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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논쟁에서 승리하는 법 - 설득과 타협이 통하지 않는 싸움의 시대
메흐디 하산 지음, 김인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3월
평점 :
논쟁은 말로 하는 전쟁이다. 논쟁의 매너와 격식을 지키는 것이 보기엔 좋겠지만,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라는 대인관계의 훌륭한 격언이 통용되지 못하는 판이 바로 전쟁판이다. 전쟁에선 일단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논쟁도 다를 바 없다. 정치 무대와 시사 토론 프로그램이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경선장과 토론장에서 예의 바른 패배자가 되겠다는 것은 사람 좋은 호구가 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설득과 타협이 난무하고, 배신과 위협이 종횡하는 정치판에 뛰어든 젊은이가 있다면 참조할 만한 괜찮은 책이 한 권 나왔다. 영국계 미국인으로 언론인이자 작가인 메흐디 하산이 쓴 《모든 논쟁에서 승리하는 법》(시공사, 2024)이다. 책 제목처럼 논쟁에서 무조건 승리하는 노하우를 풍부한 실제 사례를 곁들어 가며 알려준다.
우선 논쟁의 기본 원칙부터 설명한다. 희랍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밝힌 설득의 세 가지 기술인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가 대표적이다. 에토스는 "화자의 성품과 신뢰성에 기반해 호소한다는 의미"이며, 파토스는 "두려움, 분노, 즐거움, 평안과 같은 인간의 감정과 느낌에 의지해 호소하는 것"이고, 로고스는 "논리와 이성,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호소하는 것이다." 이 셋 중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파토스다. 결국 사람은 논리의 동물 이전에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팩트 폭력보다 감성팔이가 먼저이며, 토론 상대보다 청중이 더 중요하니 청중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다고 로고스를 무시해선 안 된다. 토론 상대에게 '영수증을 제시'하는 것처럼,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상대방이 부정하지 못할 반박 자료를 준비하고, 최적의 타이밍에 이를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토론 상대방의 인품과 신뢰성, 자격을 공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중의 논리학 교양서가 피해야 할 오류라고 우기는 '대인논증'까지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상대를 조롱하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으며, 거짓말 폭탄인 기쉬 갤럽까지 활용할 줄 알고 이에 대처할 줄도 알아야 한다. 기쉬 갤럽이란 "상대방이 반박은 고사하고 아예 대응을 못하도록 아주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헛소리를 쏟아내는 화법"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기쉬 갤럽의 목적은 하나다. 엄청나게 쏟아내는 부정확하거나 주제와 무관한 주장, 또는 비상식적인 주장으로 상대방을 묻어버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공천을 통해 이제 막 정치판에 발을 들이민 대학교수나 변호사 출신의 후보가 가장 먼저 익히는 실전 기법이 바로 요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