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 재발견 - 무엇이든 더 빠르게 배우는 사람들의 비밀
스콧 영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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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 인생의 화두는 배움이다. 배움의 길은 정말 끝이 없다. 배울수록 더 배우고 싶어진다. 잘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진다. 배움은 내면의 가능성을 이끌어내고 인도하는 일이다. 영어 '에듀케이션'의 어원이 상대방의 가능성을 이끌어낸다는 라틴어 '에듀케레'에서 비롯된 이유다.

우리 내면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이를 현명하게 이끌어내는 배움의 비결은 유한하다. 마치 피아노 건반이나 현악기의 줄처럼 말이다. 혹은 알라딘의 신비한 요술램프에서 요정 지니를 끄집어내는 일처럼 말이다. 실력과 숙련도를 빠르게 향상시키는 학습원리는 분명히 있다. 가령 앨버트 밴듀라의 사회적 학습 이론, 직접 교수법, 존 스웰러의 인지 부하 이론 등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나는 보드를 즐긴다. 롱보드의 경우, '크로스 스탭'과 같은 기본 댄싱 스탭과 '노컴플라이' 같은 기본 트릭을 익히는 과정은 복잡한 기술을 배우는 노하우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려준다. 시작은 모방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기본 스탭을 따라하고, 반복적인 연습을 한다. 처음엔 서툴지만 땀을 흘리며 연습을 반복할수록 기술은 점차 수월해진다.

그런데 기술과 스타일에는 모방할 수 없는 부분이 없지 않다. 배경지와 암묵지의 구분처럼, 모든 기술과 스타일에는 명확히 말하기 힘든 암묵지가 있는데, 이때 성찰이나 피드백이 무척 중요해진다. 롱보드 강사가 해주는 양질의 즉각적인 피드백은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습득하려는 기술의 기초를 철저하게 배우고, 자신의 능력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범위 내의 예제로 연습을 최대한 많이 하고, 수행이 막힐 때마다 많은 지원과 지도를 받는 것이다. 과제의 순서에 집중하고,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나아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단순한 과제에서 높은 수준의 성공을 경험하는 것도 숙련도를 보장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101, 102쪽)

고강도의 자기주도적 학습법인 '울트라러닝'의 창시자인 스콧 영은 무엇이든 더 빠르게 배우는 데 도움 되는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 르네상스 시대의 도제방식이나 재즈 음악가들의 비공식적인 연습, 공상과학 소설가들의 글쓰기 워크숍, 조종사들의 훈련 시스템, 파닉스 읽기 교육 등 기존의 다양한 학습 시스템을 살펴본다.

그렇게 해서 저자가 찾아낸 효과적인 학습 원리는 '보기, 연습하기, 피드백 받기'로 이어지는 3단계 학습 시스템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우고, 스스로 광범위하게 연습하며, 신뢰할 수 있는 피드백을 받는 것이 무엇이든 빠르게 마스터할 수 있는 핵심 원리인 것이다. 다소 김 빠지는 얘기 같지만, 만일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놓친다면 실력 향상은 없다. 지능과 끈기보다 이러한 3단계 학습 시스템이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사족으로, 저자가 비록 놓쳤지만 내가 더 강조하고 싶은 학습 원리가 있다. 바로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콜브의 '경험학습 사이클'이다. 경험학습이론에 따르면, 효과적인 학습 과정은 구체적 체험, 내성적 관찰, 능동적 실험, 추상적 개념화의 순으로 계속 순환하는 양상을 띈다. 경험교육을 무엇보다 강조한 미국의 교육철학자 존 듀이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성찰할 때 학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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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은 주역에서 답을 찾는다 - 부와 운을 끌어당기는 불변의 인사이트
오구라 고이치 지음, 류휘 옮김, 김승호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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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동북아 현인들의 지혜가 녹아든 《주역》은 행운과 불운을 예측하는 힘을 키워준다. 혹하기 쉬운 인생의 갈림길에서 예리한 판단력과 굳건한 결단력을 키워준다. 역에선 행운과 불운을 하늘의 순환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으로 본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주역 커뮤니케이터' 오구라 고이치에 따르면, 역이 말하는 행복은 자기 삶의 방식을 스스로 납득하는 일, 즉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자세 그 자체다.

