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사를 움직이는 12가지 힘 - 공화정·회복탄력성·공공성·대립과 경쟁·영웅과 황제·후계 구도·선정과 악정·5현재·혼돈·군인황제·유일신교·멸망
모토무라 료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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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흔히 현재를 비추는 거울에 비유되곤 한다. 그렇다면, 로마사는 '제국'의 특성과 '제국 이후'의 특성을 논하기에 적합한 이중거울이라고 하겠다. 로마사는 '인류 경험의 응축'이자 '세계사의 명품'이라는 얘기까지 나온 실정이다. 일본의 로마사 전문가 모토무라 료지는 로마 제국을 '원형'으로 삼는다면 포르투갈과 스페인 같은 근대 해양제국이나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얻은 대영제국에 대한 통찰은 물론, 21세기의 미국이라는 제국과 중국이라는 제국에 대해서도 귀중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독일 역사가 레오폴트 폰 랑케는 일찍이 로마사의 위상과 가치를 이렇게 표현했다. "로마 이전의 모든 역사는 로마로 흘러 들어갔고, 로마 이후의 역사는 로마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렇다, 모든 역사가 현재사다. 로마사는 더더욱 그러하다.

저자는 로마제국의 흥망성쇠의 비밀을 크게 12가지 코드를 통해 해석한다. 2,206년 장대한 로마사를 해부하는 12가지 키워드는 바로 '공화정, 회복탄력성, 공공성, 대립과 경쟁, 영웅과 황제, 후계 구도, 선정과 악정, 5현제, 혼돈, 군인황제, 유일신교, 멸망이다. 나는 비록 로마사에 대해선 문외한 수준이지만, 당나라를 중심으로 한 중국사의 궤적을 통해 동서양을 불문하고 이른바 제국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공공성과 다양성에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작은 도시국가에서 확장된 로마가 지중해 세계의 패권을 잡고 사실상 제국으로 성장했던 시기는 기원전 146년이다. 저자는 로마가 '회복탄력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기둥으로 세계제국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로마인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공공성'을 발견한 민족이고, 비록 귀족과 평민간의 권력 갈등은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귀족이나 민중이나 예외없이 모두 조국과 국가 등 '공공'에 헌신한다는 마음가짐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다. 바로 그런 공공성이 로마를 위대한 제국으로 도약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반면에, 로마 멸망의 원인은 그러한 '공공성'의 상실에 있었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고대 로마를 단순한 공화정이 아닌 국정과 국방이 밀접하게 연관된 '공화정 파시즘' 혹은 '공화정 군국주의'로 이해한다. '파시즘'이란 저자의 표현에서 혹자는 '독재정치'와 '독재자'를 떠올리며 반감을 표하겠지만, 독재와 공화정의 공통분모가 '선제적 방위', 즉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라는 가치관이라고 지적한다. 히틀러의 현대적 파시즘이 독재와 군국주의의 결합이라면, 고대 로마의 파시즘은 공화정과 군국주의의 결합이다. 잘 알다시피, 로마인은 독재 정치와 독재자를 경계해 공화정을 옹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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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살리고 싶은 소녀
클라우스 하게루프 지음, 리사 아이사토 그림, 손화수 옮김 / 알라딘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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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대출증에 일일이 기입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 책벌레는 순수한 백지처럼 이름도 날짜도 없이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을 우연히 만나곤 한다. 따끈따끈한 신간 도서이거나 이름 없는 외국작가의 책이거나, 누군가 한 번쯤 뒤적여보았을 그런 두툼한 벽돌책이거나, 좀이 피기 직전의 상태 불량의 책들, 아니면 좀 있으면 단두대에 오를 그런 비운의 책들이거나다. 신간을 품에 넣으면 마냥 설레는 느낌과 미지의 호기심을 품게 되지만, 색이 바랜 낡은 책일 경우는 설레임과 동시에 까니리 액젖을 콜라로 알고 마시는 듯한 덜떠름함도 뒤섞인다.

