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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마키아벨리 군주론 ㅣ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1
윤원근 지음, 조진옥 그림, 손영운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2년전 ’서울대 선정 인문 고전 50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면서.. 만화로 만나는 인문고전의 첫번째 작품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원전이나 번역서들이 난무한 가운데.. 학생들이나 성인들에게 어렵지 않게 풀어쓴 고전으로 추천할만하다. 하루 날 잡아 다 읽어봤는데.. 학창 시절 막연하게 알았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각양각색의 군주들 모습이 만화라 더 생생하다.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1527)가 중세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살면서 느꼈던 조국의 아스트랄한 상황을 지켜보며 군주론을 쓰게 된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피렌체 등지에서 군주에 의한 봉건체제하의 패권다툼과 교황령의 통치와 함께 강성했던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등 강군에게 짓밟혀 나라가 거덜나기 직전의 상황이었으니.. 그 옛날 고대 로마 제국의 번영을 이루었던 선조에 대한 후손의 몸부림였던 것이다.
이렇게 중세시대 부패와 몰락으로 치닫던 조국 이탈리아를 보며 자수성가해 군사 외교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 위원회의 제 2서기국 서기장으로 몸담으며 다른 이탈리아 도시들과 프랑스와 독일등으로 자주 파견되며 각국의 군주에게서 보고 느낀점을 정리하면서.. 패권의 정세속에 세번씩이나 관직에서 축출당하는 불운까지 당한 그의 인생도 파란만장 했음이다. 하지만 ’가장 정직한 정치 교과서’라는 칭송?과 함께 강한 국가를 위한 냉혹한 통치론이라는 결정체인 <군주론>을 세상에 남겼으니 그 내용은 이렇다.
이 책 서두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착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고 착한 척 잘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거짓말도 잘 할 줄 알아야 한다."며 포문을 연다. 이렇듯 기존의 인간 질서를 깨는 도덕적 덕목들을 내팽개치며 군주론의 핵심은 위대한 군주가 되는 방법들을 설파한다. 그 소제들도 보면은 이렇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법, 동맹을 맺는 법, 힘이나 속임수로 정복하는 법, 백성에 의해 사랑받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법, 군인들을 통솔하고 그들에게 존경을 받는 법, 자기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제거하는 법, 낡은 제도를 새것으로 개혁하는 법, 엄격하면서도 친절하고 관대하면서도 인심을 후하게 쓰는 법, 불충한 군대 용병을 없애고 새로운 자국의 군대를 만드는법, 왕들이나 군주들과 동맹을 맺어 기꺼이 도움을 제공하거나 해를 가하는 것을 조심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이렇게 <군주론>은 군주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로 어떤 경우에는 사자의 힘을 사용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여우의 꾀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며 백성들에게는 당근과 채찍을 유용하게 사용하며 정권 유지의 기법등 군주들의 지침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군주론>을 쓰게 된 배경은 당시 그가 살았던 프렌체의 군주이자 메디치 가의 실력자 로렌초에게 신임을 회복하기 위한 충성의 표시로 쓴 것으로.. 이런 <군주론>의 룰모델은 당시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아들 ’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 1475~1507)’였다.
체사레 보르자는 아버지의 힘과 도움으로 나라를 얻었지만 그곳에 뿌리를 깊이 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다 사용할 정도로 냉혹하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특히 아버지의 후원으로 교황군 총사령관이 되어 로마냐 지방을 공격하며 당시 이탈리아에서 교황을 지지하는 오르시니 가문과 황제를 지지하는 콜론나 가문을 획책해 세력을 약화시키며 피의 숙청을 단행하며 로마냐를 정복했다. 그는 정복에 있어서 반란의 기미가 될 기존의 가문세력을 다 제거하고.. 로마의 귀족들을 친구로 만들어 새로운 교황을 견제하며 추기경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등.. 이렇게 목적을 위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권력을 잡은 그를 모방해야 강력한 군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갈래로 나뉘며 다른 나라 외세에 무너져가는 이탈리아를 바라보며.. 조국 이탈리아를 구원할 영웅적인 군주를 기다리며 쓴 <군주론>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이고 때로는 냉소적이라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나라의 부강이 절대 녹녹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과정이기에 허허실실 대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기에.. 군주는 냉혹할 정도로 영악스럽게 강력한 권력을 집권해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 <군주론>의 핵심 내용인 것이다.
그러면서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의 로렌초 군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하! 지금 이탈리에는 깃발을 들 만한 사람이 도무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이탈리아가 희망을 걸 만한 인물은 빛나는 전하의 가문뿐입니다. 전하의 가문이야말로 행운과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라며.. 강력한 군주론가 되기를 설파한 군주론의 내용들은 당신의 깃발 아래서 이 나라는 고결하게 될 것이며.. 당신의 보호 아래서 페트라르카(이탈리아의 인문학자이자 시인)의 시처럼 실현될 거라며 마친다.
"미덕은 야만의 포학함에 맞서 무기를 들 것이다. 전쟁은 짧게 끝날 것이니 고대의 용맹이 이탈리아 인들의 가슴에서 아직 죽지 않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