누구나 인생의 혹한기가 있다. 인생의 혹한기에는 산전, 수전, 공중전이 벌어지고, 다양한 수라장 경험을 겪게 된다. 수라장 경험이란 참혹한 전쟁터를 연상시킬 정도로 혼란스럽고 괴로운 경험을 말한다. 역에선 험한 곤경(수라장 경험)을 나타내는 네 가지 대표적인 괘를 따로 사난괘(四難卦)라 부른다. 수뢰둔(水雷屯, 본서는 '수뢰준'으로 표기), 중수감(重水坎, 본서는 '감위수'로 표기), 수산건(水山蹇), 택수곤(澤水困)이 그러하다.

사난괘는 엄청난 고난과 이를 통한 성장을 상징한다. 가령 둔(屯)은 초창기의 어려움을 나타내는데 비록 밖으로 험하나 어려움을 무릅쓰고 움직이려는 뜻이 있다. 감(坎)은 안팎으로 거듭 험한데 빠져 있는 모습이다. 건(蹇)은 혹독한 추위에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위기처럼, 외부의 장애 때문에 생긴 어려움을 말하는데, 밖의 험난함을 안의 굳건함으로 헤쳐나가는 뜻이 있다.

내년 을사년의 괘상이 사난괘의 하나인 택수곤이다. 곤(困)은 자신의 역량 부족과 같은 내적인 한계 때문에 생긴 어려움이다. 택수곤괘는 못에서 물이 흘러나와 결국 고갈되기 직전까지 간 매우 난감한 상태다. 마치 물 없는 웅덩이에서 헐떡거리는 고기와 같다. 한마디로, 사면초가로 곤란한 시기다. 자, 그러나 쫄지 마라.

역은 변화의 법칙이다. '막다른 곳에 몰리면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가 일어나면 통한다'가 역의 대원칙이다. 따라서 크게 고생하는 수라장 경험은 환골탈태해 한층 성장할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영학자 가나이 도시히로는 "리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할 만한 수라장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패가 성공을 불러오고, 고난이 성장의 기쁨을 가져온다.

그럼, 2025년 을사년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택수곤괘는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며 다가올 변화를 기다리라는 의미"다. "꾸준히 도전하면 반드시 아군이 나타난다. 수라장을 극복한 리더야말로 한층 더 성장하고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 불리한 상황에서 마음을 다잡는 데 매우 효과적인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설득하기 어렵다면 말을 삼가되 변화의 때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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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을 버린 남자들 - 현대 남성을 위한 인생 지침서
마크 맨슨 지음, 이안 옮김 / 너를위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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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연애 관계를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성별에 따라, 목적에 따라 그 비결의 핵심은 좀 달라질 것이다. 남자의 경우를 보자. 시중엔 '남자는 다 바람둥이다'라는 오래된 신화가 존재한다. 그래, 구닥다리 신화다. 착한 남자나 괜찮은 남자가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나쁜 남자보다 더 많다. 문제는 장밋빛 청춘 사업이나 연애 시장이 승자독식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데 있다. 뭐,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려놓는 경우랄까. 예를 들어, '플레이보이'의 창립자인 휴 헤프너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나이 팔십에도 여러 명의 여자친구를 '공개적으로' 모두 데리고 다녔다. 어쩌면 나쁜 남자 가운데 휴 헤프너는 그나마 나은 편이랄까. 사실혼 배우자와 여자친구란 양다리를 가볍게 뛰어넘는 난잡한 밤생활을 꽁꽁 숨기다 나중에 폭탄처럼 터져나온 유명인보다는 말이다.

적어도 연애 시장에선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다'가 현실에 더 가깝다고 본다. 특히 연애의 목적이 단기적인 잠자리나 도파민 충족이 아니라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장기적인 해피엔딩이라면, 교제의 비결은 언제나 진정성과 성실성일 것이다. 가식과 기교, 화려한 데이트 기술이 아니라 말이다.

