내용은 해운대에서 나고 자라며 조그만 항구에 모여사는 가족들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잔잔한 감동과 코믹을 넣었는데.. 이게 웬지 식상한 느낌이다. 하지원의 '굳세어라 금순아' 타입의 울지 않고 억척스럽게 사는 캔디형의 캐릭은 이젠 좀 고루하다. 그리고, 그를 옆에서 지켜보며 흠모해온 설경구의 연기도 매치가 덜 되고.. 대신 야구장에서 이대호에 술주정 떠는 연기는 볼만하다..ㅎ

또 설경구의 남동생이 이른바 된장녀와의 러브 애기는 드라마에서 많이 봐온 소재지만 이민기의 연기는 볼만하다. 그리고, 대형 쓰나미의 경고를 계속 주야장천 외쳐댄 지질학자역의 박중훈은 뭔가 전문성이 결여된 연기로 상황을 급박하게 몰아가지만 역부족이다. 또한 박중훈의 부인역 엄정화는 정말 매치가 안되며 극의 흐름에 반한다. 그나마 코믹캐릭이라면 역시 똘마니로 많이 나온 김인권의 연기는 자연스런 사투리와 함께 웃음이 묻어나온다.

결국, 초대형 쓰나미는 영화가 종국을 치닫는 순간에 해운대를 몰아치며 수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살고 하는 재난속에서..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 위 가족들은 저마다 재탄생?하며 가족애를 찾게되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감독은 이 영화를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소위 헐리웃식의 영웅이 나타나 위급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재난영화가 아니라 우리식의 재난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즉, 영화 중심에는 주인공도 없는 우리들 주변에서 많이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닥친 재난을 자연스럽게 다루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연출은 나름 잘 표현했지만 극의 70프로 이상을 드라마처럼 그려내며.. 9,000원의 비싼 영화료를 지불하고 본 영화스런 퀼리티는 쓰나미가 몰아치는 순간과 피해를 보여주는 몇몇 장면뿐이다. 결국, 해운대는 재난영화라기 보다는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휴먼 코믹물로 그 배경에 드라마의 제단으로 초대형 쓰나미를 사용하며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라고 본다. 과연 진정한 재난영화라면 1시간 반의 드라마같은 내용을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묻고 싶다. 난 영화를 보러 간거지 드라마를 보러 간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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