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은 개인만 키우는 게 아니다. 조직도 애완동물을 키운다. 애완동물은 흔해 빠진 견공과 묘선생은 물론,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팽이나 도마뱀, 토끼일 수도 있다. 문제는 호모 사피엔스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이나 조직의 경우다. 자녀 이기는 부모가 없듯, 반려동물을 이기는 주인은 없는 것일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어두운 상상력의 괴담 두 편을 소개한다.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과 「달팽이 연구자」다. 두 이야기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심리소설 단편집 『레이디스』(북하우스, 2022)의 수미를 장식한다.
금남의 집인 수녀원에서 키워진 '메리'라 불리는 남아의 이야기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수녀원의 모든 수녀들이 업둥이 '메리'를 애지중지하고 특별대우하지만, 열세 살이 된 메리는 자기를 내보내주지 않으면 수녀원을 폭약으로 완전히 박살내고 말겠다고 협박한다. 메리를 매우 아끼는 수녀들의 배려로, 메리는 원하는 대로 자유의 몸이 되지만, 정작 수녀원은 메리의 협박대로 폭발해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메리는 무죄일까, 폭파는 그저 우연한 사고일까. 훗날 메리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선도적 과학자가 되었다는 후일담이 전혀 내려온다. 여기엔 '나쁜 교육'의 폐해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도 엿보인다. 개구리 해부 실험에 폭죽을 사용한 무능한 수녀의 교육이 결국 수녀원의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게 된 도화선인 것은 분명하다.
반려동물에 의해 주인이 죽음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다. 애지중지 키우던 동물에 의한 죽음은 매우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더 오싹하게 다가온다. 혹여 달팽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이 있다면, 「달팽이 연구자」는 부모와 어린 자녀의 악몽을 부르는 금기의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생명체의 짝짓기 풍경은 흥미롭고 경이롭다. 어떤 동물이나 곤충의 덕후가 되는 이유는 무척 다양하겠지만,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나 곤충의 짝짓기가 주는 매력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작은 달팽이의 짝짓기 모습에 매료된 주인공은 열정적인 달팽이 연구자로 거듭난다. 그러고 보니, 관음증은 확실히 과학 연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남자는 자기 서재에서 달팽이를 열심히 키우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달팽이들이 서재를 차지하고 만다. 그런 '달팽이 저수지'에 빠진 주인의 운명은 비참하고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