'초식남'이나 '퐁퐁남'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있다. 이는 연애에 무능한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아마도 그래서 마크 맨슨이 연애 수법을 알려주는 이 책을 썼나 보다. 마크 맨슨은 이성에게 인기가 있는 매력남이 되는 비결로 절박함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절박함이란 '가식'과 '허세'의 다른 말이다. 가식과 허세를 버려야 이성에게 매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이 저자의 핵심이다. 저자의 연애 수업 대상은 이성의 유혹이 차고 넘치는 화려한 알파남이 아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외모가 매력적이며 평판이 있는 알파남은 이미 연애나 데이트에 절박함이 없다. 뭐, 예외는 어디나 있는 법이지만.

저자는 세상의 범부들에게 이런 조언을 건넨다. 매력은 절박함과 반비례하기에, 데이트와 연애에 성공하고픈 남자라면 절박함, 즉 가식과 허세를 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이성에게 매력적인 괜찮은 남자가 되려면 비절박함을 평소에 단련해야 한다. 다만, 단지 엔조이를 목적으로 전설의 카사노바나 돈주앙처럼 되고픈 나쁜 남자들은 저자의 가르침에 실망할 수도 있다.

연애 코치는 경험이 부족한 괜찮은 남성들에게 다섯 가지 조언을 해준다. 첫째, 절박함을 버려라.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라. 둘째, 진정한 매력은 내면에서 나온다. 화려한 외모나 성공이 아닌, 자신감과 자존감을 바탕으로 한 비절박한 태도가 사람을 끌어당긴다. 셋째, 취약성을 드러내라.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더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넷째, 거절을 두려워하지 마라. 거절은 더 좋은 사람을 찾기 위한 도구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에게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라. 끝으로, 대담함을 가져라. 대담할수록 더 매력적이다.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얻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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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역사 - 우주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138억 년의 거대사
팀 콜슨 지음, 이진구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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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국의 생물학자 팀 콜슨이 137억 7,000만 년에 걸친 우주 대서사시를 한 권에 담았다. 우주와 우리 은하, 태양계, 지구가 존재하게 된 서사를 통해서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 생명체의 등장과 확산, 의식의 출현, 인류의 탄생까지 돌아본다.

저자의 기본 화두는 이거다. "우주가 탄생한 시점에서 우리의 존재는 필연적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일까?" 우주의 탄생을 둘러싼 대표 논쟁이 바로 필연에 기반한 결정론적 우주론과 우연에 기반한 확률론적 우주론이다. 저자의 입장은 확률론적 우주론이다. 지구별과 호모 사피엔스가 존재하는 것은 운이 좋아서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서, 시간을 빨리 감기 방식으로 되돌려 빅뱅 이후를 완벽히 동일한 조건으로 재실험한다고 쳐도 지구도 인류도 달도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나는 인류가 없다면 우주도 별 의미가 없다고 보는 인본주의자이기에 오히려 인생을 유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돌이켜보면, 신의 위대한 목적이나 창조주의 디자인 타령을 늘어놓던 종교와 미신의 시대, 봉건과 반계몽의 시대엔 결정론적 우주론이 지배적이었다.

지금은 아무리 뛰어난 과학자도 말그대로 '만능 과학자'가 되기는 힘들다. 물리학, 생물학, 화학, 지구과학, 지질학, 천문학 등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 스펙트럼이 광대하고 전문적인 과학지식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만능 과학자의 이미지는 오히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최초의 과학자를 꼽는다면 밀레토스의 탈레스가 유력하다. 지금으로부터 2600년전, 탈레스는 태양과 달의 지름 측정법, 1년을 365일로 통일, 동지와 하지의 발견, 지구설(땅이 구체의 형태를 띤다는 주장) 등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호모 사피엔스 가운데 지구가 평평하다는 지평설을 신봉하는 덜 떨어진 야만인도 있는 마당에, 탈레스는 참으로 놀랄만한 과학문해력을 보여주었다.

과학은 관찰과 실험으로 세상과 사물의 원리를 이해한다. 잘 설계된 실험은 생각이나 가설을 검증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저자는 과학 지식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실 우리 모두가 '과학적 실험주의자'라고 강조한다. 흠, 참으로 듣기 좋은 소리다. 과학은 증거를 만들어 가설을 뒷받침하거나 논박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의 원인을 해명한다. 과학은 늘 증거로 말하고, 검증으로 이를 재확인한다. 나는 생강차를 즐겨 마시는데(지금도 마시면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저자는 생강이 암치료에 효능이 없다는 것이 이미 과학적으로 충분히 밝혀졌다며 초를 친다. 하마터면 뿜을 뻔 했다.

