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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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애가 없는 남자가 있다. 바람둥이가 그러하다. 중화권의 간판 스타 성룡을 떠올려보라. '울트라 알파남' 성룡이 자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어찌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유명과 출세와는 담을 쌓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장삼이사라도 이성에 한눈 팔길 좋아한다면 결말은 막장 시나리오처럼 거개가 정해져 있다. 이혼남, 자연인, 아님 스님의 모습이다. 자녀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있다면 바람을 피우거나 한눈을 팔진 않았을 터. 그리고 그건 남녀 공히 마찬가지다. 유책배우자가 부성애나 모성애 운운한다면 정말 어불성설, 어이상실이다.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이 소설은 부성애의 의미를 묻는 가족소설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의미는 물론, 더 나아가 '그렇게 어머니가 된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는 보다 포괄적인 가족의 재구성까지 함축하고 있는 소설이다. 노골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눈물을 쥐어짜내는 한국적 신파와는 결이 다른, 마지막에 가서야 조심스레 한 발의 막강 최루탄을 쏘아올리는 일본 특유의 신파에 눈물 바다가 되어버린다. 나처럼 눈물샘이 많은 중년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당연히 지하철이나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독서 금물이다.

소설에는 적어도 세 가지 유형의 아버지 상이 나온다. 게이타의 아버지인 주인공 료타, 료타의 아버지, 그리고 류세이의 아버지인 유다이다. 료타가 성공 지향적인 출세한 가장이라면, 유다이는 돈과 지위, 성공과는 거리가 먼 한량 스타일의 가장이다. 료타가 지위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일중독을 자처하는 엘리트 출신이라면, 유다이는 제품 수리는 능하지만 밥벌이가 신통치 않은 전파상을 운영하는 가난한 사람이다. 다만 유다이는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진솔하고 유머 감각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료타의 아버지는 고집불통에다 꼰대 스타일의 전형적인 가부장이다.

여러 등장인물 가운데 냉혹한 알파남의 전형은 료타의 직속 상사이자 롤모델인 가미야마 부장을 꼽을 수 있겠다.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들키지 않고 직장 동료와 바람을 피우는 잘나가는 권력자 유형 말이다. 불륜 대상이 하필 료타의 결혼 전 연인이자 현재 팀의 서브 리더를 맡고 있는 하루나다. 유유상종이라고, 출세지상주의의 알파남 알파녀의 애정관은 개방적이고 도덕의식은 희박하다.

두 가정은 가정 환경이나 양육 가풍도 다르고 자녀인 게이타와 류세이의 성격도 대조적이다. 가령 외동으로 큰 게이타가 소심하지만 온화하고 남에게 다정한 성격이라면, 동생들이 있는 장남으로 자란 류세이는 당돌하면서 고집이 있고 대범한 성격이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다. 둘 다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고 어른의 언행과 태도에 상처받기 쉬운 아이인 것이다. 영화보다 원작소설부터 보기를 참 잘했다 싶다. 소설도 영화도 추천한다. 아 또 눈물 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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