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션 - 발명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다!
바츨라프 스밀 지음, 조남욱 옮김 / 처음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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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발명은 혁신의 어머니다. 발명이 혁신의 씨앗이라면, 혁신은 기존의 발명품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결과물이다. 발명은 과학적 기술이 필요하고, 혁신은 마케팅, 기술 및 전략적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발명과 혁신은 여러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혁신은 새로운 재료, 제품, 프로세스와 아이디어를 도입하고채택하고 숙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16쪽)

발명품이 우리 일상생활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괴짜 발명가의 수준 미달의 발명품이나 엉뚱하기 그지없는 특허 리스트를 들춰보라. 하지만, 혁신은 반드시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그런 발명품이 아니라 '매우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처럼 말이다. 그런 혁신적인 발명품은 대개 과학 기술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위기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

캐나다의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 바츨라프 스밀의 『인벤션』(처음북스, 2023)은 발명과 혁신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우선 발명과 혁신의 역사적 사례들을 조사하여 성공적으로 대중화된 것들과 실패로 끝난 것들을 분석한다. 저자는 발명과 혁신의 실패 사례를 세 가지 범주로 나눈다. '초기에 환영받았으나 결국 퇴출당한 경우', '기대에 어긋난 경우', '잘못된 기대로 인해 실망으로 끝난 경우'이다. 그리고 발명과 혁신의 과대광고와 미디어 환경의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어, 미디어 환경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기대를 형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살펴본다.

과학기술은 양날의 검이란 말이 있다. 과학기술에 기반한 발명과 혁신도 매한가지다. 생활을 윤택하게 만든 제품도 있지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발명품도 있다. 먼저 저자는 발명 초기에는 환영 받았고 빠르게 상업화되었으며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과 환경에 바람직하지 않거나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서 금지되거나 퇴출당한 경우의 사례로 유연휘발유, DDT, 프레온가스를 집중 조명한다. 이어서 틈새 시장에서 유망해 보였으나 발명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발명의 경우로, 비행선, 핵분열, 초음속 비행기의 사례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기대가 불러온 실패 사례로, 진공 튜브를 이용한 고속 운송에 대한 아이디어, 전력발전을 위한 핵융합의 상업적인 이용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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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5-13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작이 새로운 기술을 입혀 재창조될 수도 있겠죠.
 
한동일의 라틴어 산책 - 뿌리가 되는 언어 공부
한동일 지음 / 언어평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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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엘리트 언어로 꼽을 수 있는 게 라틴어와 그리스어다. 라틴어는 고대 로마 중부의 언어인데, 로마 제국의 팽창과 함께 유럽과 지중해 지역에 널리 퍼져 사용되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이 서로마와 동로마로 나뉘었을 때, 서로마는 라틴어권, 동로마는 그리스어권이었다. 고전 문헌을 다룰 때, 소설과 시를 선호하는 문학파들을 대개 그리스어를, 종교와 법률을 선호하는 학구파들은 라틴어를 배우는 경향이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명문기숙학교가 등장하는 영화는 꼭 라틴어 수업 장면이나 라틴어 명언이 감초처럼 등장하곤 한다. 라틴어에 대한 나의 소박한 관심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덕이 매우 크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 순간에 충실하자)'은 내 젊은 시절의 좌우명이었다. 그런데 라틴어도 그리스어도 모두 배우기 힘든 언어다. 그리스어는 라틴어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막상 죽은 언어로 여겨지는 라틴어를 잘 배우면 이탈리어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같은 현대 유럽어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라틴어는 배우기 힘든 언어다. 라틴어 초급 학습서를 펼쳐도 어미변화 용례 때문에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다. 바티칸 변호사 출신의 초급 라틴어 교재인 『한동일의 라틴어 산책』(언어평등, 2023)도 만만치 않다. 라틴어는 굴절어로, 여덟 개의 품사 가운데 명사, 형용사, 대명사, 동사는 어미변화가 있다. 반면 부사, 전치사, 접속사, 감탄사는 변화가 없기에 '불변화사'라고 한다. 명사와 형용사는 남성, 여성, 중성의 성을 가지며 단수와 복수 그리고 여섯 개의 격의 형태를 가진다. 격은 주격, 속격, 여격, 대격, 탈격, 호격이다. 명사의 어미변화만 보면, 6개의 격과 단복수 때문에 총 12개의 어미로 변화한다.

