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야생동물들이 인간의 노화를 극복하는 과학적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 될 수 있다. 야생에서 장수하려면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위협 모두 극복해야 한다. 외부의 위협이란 추위, 포식자, 부상, 스트레스, 질병, 탈진, 굶주림 같은 외재적 요인을 말한다. 내부의 위협이란 암, 심장질환, 뇌졸중, 폐부전 같은 노화에 따른 질환들, 즉 노인성 질환을 말한다. 결국 암에 대한 저항성과 노화 전반에 대한 저항성이 장수동물들의 내재적 특징이라 하겠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어스태드는 이런 장수하는 야생동물들을 가리켜 '므두셀라 동물원'의 구성원들이라 부른다. 므두셀라는 『성경』 「창세기」에서 족장의 자식으로 언급된 사람들 중 가장 장수한 인물인데 무려 969년을 살았다. 이 책 『동물들처럼』(윌북, 2022)의 원서 제목이 바로 '므두셀라 동물원'이다.
새들 가운데는 바닷새에 속하는 알바트로스가 모든 야생 조류 가운데 가장 오래 사는 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실 정상급은 아니다. 현재 장수지수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닷새는 적어도 55년을 살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맨섬슴새다. 그리고 육지새 가운데 장수지수가 제일 높다고 알려진 새는 우는비둘기다. 새의 놀랍도록 느린 노화 속도와 평생토록 힘과 지구력을 유지하는 능력은 장기간 비행에 적합한 신체적 조건과 불가분의 관계다.
"우리는 단순히 존재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함께 연장하기를 원한다. 장수하는 새와 박쥐들은 장수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체력, 지구력, 기민함을 유지하고, 감각과 인지능력도 예민하게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닮고 싶어하는 장수다."(115쪽)
지구상에서 가장 장수하는 동물들은 모두 바다에 살고 있다. 바다 생물이 장수할 수 있는 이유는 대체로 외온성, 체구 그리고 서식지의 시원한 온도 덕분이다. 외온성 동물은 모두 조류나 포유류 같은 내온성 동물에 비해 대사속도가 느리다. 삶의 속도가 제일 느린 차가운 외온성 동물이 수명도 제일 길다. 이를테면 그린란드 상어는 수명이 392년이나 되는데, 재밌게도 처음 새끼를 낳는 나이가 156세다.
한편, 육지동물 가운데 장수의 대명사는 거북이다. 바다거북과 땅거북은 오래전부터 장수하는 동물로 명성이 높았다. 저자는 땅거북의 수명을 150세에서 200세 사이로 추정한다. 그리고 육상 포유류 가운데 오래 사는 동물은 영장류 인간이다. 가령 세계 최장수 노인 잔 칼망은 122세까지 살았다. 땅 밑에서 살아가는 포유류 중에서도 장수의 가르침을 줄 만한 선생들이 있다. 가령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산소가 부족한 막힌 땅속 굴에서 살아가는 포유류가 그러한데, 이들은 저산소에 대한 내성이 탁월하고, 고농도 이산화탄소에 대한 내성도 탁월할 것으로 추론된다. 저자는 저산소와 고이산화탄소에 대한 내성과 암 저항성, 그리고 장수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