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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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야생동물들이 인간의 노화를 극복하는 과학적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 될 수 있다. 야생에서 장수하려면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위협 모두 극복해야 한다. 외부의 위협이란 추위, 포식자, 부상, 스트레스, 질병, 탈진, 굶주림 같은 외재적 요인을 말한다. 내부의 위협이란 암, 심장질환, 뇌졸중, 폐부전 같은 노화에 따른 질환들, 즉 노인성 질환을 말한다. 결국 암에 대한 저항성과 노화 전반에 대한 저항성이 장수동물들의 내재적 특징이라 하겠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어스태드는 이런 장수하는 야생동물들을 가리켜 '므두셀라 동물원'의 구성원들이라 부른다. 므두셀라는 『성경』 「창세기」에서 족장의 자식으로 언급된 사람들 중 가장 장수한 인물인데 무려 969년을 살았다. 이 책 『동물들처럼』(윌북, 2022)의 원서 제목이 바로 '므두셀라 동물원'이다. 

새들 가운데는 바닷새에 속하는 알바트로스가 모든 야생 조류 가운데 가장 오래 사는 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실 정상급은 아니다. 현재 장수지수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닷새는 적어도 55년을 살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맨섬슴새다. 그리고 육지새 가운데 장수지수가 제일 높다고 알려진 새는 우는비둘기다. 새의 놀랍도록 느린 노화 속도와 평생토록 힘과 지구력을 유지하는 능력은 장기간 비행에 적합한 신체적 조건과 불가분의 관계다. 

"우리는 단순히 존재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함께 연장하기를 원한다. 장수하는 새와 박쥐들은 장수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체력, 지구력, 기민함을 유지하고, 감각과 인지능력도 예민하게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닮고 싶어하는 장수다."(115쪽)

지구상에서 가장 장수하는 동물들은 모두 바다에 살고 있다. 바다 생물이 장수할 수 있는 이유는 대체로 외온성, 체구 그리고 서식지의 시원한 온도 덕분이다. 외온성 동물은 모두 조류나 포유류 같은 내온성 동물에 비해 대사속도가 느리다. 삶의 속도가 제일 느린 차가운 외온성 동물이 수명도 제일 길다. 이를테면 그린란드 상어는 수명이 392년이나 되는데, 재밌게도 처음 새끼를 낳는 나이가 156세다.

한편, 육지동물 가운데 장수의 대명사는 거북이다. 바다거북과 땅거북은 오래전부터 장수하는 동물로 명성이 높았다. 저자는 땅거북의 수명을 150세에서 200세 사이로 추정한다. 그리고 육상 포유류 가운데 오래 사는 동물은 영장류 인간이다. 가령 세계 최장수 노인 잔 칼망은 122세까지 살았다. 땅 밑에서 살아가는 포유류 중에서도 장수의 가르침을 줄 만한 선생들이 있다. 가령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산소가 부족한 막힌 땅속 굴에서 살아가는 포유류가 그러한데, 이들은 저산소에 대한 내성이 탁월하고, 고농도 이산화탄소에 대한 내성도 탁월할 것으로 추론된다. 저자는 저산소와 고이산화탄소에 대한 내성과 암 저항성, 그리고 장수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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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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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은 개인만 키우는 게 아니다. 조직도 애완동물을 키운다. 애완동물은 흔해 빠진 견공과 묘선생은 물론,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팽이나 도마뱀, 토끼일 수도 있다. 문제는 호모 사피엔스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이나 조직의 경우다. 자녀 이기는 부모가 없듯, 반려동물을 이기는 주인은 없는 것일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어두운 상상력의 괴담 두 편을 소개한다.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과 「달팽이 연구자」다. 두 이야기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심리소설 단편집 『레이디스』(북하우스, 2022)의 수미를 장식한다.

