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희 - 상
미야기타니 마사미쓰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먼저, 하희는 예전 열국지를 통해서도 그녀의 방사술을 중점으로 정리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미마의 하희 두권의 작품은 하희의 인생사의 중점보다는 각 제후국들을 통한 열국지속의 또 다른 열국지같은 느낌이다. 먼저 상권을 읽어본 느낌은 정작 주인공 하희는 조연일뿐.. 그녀가 태어난 나라 정나라는 당시 진(晉)과 초(楚)나라 강대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유지하며 이쪽 저쪽을 왔다하면서 자구책을 강구하는 모습은 같은 상황의 진(陳)나라와 함께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춘추시대 천하절색 하희가 조연으로 열국지속에 또 다른 열국지 느낌으로 다가선 상권에 이어.. 하권에서는 춘추시대 세번째 패자 초장왕 중심으로 비로소 그녀의 굴곡 많은 인생사가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녀는 마가 낄정도로 궁지에 몰리는데.. 더군다나 그녀의 인생은 남편 어숙이 죽고 아들 하징서(자남)와 함께 진(陳)에 머물며 고통의 연속이다. 때마침, 그녀는 가재가 모함으로 궁지에 몰리자 하씨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서 진나라 대신 공영과 의행보에게 몸을 바쳐 두남자의 노리개가 되고 만다. 이에 아들 징서는 울분과 분노에 치를 떨며 복수를 다짐하는데..

더군다나, 두 대신은 진나라 영공에게 하희를 소개해 그녀를 욕보이며 분탕질에 빠지고 급기야 진영공은 하희를 위해서 화려한 저택 '하씨대'까지 만들어 쾌락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이것은 하희가 오로지 아들 징서(자남)의 출세를 위해 몸을 바쳤으니 결국 자남은 대부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징서는 가재의 아들 계창과 함께 자신의 어머니를 능욕한 진영공을 죽이고 두 대신 공영과 의행보는 초나라로 출분해 망명객 신세가 된다. 이때 초나라는 장왕 시절로 강성하던 시절.. 결국 초장왕이 신하가 국주를 죽인 만행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진나라를 공격하여 하징서는 자결하고 그의 유해는 거열형에 처해져 진나라를 병탄시켜 버렸으니.. 하희가 자식과 함께 나라를 망하게 한 원흉이 되는 순간이다.

한편, 초장왕은 하희를 보고 한눈에 반해 품으려 하지만.. 이때 묘한 분위기의 사나이 명문 굴씨 일족의 굴무(무신)가 등장하는데.. 특히 굴무는 신과 대화를 나누는 신관이면서 무당으로 외교뿐만 아니라 왕의 거동에 대한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한다. 결국, 그는 초장왕에게 하희는 풍백(風伯) 즉, '바람의 신'이 깃들여 있기에 음험하고 초나라 기운에 상충된다며 접근을 삼가라한다. 하지만, 여기서 굴무는 그녀를 통해서 신의 힘을 보며 신관으로서 그녀의 알수없는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뭐.. 남몰래 흠모했음이다. 결국, 초장왕은 음욕을 버리고 하희를 양로라는 관리의 아내로 줘버리는데.. 이 양로도 하희를 노리개감으로 전락시키더니 그는 전투에서 참가해 죽고 그 아들 흑요도 능욕을 저지른다.

