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역사 -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권력 관계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데이터에 관한 진실!
크리스 위긴스.매튜 L. 존스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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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데이터는 권력투쟁과 지식패권을 위한 풍성한 자원이다. 인류사를 통틀어 '자원'은 언제나 지배와 침탈, 강점의 일차적 사유다. 데이터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권력의 수단, 지배적 도구다. 데이터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국가, 기업 및 시민 간의 권력게임이다. 데이터의 수집, 가공, 처리를 기반으로 기업권력, 국가권력, 시민권력은 무엇이 참인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이로운지 판단하고 정의하는 헤게모니 경합을 벌인다.

"데이터에 관한 이야기는 경쟁으로 가득하다. 무엇이 참인지 정의하기 위한 경쟁, 데이터를 이용해 권력을 키우기 위한 경쟁,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이용해 어둠에 빛을 비추고 무력한 존재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경쟁 말이다."(9쪽)

오늘날 '빅데이터 시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세다. 권력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비판적인 언론인과 시민운동가는 물론, 일부 인터넷의 발명자들과 정보화사회의 선구자들도 거대 인터넷 기업(기업권력)과 국가 정보기관(국가권력)의 데이터 독점과 조작, 관리와 은폐를 우려한다. 데이터 홍수와 알고리즘이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을 재생산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규모 검색 데이터가 더 나은 도구, 서비스, 공익을 창출합니까? 아니면 사생활 침해와 공격적 마케팅에 새로운 방식을 가져옵니까? 데이터 분석 덕분에 우리가 온라인 공동체와 정치적 운동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까? 아니면 그런 분석이 시위자들을 색출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데 사용됩니까? 다량의 데이터가 인간의 의사소통과 문화를 연구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거나 연구에서 선택할 사안의 범위를 축소하고 연구의 의미 자체를 변화시킵니까?"(23쪽)

데이터과학자 크리스 위긴스와 역사학자 매튜 L.존스는 《데이터의 역사》(씨마스21. 2024)에서 데이터의 탄생과 발전과정에 대한 서사를 풀어놓는다. 인구 조사, 통계학, 우생학, 구글 검색, 알고리즘, 기계학습 같은 데이터 기술은 우리가 자아와 세계를 범주화하는 방식, 즉 인지 프레임을 변화시킨다. 푸코가 강조한 권력과 지식의 맥락에서 본다면, 데이터 기술의 발전사는 사회와 세상의 권력 구조와 지식 헤게모니를 재편하는 과정과 그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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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래픽 노블 : 변화의 바람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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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화 〈남한산성〉을 봤을 때 머리로는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를 지지했지만, 내심 끝까지 곁에 서고 싶었던 건 결사항전을 외친 주전파 편이었다. 첨예한 갈등 상황에서 내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일이 또 발생했다. 이번엔 《전사들 그래픽 노블: 변화의 바람》(가람어린이, 2024)에서였다. 머리로는 평화 모드를 중시하는 지도자의 이념을 지지하면서도, 가슴으로는 타종족에 대한 의심과 방비를 끝까지 견지하다 몰락의 길을 걷는 부지도자의 비극에 더 눈길이 갔다.

고양이 종족들이 기계를 앞세운 두발쟁이의 침입으로 정든 보금자리던 숲을 떠나 구약의 '출애급' 수준에 해당하는 장거리 이주를 감행한다. 종족들끼리 새로이 영역과 보금자리를 정하는데, 바람족 지도자 톨스타는 타부족간의 화해와 연대를 강조하지만, 부지도자인 머드클로는 자국우선주의에 충실한 전사로, 한시도 타종족에 대한 불신과 경계를 놓을 수 없었다.

바람족 부지도자 머드클로는 비극적인 영웅 캐릭터다. 주전파라 할 수 있는 머드클로는 차기 지도자 자리를 확신하며 앞으로 바람족을 어찌 이끌지 나름의 비전을 구상하지만, 뜻밖에도 톨스타는 죽기 직전에 주화파에 해당하는 윈위스커를 차기 지도자로 지명한다. 새로운 바람족 지도자 윈위스커는 머드클로가 부지도자로 남아 자신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지만, 큰 충격을 받은 머드클로는 이 모든 게 천둥족과 꿍꿍이한 정치적 음모와 공작의 결과로 생각해 거절하고 만다. 이내 바람족의 내분이 일어난다.


남을 지나치게 의심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법이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영웅주의에 빠진 머드클로는 또다른 음모와 공작에 휘말리다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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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일타강사 레시피 - 한식과 서양식을 한 권에 담은 최초의 디저트 교과서
이애라 외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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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동안 디저트를 홀시하면서 살았다. 코스 요리를 먹다보면 제일 나중에 나오는 요리가 디저트다. 전채, 메인, 후식의 순으로 맛을 보지만, 디저트가 코스 요리의 정점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입가심이나 간식 수준이라는 편견이 없지 않았다. 특히 한식이나 중식 디저트에 만족한 적이 거의 없다. 내 입맛을 만족시킨 디저트는 거개가 양식이고 일식이었다. 특히 앞에 '고급'이란 수식어가 붙거나 그 격에 어울리는 특제 요리에서 말이다.

연말연초가 되면 달콤한 디저트가 당긴다. 들뜸과 우울감이 공존하는 연말이라 그런가, 코스트코에 가면 쿠키나 전통과자, 특제 초콜릿 같은 달달한 것들에 눈길이 가곤 한다. 물론 여전히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고, 여전히 밥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밥과 국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한국인의 일용할 전투식량에 해당한다. 그런데 디저트는 다르다. 디저트는 생존과 일보다는 생활과 휴식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요리다. 나는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은 맛과 멋을 아는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일 거라고 믿는다.