장서에는 재능과 재력 두 가지가 필요하다. 나는 오래토록 국공립 도서관 뺨치는 개인 장서가로 살고 싶었지만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소장 도서의 수를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책을 처리하는 방식은 크게 기부, 증여, 그리고 분리수거다. 나는 먼저 기부와 증여를 열심히 실천했다. 나의 오랜 지적 여정과 동반한 도서관을 너무 사랑해서, 도서관에다 어릴 때부터 아끼던 책을 만 권 이상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정작 노골적으로 버려지거나 정기적으로 폐기되는 책들도 어마무시하게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현타가 왔다. 범생이에게 등교 지각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대다수 책벌레는 도서관에서 버려지는 책들이 종종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뒤늦게 알게 된다. 그때부터 나 역시 양심의 가책을 덜어가며 분리수거날을 기다릴 때도 없지 않았다.

주인공 안나는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책벌레다. 그리고 순진하게도 도서관에서 버려지는 책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노련한 도서관 사서 선생님의 조언에 힘입어, 안나는 아무도 빌려 가지 않는 책들을 살릴 방도를 마련하게 된다.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 한도의 도서를 대출하기 시작했다. 무려 50권이나 되는 책을 말이다. 안나는 책수레에 담아 온 책들을 읽고 또 읽었다. 신기하게도 우연히 빌린 한 권의 소설이 인생소설이 되곤 하는데, 안나 역시 그런 작은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그 인생소설은 다름아닌 『마법에 걸린 숲』이라는 책이다. 책의 주인공 발데마르는 작가와 동명의 인물인데, 정작 무명의 작가는 오래토록 베일에 싸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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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칸타타
김병종.최재천 지음 / 너와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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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예찬하는 최적의 장소는 어디일까. 초록색의 나무와 꽃으로 가득한 이름 모를 정원을 떠올리거나, 아니면 한강이나 지리산 같은 대표적인 자연경관을 떠올린 이도 있을 것이다. 노란 병아리옷으로 가득한 유치원 교실이나 아이의 첫울음이 울려퍼지는 산부인과 분만실을 떠올리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황량한 적막감이 감도는 사막이야말로 '생명'을 주제로 사색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바보 예수〉와 〈생명의 노래〉로 유명한 화가 김병종 가천대 석좌교수는 사하라 사막에 다녀간 후, "생명이 고갈된 사막이야말로 〈생명의 노래〉를 부르기 좋은 곳이 아닐까. 누가 알겠는가. 노래가 있다면 어느 날 사막에도 꽃이 피어날지."라고 썼다. 한국화가의 에세이를 읽게 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는데, 이렇게 그림과 더불어 읽어보니 색다른 감칠맛이 있다. 예술가의 궁극의 화두는 역시 생명일 수밖에 없다. 그에게는 '생명 화가'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사막 말고, 열대 정글 역시 생명을 노래하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열대 정글을 종일 누비던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에게는 '생명 과학자'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베스트셀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저자이고, 2012년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 제인 구달과 함께 '생명다양성 재단'을 설립한 창립 멤버이다. 그는 시인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 동물학과를 선택한 사연이나 국립생태원장이라는 새로운 도전까지, 자신의 생명애와 생명 탐구와 관련된 작지만 정말 중요한 개인사를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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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 숲속 현자의 내맡김 수업