한편, 라틴어 동사는 주어의 수와 인칭에 따라 어미활용을 한다. 라틴어 동사는 태(능동태, 수동태)와 서법(직설법, 접속법, 명령법, 부정법), 여섯 가지 시제(과거완료, 단순과거, 미완료, 현재, 미래완료, 미래)를 가진다. 참고로 라틴어 사전에서 동사를 찾을 때는 직설법 현재 단수 1인칭의 형태로 찾아야 한다. 실제로 라틴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라틴어를 포기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라틴어 동사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그런지, 저자는 라틴어 동사 변화나 동사 활용에 대한 문법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유명한 라틴어 잠언을 활용한다. 덕분에 그나마 버틸만 하다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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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카페 - 평범한 일상이 철학이 되는 공간
크리스토퍼 필립스 지음, 이경희 옮김 / 와이즈맵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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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탐구의 과제는 다음 두 질문으로 압축된다. '나는 누구인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서구 문명에서 이 두 질문에 가장 명확한 답을 제공한 인물은 바로 소크라테스와 예수 두 사람이다. 나는 소크라테스와 예수를 영적인 쌍둥이나 분신처럼 생각하곤 한다. 둘 모두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춘 대화와 향연의 방식으로 진리 탐구를 수행했고, 저서를 남기지 않았고, 기존의 종교적 규범이나 사회적 관습에 도전하여 동족에게 고발당하지만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각자 플라톤과 바오로라는 청출어람의 제자를 두었다.

내가 청소년기에 가장 좋아한 철학자는 니체인데, 니체는 아이러니하게도 소크라테스와 예수를 서구 문명에 노예도덕을 확산시킨 주범으로 강하게 비판하곤 했다. 이런 니체의 사상을 영미권에 널리 소개한 철학자가 바로 독일계 미국인 철학자 월터 카우프만이다. 월터 카우프만은 흥미롭게도 니체를 초기 실존주의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영미 분석철학의 이른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 논리기호와 수식이 빼곡한 분석철학 논문과 니체의 텍스트를 비교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인데 말이다. 월터 카우프만에 따르면, 서구 철학의 전통을 실존주의 철학자와 분석철학자가 각각 두 부분으로 나눠 계승했지만, "실존주의 철학자와 분석 철학자 모두 소크라테스의 반쪽에 해당할 뿐"이다. 다시 말해서, 철학적 전통의 비조가 바로 소크라테스라는 얘기다.

니체는 수도원과 비슷한 일상적인 철학자 공동체를 만들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 니체가 완성하지 못한 꿈을 교육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필립스가 완성하지 않았나 싶다. 필립스는 인종, 학력, 빈부, 나이를 초월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화하는 세계 최고의 철학 모임인 '소크라테스 카페'의 창립자다. 1996년부터 미국 전역과 여러 나라에서 소크라테스 카페를 열었고, 현재 한국에서도 운영 중인데, 소크라테스 카페가 열리는 장소는 카페와 식당 외에도, 서점, 유치원, 학교, 도서관, 양로원, 교도소 등 어디든 가능하다.

필립스는 소크라테스 카페가 월터 카우프만의 저서와 사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술회한다. 같은 맥락에서, 필립스는 "철학의 역사를 플라톤의 철학을 잘못 해석하고 타락시키는 일이 너무나 흔했던 역사라고 말하고 싶다"고 토로한다. 철학적 전통의 핵을 딱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소크라테스의 이 말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 카페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토론한다. 이때 대화와 토론의 유일한 방법론은 비판적 질문과 적극적 경청을 중시하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에게 어떤 개념의 정의를 묻고, 그 답변이 모순되거나 부적절하다면 계속 질문을 던져서 상대방이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게 한다.

저자는 철학 모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진행자와 참가자가 따라야 할 열 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그중 일부만 소개하면, "진행자와 참가자는 모두 적극적인 경청자가 되어야 한다", "진행자는 참가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견해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근거를 제시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진행자와 참가자는 다른 사람이 제기한 관점에 질문하고 논리적인 모순이 있으면 고찰해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진행자와 한 명의 참가자 사이에서만(또는 한 명의 참가자와 또 한 명의 참가자 사이에서만) 대화가 계속 오가는 토론이 돼서는 안 된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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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입장 -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물구나무 세상보기
박자울.황동진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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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문제의 해법은 간단치 않다. 제주에서 들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닭, 송아지, 거위, 오리, 망아지, 흑염소들이 들개떼에 공격받아 폐사했다는 내용이다. 말이 좋아 '들개'지 실은 사람에게 버려진 유기견들의 무리들이다. 국내에 동물등록제가 시행된 지도 꽤 되지만, 아직도 동물을 자신의 소유물이나 장난감처럼 다루고 학대하거나 이사나 여행을 빌미로 쓰레기처럼 내다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한심하다.