디저트는 사먹는 게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만족시키는 간편 디저트가 마트와 편의점에 수두룩하다. 요리에 문외한이 아니지만, 강정이나 한과 같은 전통 디저트는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만들어보지 않으면 소중함을 모르는 법. 나처럼 한식 디저트 문외한이라면, 이 책 《디저트 일타강사 레시피》(조선뉴스프레스, 2024)가 도움이 될 것이다.

양식과 한식을 아우른 디저트 레시피북인데, 한국 디저트에 해당하는 떡(설기, 경단, 화전, 수수부꾸미, 송편, 절편, 인절미), 한과(약과, 다식), 양갱, 과편, 강정 등 29가지 레시피를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난이도가 들쑥날쑥한 것 같다. 서양 디저트로는 구움과자류, 제빵류, 케이크와 캐러멜 등 41가지 레시피를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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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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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온난화와 기후위기를 거쳐 기후재앙을 언급하는 요즘이다. 한가히 커피숍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펭귄과 북극곰 안위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진지하게 인류의 멸종을 걱정할 때다. 인류가 없다면 지구도 의미가 없다.

기온이 급격히 치솟으면 덩달아 늘어나는 몹쓸 것들이 있다. 강력범죄, 가정폭력, 혐오표현 등이 그러하다. 산불이나 허리케인, 치명적인 홍수나 폭우 같은 자연재해도 늘어난다. 제아무리 백세시대 운운해도 신경 독성 물질에 노출되는 빈도나 뇌 질환에 걸리는 빈도 역시 늘어난다. 반면 이산화탄소 농도와 폭염 빈도가 치솟으면, 덩달아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대개는 긍정적인 지표가 하락한다. 생산성,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 인지 수행 능력, 학습 능력 등이 그러하다.

2100년이 되면 더 이상 사계절은 없다. 오직 여름과 겨울이 있을 뿐이다. 기후학자들은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 이상 여름이 한 해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겨울은 2개월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서퍼와 스키어에게도, 낙타와 펭귄에게도 전혀 반갑지 않은 뉴스다. 기후불안이 더 심해지는 불길한 소식일 뿐이다.

기후변화는 지구별의 생태와 풍광은 물론 우리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 굳이 대지의 생각이 곧 우리 몸의 생각이라는 어느 인디언 추장의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인류는 지구별과 고락을 함께하는 운명공동체다. 뇌과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은 기후변화가 개인 및 공중보건에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파고든다. 자연환경의 변화가 인간의 뇌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방식을 신경과학, 데이터과학, 인지심리학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저자는 "기후변화는 우리 밖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도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좀더 오컬트스럽게 표현한다면, 우리 안에 '기후 괴물'이 살고 있다고 할까. 기후 괴물은 인간의 탐욕이 낳고 키웠다. 기후 괴물은 외부 생태계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생태계마저 훼손한다. 가령 기억력 감퇴, 학교 성적의 추락, 폭력성 촉발, 신경퇴행 질환의 증가, 감염병의 역습, 트라우마 및 우울 증상의 폭발 등이 그러하다.

그럼, 기후 괴물을 퇴치하는 비책은 무엇인가. 저자와 달리, 나는 답이 없다고 본다. 생태계 최상위포식자인 인류가 반성하고 변하면 뭔가 뾰족한 수가 있을 것 같다는 낙관론을 나는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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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호흡법
전채연 지음, 강설 설법 / 황금테고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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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을 보면 참선의 정석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불상 가운데 으뜸은 석굴암 본존불이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이 불상이 좌선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준다. 허리와 목이 곧게 펴진 자세도 자세지만 표정이 압권이다. 지혜와 자비를 모두 구현한 부처의 표정이다. 달리 국보겠는가.

현대인의 일상은 스트레스와 울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명상과 호흡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명상만 놓고 보자면 그 방식이 실로 다양하다. 호흡에 중점을 둔 수식관이나 '옴마니반메훔' 같은 진언을 외우거나 '이뭐꼬' 같은 화두를 잡는 선수행이 전형적이지만, 문학치료나 일기쓰기, 필사처럼 자기성찰을 이끌어내는 단순한 습관도 명상에 포함시키는 추세다.

특히 불가의 참선 수행은 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통사람의 일상적 삶에 녹아들고 있다. 작가 전채연의 《스님의 호흡법》(황금테고리, 2024)이 바로 그 증거다. 참선과 호흡법을 지도하는 멘토는 인천 용화사의 강설스님이지만, 정작 저자 자신은 불교 신자도 아니고 수행자도 아니다. 일반인 참선의 목적이 힐링이라면, 수행자 참선의 목적은 대오각성이다.

강설스님은 호흡과 화두가 하나라는 가르침을 편다. 느리고 깊고 섬세한 호흡을 훈련하여 화두 따로 호흡 따로가 아니라 화두와 호흡이 하나가 되는 경지를 추구한다. "호흡은 걸림이 없어야 하고, 화두는 끊어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요결이다. 우리가 하는 호흡이 바로 우리 자신이고, 호흡이 나쁘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바른 호흡은 일단 바른 자세에서 나온다.

좌선 명상을 잘 하려면 청량골(꼬리뼈)을 세우는 바른 가부좌 자세와 횡격막 호흡이 중요하다. 청량골을 제대로 세우면 어깨에 힘이 빠지고 갈비뼈가 퍼지면서 무게 중심이 자연스레 단전에 가 있게 된다. 그래야 혼침(멍함)과 도거(산란함)에 빠지지 않고 성성적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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