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매미는 매력적인 곤충이다. 둘 다 탈변하는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비감과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릴 때의 나는 나비보단 매미에 더 열중한 편이지만, 나비 덕후들의 치열한 나비 사랑이 이해는 간다. 하늘의 무지개처럼 현란한 아름다움과 희망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재산이나 목숨까지 걸거나 하는 일은 정녕 이해 불가다. 상습적인 나비 중독자들이 애지중지하는 희귀한 수집품과 애장품도 내겐 그저 경원의 대상일 뿐이다. 솔직히 생명을 박제한 나비 표본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과학 저널리스트 웬디 윌리엄스는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부터 노벨문학상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의 삶을 조명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과 신비를 풀어낸다. 저자는 나비의 언어가 곧 '색의 언어'라고 밝히면서, "나비들은 섬광과 눈부심으로 소통한다"고 말한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신선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자연은 발이 여섯 개 달린 것을 변태적으로 좋아한다." 곤충학자 마이클 S. 엥겔의 명언인데, 저자는 17세기의 나비 연구가 오늘날 생태학이라는 연구 분야의 기초를 마련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나비의 멸종이 지구에 대재앙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왜냐하면 나비야말로 지구 생태계의 수호신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비에게 뭐가 있기에 그토록 쉽게, 그토록 보편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는 마음을 빼앗기는가? 그저 예쁘게 생겨서? 아니면, 나비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우리 행성의 이야기, 우리와 다른 모든 생물 간의 파트너십, 생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는 것이 부분적인 이유로 작용하는 걸까?"(23, 24쪽)
나비 덕후의 삶은 말그대로 '미쳐야 미친다'는 열정적인 집착의 전형이다. 저자는 선구적인 나비 덕후들의 삶과 발자취를 소개하고 있는데, 5만개의 나비 표본을 남긴 미국의 곤충학자 허먼 스트레커, 아름다운 나비 화석을 발견한 샬럿 코플런 힐, 50년 이상 애벌레, 나비, 나방을 연구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등이 대표적이다. 스트레커는 낮에는 아이들의 묘비에 천사를 새겨 넣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석재 조각가로 일했지만, 밤에는 오로지 나비에만 헌신했다.스트레커의 수집품은 영국 금융 명문가 자제인 월터 로스차일드가 수집한 표본 225만 개에 비하면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북미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