금남의 집인 수녀원에서 키워진 '메리'라 불리는 남아의 이야기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수녀원의 모든 수녀들이 업둥이 '메리'를 애지중지하고 특별대우하지만, 열세 살이 된 메리는 자기를 내보내주지 않으면 수녀원을 폭약으로 완전히 박살내고 말겠다고 협박한다. 메리를 매우 아끼는 수녀들의 배려로, 메리는 원하는 대로 자유의 몸이 되지만, 정작 수녀원은 메리의 협박대로 폭발해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메리는 무죄일까, 폭파는 그저 우연한 사고일까. 훗날 메리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선도적 과학자가 되었다는 후일담이 전혀 내려온다. 여기엔 '나쁜 교육'의 폐해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도 엿보인다. 개구리 해부 실험에 폭죽을 사용한 무능한 수녀의 교육이 결국 수녀원의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게 된 도화선인 것은 분명하다. 


반려동물에 의해 주인이 죽음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다. 애지중지 키우던 동물에 의한 죽음은 매우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더 오싹하게 다가온다. 혹여 달팽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이 있다면, 「달팽이 연구자」는 부모와 어린 자녀의 악몽을 부르는 금기의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생명체의 짝짓기 풍경은 흥미롭고 경이롭다. 어떤 동물이나 곤충의 덕후가 되는 이유는 무척 다양하겠지만,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나 곤충의 짝짓기가 주는 매력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작은 달팽이의 짝짓기 모습에 매료된 주인공은 열정적인 달팽이 연구자로 거듭난다. 그러고 보니, 관음증은 확실히 과학 연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남자는 자기 서재에서 달팽이를 열심히 키우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달팽이들이 서재를 차지하고 만다. 그런 '달팽이 저수지'에 빠진 주인의 운명은 비참하고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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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언어 - 찰스 다윈부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이 풀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웬디 윌리엄스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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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매미는 매력적인 곤충이다. 둘 다 탈변하는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비감과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릴 때의 나는 나비보단 매미에 더 열중한 편이지만, 나비 덕후들의 치열한 나비 사랑이 이해는 간다. 하늘의 무지개처럼 현란한 아름다움과 희망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재산이나 목숨까지 걸거나 하는 일은 정녕 이해 불가다. 상습적인 나비 중독자들이 애지중지하는 희귀한 수집품과 애장품도 내겐 그저 경원의 대상일 뿐이다. 솔직히 생명을 박제한 나비 표본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과학 저널리스트 웬디 윌리엄스는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부터 노벨문학상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의 삶을 조명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과 신비를 풀어낸다. 저자는 나비의 언어가 곧 '색의 언어'라고 밝히면서, "나비들은 섬광과 눈부심으로 소통한다"고 말한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신선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자연은 발이 여섯 개 달린 것을 변태적으로 좋아한다." 곤충학자 마이클 S. 엥겔의 명언인데, 저자는 17세기의 나비 연구가 오늘날 생태학이라는 연구 분야의 기초를 마련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나비의 멸종이 지구에 대재앙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왜냐하면 나비야말로 지구 생태계의 수호신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비에게 뭐가 있기에 그토록 쉽게, 그토록 보편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는 마음을 빼앗기는가? 그저 예쁘게 생겨서? 아니면, 나비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우리 행성의 이야기, 우리와 다른 모든 생물 간의 파트너십, 생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는 것이 부분적인 이유로 작용하는 걸까?"(23, 24쪽)

나비 덕후의 삶은 말그대로 '미쳐야 미친다'는 열정적인 집착의 전형이다. 저자는 선구적인 나비 덕후들의 삶과 발자취를 소개하고 있는데, 5만개의 나비 표본을 남긴 미국의 곤충학자 허먼 스트레커, 아름다운 나비 화석을 발견한 샬럿 코플런 힐, 50년 이상 애벌레, 나비, 나방을 연구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등이 대표적이다. 스트레커는 낮에는 아이들의 묘비에 천사를 새겨 넣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석재 조각가로 일했지만, 밤에는 오로지 나비에만 헌신했다.스트레커의 수집품은 영국 금융 명문가 자제인 월터 로스차일드가 수집한 표본 225만 개에 비하면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북미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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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이 행복이다 - 크리슈나무르티의 명상편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장승윤 옮김 / 멜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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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위대한 명상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서간집이다. 1948년 6월부터 1960년 3월까지 12년 동안, 몸과 마음에 고통을 받던 한 젊은이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었다. 젊은이에게 무한한 유연함과 단 하나의 마음을 강조하는데, "강인함은 단단하고 견고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에서 나옵니다."라고 일깨운다. 깨어있는 사람, 열린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랑과 유연함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순간에서 영원함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삶은 경험의 연속이다. 우리가 겪는 부정적인 경험도 기실 멀리 보면 성장을 위한, 보다 멋진 인생을 위한 자원이기도 하다.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모든 시간 속의 상처와 기쁨, 가혹한 시련과 이별의 경험, 이해되지 않는 일들 이 모든 것들이 삶을 더 풍족하게,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들입니다."(15쪽) 