저자는 자신이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여정을 들려준다. 그나마 내가 가장 잘 이해한 대목이지 싶다. 흥미롭게도, 저자의 박사논문 지도교수가 네 명이나 된다. 어디까지나 심사가 아니라 지도다. 영국의 존 로튼과 믹 크롤리, 미국의 찰리 캐넘과 스티브 퍼갤러다. 로튼은 만능 과학자로 자연세계가 돌아가는 원리를 깊이 이해하는 훌륭한 자연사학자다. 크롤러는 식물을 연구하며, 생물학적 데이터에 통계적 접근 및 분석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분야의 전문가다. 캐넘은 숲을 대상으로 먹이그물의 영양소와 에너지의 흐름을 연구하는 생태학자다. 퍼갤러는 분석 모형을 설계하여 통찰을 이끌어내는 이론가다. 저자는 네 분의 멘토 덕분에 만능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좋은 과학자의 덕목으로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상상력이 풍부하되, 멋진 아이디어라도 기존의 지식에 반한다면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신봉하던 가설이 틀렸다는 사례가 제시되었을 때, 기꺼이 주장을 수정한다.

셋째, 근거에 기반하고, 건설적인 비판이 가능해야 한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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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나만의 책 만들기 에디션)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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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세상이 좀 더 나아진다고 믿는다. 나는 충직한 고전 애호가다. 고전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독서인은 누구나 내 동지다. 베스트셀러 작가 고명환도 고전을 사랑하는 독서인이다. "사람에게 묻지 말고 고전에 물어라"면서 고전이 읽을수록 좋은 이유를 들려준다.


고전은 은유와 상징, 비유와 압축의 보고이기에 읽는 이가 구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구할 수 있게끔 인도하는 힘이 있다. 진정한 교육의 시작이 고전에 있다. 그런데 고전은 직접 가르치지 않는다. 독자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고전은 모양이 없다. 나는 모양이 있다. 내가 고전을 읽으면 고전이 내 모양으로 바뀐다. 그 고전은 세상과 싸울 어떤 무기보다 단단한 갑옷이 된다.

모양 없는 고전을 내 모양의 갑옷으로 만들어 겹겹이 입어야 한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순간순간 내 약점이 노출된다. 수천 년의 지혜가 녹아 있는 고전이 아니고서야 내 약점을 막아줄 존재는 없다. 그러니 사람에게 묻지 말고 고전에 물어라. 이미 모든 고난과 역경을 겪어온 경험이 농축된 고전에 답을 구하라."(7쪽)

고전에 길이 있다. 그 길은 느리지만 정확하다. 그리고 그 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다. 고전의 해석은 열려 있다. 닫힌 해석은 이내 썩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자기 자신의 처지와 상황에 맞게끔 창조적으로 해석을 변용해야 한다.

혹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 보았는가. 하룻밤 사이에 흉측한 벌레가 되어버린 그레고르 잠자의 기괴한 비극 말이다. 그때의 감상을 기억하는가. 정확하진 않지만 나는 부조리, 당혹, 불안, 공포, 모멸감 같은 감정이 이리저리 뒤엉킨 기억이 난다. 그럼, 저자는 어떤 감상을 가졌을까.

우리말 쌍욕의 대명사가 '개'와 '벌레'다. '개새끼'나 '기생충'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동물적 본능이나 원초적 욕망에 노골적인 놈들을 이렇게 부른다. 그런데 저자는 카프카의 『변신』을 다 읽고 난 후 이런 각성을 한다. "한낱 벌레일지라도 자기 의지대로 산다면 그렇게 살지 않는 인간보다 낫다." 와우, 벌레가 된 그레고르에게서 건강한 용기와 의지를 읽어냈다. 얼핏 '오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허를 찌르는 독특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자기 의지'는 분명 이기적인 본능이나 욕망은 아닐 것이다. 그건 분명 '소명'이나 '자립'과도 같은 '직관'이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직관'과 '개념'을 대조하면서 직관의 의미를 크게 강조한다. 개념이 다른 사람들이 정리해놓은 생각이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관찰하는 것이 직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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