마이클 A. 싱어 지음, 이균형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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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찾는 데 시간이 전혀 걸리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참나가 그러하다. 참나는 지금 여기서 바로 접속할 수 있다. 방법만 제대로 알면 말이다. 뭔가를 찾는 데는 장소의 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참나의 자리를 찾는 데에는 그런 장소의 이동이 불필요하다. 방법만 제대로 알면 말이다. 참나는 파랑새와도 같다. 외부에서 찾으려고 조바심을 내거나 안달하면 오히려 시간만 지체되고 애만 먹는다. 혹자는 엄청난 영적 고통의 과정을 거쳐야 참나의 자리에 이를 수 있다고 하지만, 붓다의 오랜 통찰처럼 극단적인 고행보단 중도가 오히려 참나를 만나는 참열쇠다. 심신을 닥달한다고 해서 내면의 평화와 자유가 얻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면의 자유와 평화, 내적 깨달음을 과연 어떻게 얻을 것인가. 영적 스승 마이클 싱어는 이 책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라이팅하우스, 2023)에서 참나를 자각하고 내면의 자유를 얻는 명상 수련법을 제시하는데, 기본적으로 내맡기기(surrender), 받아들이기(acceptance), 저항하지 않기(nonresistance)와 같은 마음챙김을 바탕으로 한다. 내적 자유와 평화를 훼방하는 장애물은 의식이 본능이나 습관처럼 향하는 외부세계, 마음(생각), 감정이다. 여기서 저자는 참나가 주는 해방된 삶(Living Untethered)을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개인의 마음은 세 가지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 여기의 층, 삼스카라(samskara)의 층, 개인적 생각의 층이다. 진정한 해방된 삶이란 이 세 가지 마음의 층을 극복하는 일이다. '지금 여기의 층'이란 현재의 외부세계의 경험이 펼쳐져 일어나는, 마음의 맨 첫 번째 층이다. '삼스카라의 층'은 경험과 결부된 과거의 이미지가 저장되어 있는, 마음의 두 번째 층이다. ‘개인적 생각의 층’은 삼스카라로 인해 생겨난 마음의 상처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의 세 번째 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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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심리를 읽는 마음사전 - 알아두면 평생 쓸모 있는 마음에 관한 모든 것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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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인간을 합리적인 이성적 존재로 본다면, 심리학은 인간을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존재로 본다. 과학과 논리를 중시하는계몽 이성의 힘은 정작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인도하는 무의식의 방대한 영역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우리 마음은 본질적으로 다변적이고 다층적이며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인간 마음의 영역을 크게 의식, 잠재의식, 무의식으로 삼분하고, 개인의 역사를 도입해서 우리 마음엔 감정적인 어린아이와 이성적인 어른이 공존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또한 아동기, 청년기, 성인기, 노년기에 작동하는 발달 단계적 특징과 마음의 기제를 살피곤 한다.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이 복잡하고 미묘한 마음을 보다 쉽게 들여다보는 방안으로 '마음사전'을 펴냈다. 백과사전식 구성이기에, 마음이 혹하거나 동하는 부분을 찾아 살펴 보면 된다. 가령 첫 테마는 우울증처럼 보이지 않는 우울증인 '가면성 우울증'에 대한 소개고, 마지막 테마는 '희생양이 존재하는 이유'다.

내가 마음사전에서 제일 처음 들여다 본 내용은 '까미유 끌로델을 통해 살펴보는 정신증'이었다. 잘 알다시피, 까미유 끌로델은 프랑스의 조각가 로댕의 연인이자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생을 마감한 천재 예술가다. 한때 시인 릴케가 쓴 로댕의 평전과 까미유의 오빠가 쓴 평전을 꼼꼼하게 읽은 적이 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천재 예술가의 빛과 그림자를 단박에 보여준 케이스가 로댕과 카미유 아닐까 싶다. 내가 까미유 평전을 읽었을 땐 그 예쁘장한 사진에 미혹되어 로댕과의 결별이 정신병을 촉발했고, 30년간 정신병동에 갇혀 지낸 것은 결국 "로댕의 음모와 가족의 무관심, 가부장적인 남성사회의 희생양"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저자는 카미유 끌로델을 전형적인 조현병 환자로 추정한다. 조현병은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의 이상에 의해서 증상이 생긴다. 조현병이 처음에는 '조발성 치매'라고 불렸던 대목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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