인생이 갈등이라면, 그 갈등은 관계에서 온다. 그리고 관계의 갈등은 남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서 생기는 탈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이 많을수록 관계는 짐이 되고 병이 되고 탈이 난다. "세상에 바라는 것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욱 두렵고 고통스러운 존재가 됩니다." 관계가 짐이 될 때, 배려가 지나쳐 독이 될 때, 크리슈나무르티는 홀로 있음, 즉 고독의 가치와 더불어 내적 고요함을 견지하는 것의 의미를 강조한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자유와 경이로움을 무너뜨리는 습관적인 관계를 과감하게 차버리세요"라고 조언한다. 

"삶에 있어 진정한 혁명가가 되는 것은 마음가짐과 정신을 완전히 새롭게 다잡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하면서, 진정한 삶의 건축가들이 될 수 있도록 마음챙김의 방법은 물론 삶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한 가르침들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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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게임을 만들어라 - 인맥, 재능, 배경을 넘어서는 자기 설계의 힘
강형근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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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노하우는 언제나 상식적이다.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처럼 누구나 다 아는 건강 장수의 노하우와 마찬가지로 자기계발의 노하우도 남다른 비결 같은 건 없다. 아디다스 브랜드 디렉터였던 강형근 대표(전 아디다스 코리아 부사장)는 '칼퇴', 즉 일과 시간에 일을 마치고 정시 퇴근하는 것을 자기 설계의 기본으로 강조한다. 스물여섯 살 때 아디다스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조직에 있으면서 저자가 반드시 지켰던 원칙이 바로 정시 퇴근이다. "빨리 퇴근해야 성공한다"라는 조언이 일벌레 근성이 유난히 강한 한국인에게 얼마나 통힐지 살짝 의문스럽지만, 그래도 30년 동안 최고의 멘토와 인재, 스포츠 스타들과 일하며 배운 자기 설계의 기술을 집약한 한마디가 바로 칼퇴다. 

저자는 '자기 설계'의 힘을 강조하는데, 그 기본은 자기성찰이다. 저자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질문법'으로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가, 내가 버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나만의 무기란 나의 특장점, 남들보다 잘하는 강점, 기획력, 순발력, 실행력, 분석력, 친화력, 추진력, 설득력 등이다. 무엇을 원하는가는 직업 비전, 미션, 하고 싶은 일과 업무 등을 가리킨다. 버릴 수 있는 것은 나쁜 습관, 개선이 필요한 약점이나 행동, 허무맹랑한 이상 등을 포함한다. 

저자는 자신이 몸담은 분야의 방향과 전망에 대한 감별력과 감지력을 키워주는 노하우로 '6C 로직'을 제시한다. '주요 국가 트렌드Country, 경쟁자Competitor, 소비자Consumer, 고객Customer, 핵심 도시의 새로운 움직임City, 다양한 채널Channel'이라는 6C 로직은 마케터로서 비즈니스 감지력을 키워주는 훈련 루틴이다.

"우리나라의 요즘 트렌드가 뭔지, 경쟁업체는 그와 관련해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어떤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지, 우리는 타깃 고객층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해당 트렌드를 장악할 레퍼런스가 될 만한 도시가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6C 로직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조사하고 체화하고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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