여기서 말하는 전투는 춘추시대 5대 대전중 하나인 필의 전투(B.C.597년)로 초나라 장왕이 정나라를 치기위해서 출전한 전쟁에서 진(晉)나라와 맞붙은 대전으로 여기서 진나라는 중군 원수 순림보 휘하의 장수 선곡(증조부가 공자 중이를 모셨던 선진)의 무모함으로 대패하고 만다. 이에 여세를 몰아 초장왕은 대신 자중, 자반과 함께 송나라까지 짓쳐들어가 송의 대신 화원은 성안에서 사람을 서로 잡아먹는등 고군분투속에 우여곡절로 초와 화친을 맺으니.. 이로써 초장왕은 패자에 오르며 위세를 떨친다. 이때 양오의 아들 흑요는 굴무에게 접근해 대부의 한자리를 청탁하는데.. 이에 굴무는 대신 자반에게 접근해 진나라에 있는 양요의 유해를 양도받기 위해서 노력하며 하희와 함께 초나라를 벗어나기 위해서 기회를 노리는데.. 이게 쉽지 않다. 하지만, 그즈음에 자신을 총애했던 초장왕 여가 훙거(B.C.591년)하며 초나라가 심란에 빠지고 아들 심이 권좌에 오르니 초공왕이다.

비로써 굴무는 초공왕에게 양요의 유해와 초장왕 형 공자 곡신과 진나라 순앵(순수 아들)을 돌려주는 조건 인도로 정나라가 중재를 나서자.. 하희를 정나라로 보내달라 간언하니 결국 그녀는 먼저 정나라로 출국하여 그렇게 가고싶었던 고향땅을 밟게된다. 이에 굴무도 가려면 당당하게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기회를 계속 보고 있는데.. 금윤 자중이 제나라를 다녀오라는 명을 내린다. 제가 진(晉)의 공격에 초에게 군사원조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에 왕의 명을 받고 제나라로 떠나는 길에 무신은 하희의 남편 양로의 유해를 찾아온다는 명목으로 정나라로 가서 하희를 데리고 나와 재산을 모두 정리하고 제나라로 가지 않고.. 적국인 진(晉)나라로 급선회해 하희와 함께 그곳에서 정착해 버리니.. 진의 대신 극씨 일가의 환대를 받는다. 물론, 초나라 대신 자반과 자중은 속았다며 분노했지만.. 어쩌랴.. 명문 출신에 높은 관직에 있던 굴무는 그 모든것을 버리고.. 하희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고 만 것이다.

본 책에서 소제목이 '하희를 얻는 자 천하를 얻을 것이다'이다. 하희의 굴곡 많은 인생사를 보면.. 풍백(風伯)답게 그녀를 거쳐간 남자들은 모두 죽거나 망명길에 올랐다. 처음 사통한 오빠 자이 정영공과 대신 자송과 자가, 진(陳)나라 영공과 대신 공영과 의행보는 망명길에.. 아들 징서까지 죽고 후에 남편 양로도 죽고.. 하지만 마지막 남편으로 그녀를 진정으로 보듬고 신의 힘으로 그녀의 섭리를 받아들인 굴무만이 살아남아 그녀와 평생 해로하며 살게 된다. 더군다나 굴무는 진(晉)으로 출분해 초를 무찌르는 계략으로 오나라와 교류하며 병차를 사용하는 방법과 진법을 가르치고 아들 호용을 오나라의 수몽의 재상으로 키우며.. 이때 오나라의 군사력은 급속히 강화되어 춘추시대의 세력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 정도면 천하를 얻었다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굴무에게 있어 천하는 바로 하희였을 것이다. 하희가 풍백으로써 바람의 신이 뿜어내는 힘은 절제가 안되었고 그 절제되지 않은 힘은 끝없이 남자를 탐하고 음녀로 되살아났지만.. 그것은 하희가 어린시절부터 쌓여온 깊은 심리적 외상때문일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굴무 무신은 신관으로써 그녀와 함께 아파하고 치유하며 그녀를 여린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평생을 함께 한 것이니.. 결국은 하희가 천하를 얻은게 아니었을까..

본문에 하희의 모든것을 보여주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음미해 보시길~~

"아름다운 새는 어떠하더이까?"            
"아, 그 새. 아름다운 날개를 퍼덕여 나를 황홀한 세계로 이끌어주었지."
"바람을 타고 말씀이지요."
"하하하, 아름다운 것은 혼자서 차지하는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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