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슈퍼 에디션 : 옐로팽의 비밀 (양장) 전사들 슈퍼 에디션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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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치료사 옐로팽의 비밀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비밀은 옐로팽이 전사의 길을 포기하고 치료사의 길을 걷게 했다. 두 번째 비밀은 사안이 더 심각하다. 옐로팽이 '치료사의 규약'을 위반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전사의 규약과 치료사의 규약은 색깔이 다르다. 전사는 전투, 훈련, 순찰, 사냥 등의 기본 의무를 수행한다. 전사의 규약은 '의로운 전쟁'의 정당성을 지지하고 부족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과 (두발쟁이나 애완 고양이들을 비롯해) 타부족에 대한 배타성을 당연시한다. 한편, 치료사는 가정을 꾸리지 않으며 병자와 노약자를 돌보는 의무를 수행한다. 치료사의 규약은 전투에 개입하지 않는 비폭력 노선을 강조하고, 타부족 치료사와의 대화와 연대를 중시한다. 그런데, 옐로팽은 독열매로 누군가를 죽게 만드는 살업을 저지른다.

옐로팽의 첫 번째 비밀은 남의 고통을 고스란히 체감하는 초능력이다. 단순히 연민과 동정의 차원이 아니라 남이 겪는 고통과 아픔을 자기 몸으로 고스란히 느끼는 구체적인 초공감능력이다. 이런 남다른 재능은 전투가 일상인 전사 고양이로서 살아가는 데 매우 큰 장애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옐로팽은 전사의 길을 포기하고 치료사 세이지위스커의 제자(수습 치료사)가 된다. 결국 그림자족의 뛰어난 치료사가 되고 러닝노즈를 제자로 거둔다. 문제는 옐로팽이 전사의 길을 포기하면서, 젊은 시절 함께 그림자족의 지도자와 부지도자가 되기로 약속했던 남친 래기드스타(래기드펠트)와 사이가 소원해진다.

몸속에 애완 고양이의 피가 흐르는 래기드스타는 자기 출신에 매우 강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고, 결국 친부를 죽이는 만행을 저지른다. 래기드스타는 시더스타의 뒤를 이어 종족 지도자가 되지만 요절하고 만다. 그리고 그 뒤를 래기드스타의 아들이 이어받는다. 이 아들이 악당 중의 악당 브로큰스타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브로큰테일은 결국 자기 종족을 배신하고 수많은 고양이를 죽인 최악의 배신자로 전락한다. 운명은 유전하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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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예대의 천재들 - 이상하고 찬란한 예술학교의 나날
니노미야 아쓰토 지음, 문기업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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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는 인연이 먼 편이다. 특히 미술 분야는 내 일상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가끔 미술관을 찾는 편이지만, 미술을 내 일상생활에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그래도 목공이라면 배워보고 싶은 열망이 아직은 있다. 연필깍이나 보드 타공의 수준에서 목재로 뚝딱뚝딱 뭔가를 만드는 심오한 차원으로 나아가고 싶다. 한편, 음악 분야는 겉보기엔 미술보다 형편이 더 나아보인다. 가령 매일 음악을 듣고 있고, 꽤 많은 음반을 소장하고 있다. 흠, 일상 속에 음악이 흐른다.

하지만 속을 까보면 정작 미술보다 더 형편없다. 첼로 연주를 즐겨 듣지만, 첼로 연주회에 가본 적도 없고, 주변에 알고 지내는 첼리스트도 없다. 더구나 첼로를 배워볼 염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게 최악이지 싶다. 예술은 소질이나 재능도 중요하지만 어릴 때부터의 조기교육도 필수다. 한국이 문화선진국이라고 하지만, '1인 1악기'는 여전히 요원한 꿈이다.

프로의 길을 지향한 젊은 예술가들은 어떤 일상을 보낼까. 어떤 작품을 만들고 어떤 고민을 할까. 여기, 동경예술대학교 학생들을 취재한 흥미로운 방문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일본의 호러소설 작가 니노미야 아쓰토인데, 아내가 동경예대 조각과 출신이기에 가능한 취재였다. 동경예술대학교는 전신인 동경미술학교와 동경음악학교를 포함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본 최고의 종합예술학교다. 한마디로 예술혼을 불태우는 일본의 젊은 천재들이 우글대는 엘리트 학부다. 입시 경쟁률과 난이도는 오히려 도쿄대보다 우위라는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경예대 출신 예술가로는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 등이 있다.