언젠가 유기견의 해외 입양 사례를 다룬, 가수 이효리가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덕분에 유기견에 대한 개인적인 편견도 줄었고, 유기견 보호소나 입양단체, 임시보호가정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 국내 유기견 입양이 보다 활성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유기견 입양이 근본 대책은 아니다.

작가 박자울의 《개의 입장》(어린이작가정신, 2023)은 이런저런 이유로 내버려진 유기견들의 스물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독자들은 주로 유기견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번 더 들여다보고, 유기견들이 느꼈을 법한 굶주림의 고통과 두려움, 외로움 같은 상처에도 공감도 해보면서 반려동물의 의미와 동물권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게 된다.

반려동물과 가족이 되는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반려견을 키우려는 보호자나 가족에 대한 기본 소양교육 강화와 더불어 동물등록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법적인 차원에서 동물권을 한층 강화하고, 유기견이나 학대동물의 관계자 처벌을 강화하는 동물보호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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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수업 - 자신에게 몰두하는 일은 왜 인생을 망치는가
로버트 프리츠.웨인 스콧 엔더슨 지음, 박은영 옮김, 알렉스 룽구 감수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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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화의 특색으로 병적인 나르시시즘과 지나친 자기도취의 문화를 지적하는 사상가들이 있다. 선구적인 작업이라면 크리스토퍼 라쉬의 『나르시시즘의 문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라쉬는 자기중심적인 에고의 팽배와 셀카와 같은 자기 이미지에 대한 지나친 관심, 높은 자존감에 대한 의미부여를 비롯해 병리학적 나르시시즘이 사회적으로 만연하는 배경과 특징을 탐구했다. 그리고 나르시시즘의 문화가 동기부여와 긍정적 사고, 자존감, 잠재력 계발을 강조하는 자기계발 산업의 돈벌이 사업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시사했다.

라쉬의 바톤을 이어, 로버트 프리츠와 웨인 앤더슨 역시 『정체성 수업』(라이팅하우스, 2023)에서 자기 집착과 나르시시즘을 조장하는 현대의 자의식 과잉 문화가 일으킨 폐해를 파헤친다. 주로 정체성의 부정적인 부메랑 효과를 언급하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학습은 저해되고 창조적 행위는 방해받는다고 지적한다.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 논지는 ‘인생을 창조하는 데 있어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매사를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에서 벗어나 원하는 삶을 창조하라’이다. 긍정적 사고와 자존감을 마치 종교신앙처럼 전도하는 정체성 과잉 문화는 나르시시즘의 문화와 마찬가지로 개인적ㆍ사회적으로 유해하다.

책은 우선 두 가지 유형의 거시구조적 인생 패턴을 설명한다. 하나는 '진동 패턴'이고, 다른 하나는 '전진 패턴'이다. 진동 패턴은 흔들의자와 같아서 앞으로 움직여도 결국 뒤로 물러나고 만다. 자기계발 업계가 그토록 강조하는 정체성 세계가 바로 성공을 역전시키는 파괴적인 진동 패턴을 초래한다. 진동 패턴의 쉬운 예는 다이어트에 중독된 이들이 겪는 만성적인 요요 현상이다.

반면, 역사상의 위대한 성취자들은 정체성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버리고 인생이라는 예술을 창조하는 세계를 선택하면서 전진 패턴을 구축한다. 이들이 지향하는 삶의 중심점은 자의식이나 정체성이 아니라 살고 싶은 찐인생 목표나 창조하고 싶은 결과물이다. 이들은 창조하고픈 결과물에 대한 파악과 그 목표와 관련해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의 차이를 바탕으로 한 구조적 긴장을 적극 활용한다. 저자들은 정체성의 진동 구조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삶의 전진 구조로의 전환을 메타노이아, 즉 종교적인 회개에 비유한다.

우리는 그동안 기존의 교육과 상식으로 쌓아 올린 정체성의 신화에 갇혀 노예처럼 지내왔다. 번창하는 자기계발 산업은 정체성 신화와 나르시시즘 문화와 상호 기생하는 관계다. 내적 잠재력을 개발하고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자기계발 산업의 인기는 정체성 문제와 나르시시즘 문화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그 결과이기도 하다. 자기계발 산업이 내세우는 프로그램은 역효과를 낳곤 한다. 가령 자존감 운동이 대표적이다. 자신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려는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만, 동시에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거나 타인의 승인이나 칭찬에 의존하게 만든다. 자존감 운동은 자신의 이익이나 만족만을 추구하기에 허영심과 오만성을 조장하기 쉽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책임감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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