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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2 ㅣ 팡세 클래식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카나 그림, 보탬 옮김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10월
평점 :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은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의 성장과 우정, 사랑을 그린 소녀소설의 고전이자 가족소설의 백미다. 어릴 때의 독서는 등장인물 성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해서 문학소녀인 조를 내 분신처럼 여기곤 했다. 책과 글을 사랑하는 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이남일녀 가운데 내가 서열상 둘째인 이유도 있고, 피아노는 배운 적도 없고 그림에 별다른 소질도 없던 더벅머리 소년인지라 더욱 그러했다. 사실 조는 저자 루이자 올컷의 분신이기도 하다. 초등고학년의 눈높이로 볼 때, 만약 이 네 자매 가운데 한 명과 결혼을 해야 한다면 메그와 하고 싶다는 엉뚱발랄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현모양처에 가장 어울리는 베필감이 장녀 메그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작은 아씨들』 원서가 무려 네 권이나 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빨강머리 앤』의 원서가 여덟 권이나 된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어쩐지 어릴 때 본 소년소녀 명작문고판 『작은 아씨들』에선 조의 결혼 이야기가 없었던 것 같은데, 원작에 기반한 영화에선 조와 에이미의 결혼 장면이 나와 놀란 적이 있다. 동심의 아름다운 추억을 무참히 깨부수는 기묘한 에피소드랄까.
19세기 작은 아씨들의 인생 궤도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 있다면 분명 결혼과 출산일 것이다. 영화는 매번 챙겨보았지만, 반백의 나이가 되어서야 마치가의 작은 아씨들이 배우자를 만나고 가정을 꾸리는 후속편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네 자매는 정말 열정과 예술적 재능이 넘쳤다. 이제 남은 건 사랑과 결혼, 아내와 어머니가 되는 일이다. 『작은 아씨들1』이 마치가 네 자매의 어린시절을 그렸다면, 『작은 아씨들2』는 자매들이 짝을 만나고 베스의 죽음이라는 상실을 극복하면서 더욱 성장하는 서사를 담았다. 특히 예전엔 전혀 주목하지 못했던 에이미의 성장 서사가 나름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