동경예대 학부는 미술학부 7개과와 음악학부 7개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에노, 토리데, 요코하마, 센주 총 네 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본교는 우에노에 있는데, 우에노 동물원, 국립과학박물관, 도쿄문화회관, 국립서양미술관 등 여러 문화시설이 늘어선 동네다. 우에노 역을 등진 왼쪽은 '미술캠(미술학부)'으로, 회화, 조각, 공예, 건축 등의 학과가 있고, 오른쪽은 '음악캠(음악학부)'으로,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작곡, 지휘 등의 학과가 있다.

두 캠의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이다. 뭐랄까, 음악캠이 외부인에 다소 폐쇄적이고 까탈스럽다면 미술캠은 개방적이고 호의적이다. 학생들 스타일도 대조적이다. 음악캠 학생들이 방송인처럼 외모에 신경을 쓰는 세련된 인싸 스타일이라면, 미술캠 학생들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개성이 강렬한 아싸 스타일이 많다. 예술이 일상인 젊은 청춘들의 현실과 꿈을 밀착취재하고 있는 재미난 르포물이기에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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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안의 애착을 돌아보기로 했다
오카다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초록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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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만병통치약이다. 반대로, 사랑의 부재는 만병의 근원이다. 일부 심리학자는 사랑을 종종 '애착'으로 번역해서, 불안정한 애착을 만병의 근원으로 간주한다. 애착은 인생 초기에 아이와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관계를 말한다. 양육자와의 애착이 안정되면 대인관계에서 원만한 사회성을 보이고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반면에 양육자와의 애착이 불안정하면, 대인관계나 감정조절에서 큰 문제를 겪게 된다. "오늘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애착장애 때문이다." 일본 정신과 전문의 오카다 다카시의 말이다. 그는 애착모델에 근거해 환자를 치료하는 애착장애 전문가다.

오카다 다카시는 신작 《나는 내 안의 애착을 돌아보기로 했다》(초록북스, 2024)에서 애착장애를 '죽음에 이르는 병'에 빗댄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본래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가 '절망'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던 유명한 비유다. 그런데 저자가 보기에, 애착장애야말로 "생존을 어렵게 만들고, 고된 삶과 절망을 가져오며, 만성적으로 죽음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의미에서" 진정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철학자 키르케고르와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 미스터리 문학의 원조 에드거 앨런 포를 애착장애에 시달린 대표적인 유명인의 예로 언급한다.

애착은 성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이고, 개인의 심리 상태와 행동 전반을 지배한다. 그리고 애착은 사랑의 틀과 방식, 대인관계의 정상성 여부를 좌우한다. 성인의 경우, 애착의 유형은 크게 다음 네 가지다. 안정형, 불안형(집착형), 회피형(애착 경시형), 미해결형. 저자는 불안형의 예로 다자이 오사무를, 회피형의 예로 미시마 유키오를 콕 집어 언급한다.

불안정한 애착은 우울, 불안 장애, 긴장, 의존증, 섭식장애, 감정기복,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불륜, 이혼, 독신, 섹스리스, 가정폭력, 등교 거부, 은둔형 외톨이, 발달장애 등 수많은 정신적 문제들의 원인이 된다.

"사실 '경계성 인격장애', '섭식장애', '아동 기분장애', 'ADHD'는 불안정한 애착과 연관성이 깊을 뿐 아니라 어렸을 때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불안정한 애착을 보인 아이에게서 발병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 증명되었다."(45쪽)

일반적으로 신체적 학대와 심리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심각한 애착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애착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기지'의 부재다. 안전기지란 주로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주는 안정된 애착의 기반 역할을 해주는 든든한 사람을 말하지만, 굳이 사람이 아닌 그런 심신 안정 효과를 지닌 일과 취미, 심지어 신념과 철학까지도 포함한다. 핵심은 애착을 안정시키는 안전기지가 되는 존재와의 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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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 된 어느 흑인 사형수 - 가장 악명 높은 감옥의 한 무고한 사형수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자비스 제이 마스터스 지음, 권혜림 옮김 / 불광출판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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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회 부조리를 폭로하고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증언하고 사이비 조직의 추악한 민낯을 들추는 고발 탐사 저널리즘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네모난 내 손 안의 디지털 미디어는 왕따, 폭력, 학대, 성추행, 강간, 중독, 사기 등의 각종 불쾌한 이슈를 편하게 구경할 수 있는 화려한 무대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가난한 무명 흑인의 고통과 아픔을 다룬 미국식 트라우마 문학은 한국의 장삼이사에게 비현실적인 거리감과 지울 수 없는 위화감을 간혹 남기고 만다. 다 마시고 난 머그잔의 커피가루처럼 말이다.

여기 한 흑인 사형수가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비극적인 가정사를 시작으로 잡다한 일탈과 일련의 범죄를 거쳐, 결국은 악명 높은 감옥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사연을 회고한 성장 에세이다. 죄수의 이름은 자비스 제이 마스터스. 1981년 열아홉 살에 저지른 일련의 무장 강도 사건으로 샌 퀜틴 교도소에 송치되었다. 1985년 6월, 교도관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자비스는 억울하게도 교도관 살인 공모 혐의라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한창 나이인 23세 때부터 무작정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인종과 성별, 국적을 막론하고, 성인 교도소를 종착지로 삼은 죄수의 성장기는 매우 엇비슷한 점이 있다. 특히 죄수가 빈민가 출신의 흑인 소년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위탁 가정, 소년의 집, 캠프를 전전하다 소년원에 가게 되고, 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지 않는다면 감옥을 학교 삼아 들락날락하게 되는 그런 루틴 말이다. 우리는 자비스가 힘겹게 볼펜 심지로 눌러쓴 글에서 가난과 폭력, 방치와 학대, 위탁 가정의 빛과 그림자, 가출과 유랑, 노숙, 트라우마, 헤로인 중독, 범죄로 얼룩진 동네를 만나게 된다.

어머니와 의붓아버지, 네 남매(샬린, 자비스, 버디, 칼렛)가 살아가는 집은 기실 마약 소굴이었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범죄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비스의 어머니는 약쟁이에 매춘부였고, 의붓아버지는 마약상, 큰형과 사촌은 폭력을 숭배하는 갱스터였다. 고향 마을에는 크고 작은 갱들이 바퀴벌레처럼 우글거렸다. 가까운 피붙이들과 죽마고우들이 말그대로 원수였고, 집안에서까지 늘 범죄에 노출되어 있었다.

공판이 시작되자 한 민간 조사관이 그에게 명상서를 건네 준다. 자비스는 진정한 내면의 자유를 도모하는 불교식 명상이 가슴에 와닿았다. 여전히 분노의 불길이 가끔 치솟곤 했지만, 그래도 교도소에서 할 수 있는 한 이타적인 일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성실한 방청소와 소유품의 나눔이 그러하다. 시절인연으로 티베트 금강승인 차그두드 툴구 린포체를 스승으로 섬기게 되고, '비폭력'과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는 두 가지 서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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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워즈 라임 어린이 문학 47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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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로 살다간 아프리카 흑인 쿤타킨테의 고통과 눈물에는 쉽게 공감하면서도, 막상 갱들이 출몰하는 무법지대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미국 흑인 가족의 고통과 눈물에는 좀처럼 좁히기 힘든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낯선 위화감이 언제나 모래 앙금처럼 가슴에 남는다. 물론 한국 사회에도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는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는 심각한 중독자도 없고, 총에 맞아 죽은 이도 없다.

적지 않은 흑인 문학을 접했지만, 내겐 그렇게 생생한 날것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음침한 범죄의 희생양이 되거나 가해자가 되거나 혹은 구제불능의 약쟁이가 되거나 하는 스토리가 내겐 얼마간 인스턴트 감미료와 같은 가공의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가령 뉴베리 아너 상을 수상한 제이슨 레이놀즈의 『롱 웨이 다운』을 읽었을 때, 형이 갱에게 살해당했다, 그래서 복수하겠다는 흑인 소년의 목소리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더랬다.

이번에 역시 뉴베리 아너 상을 수상한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의 『파이팅 워즈』(라임, 2024)를 읽었지만, 성추행을 당한 흑인 자매인 델라와 수키의 용기 있는 증언에 공감은 가지만서도 공명까진 아니었다. 작가가 수키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끝내 손목을 그은 이유, 즉 트라우마의 원인인 성범죄를 가급적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전개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루밍 성범죄자와 관계된 묘사나 설명을 극도로 배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살벌한 이야기의 살벌함을 최대한 덜어내는 중화된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성폭력, 자살 시도, 필로폰, 문신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폭력적인 단어나 거친 표현이 거의 나오지 않는 연유다.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지만, 틀에 박힌 인권 교과서적인 전개에 다소 답답한 구석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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