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당 사자소학 -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첫 인문학 공부
박연주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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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안다,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직장에서 스마트한 실적을 내려면 문해력은 필수 자질이다. 문해력을 올리는 비결은 독서와 한자어 교육이다. 국어의 칠할이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한자어 교육은 어휘력과 문해력을 단련하고, 생각의 크기와 인성 함양까지 도와주는 부수적 효과가 매우 크다. 조선 시대 아이들이 『천자문』과 『사자소학』으로 한문을 배운 이유가 단지 이 두 교재가 한자어 교육의 입문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잘 알다시피, 두 교재 모두 아이들의 도덕지능과 사회지능을 높이는 명실상부한 고전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한자어 교육 입문서로 특정 교재를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자성어나 공자의 논어 구절 가지고서도 얼마든지 아이에게 기초 한자어 교육과 인문학 공부의 기초를 쌓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추세를 보니, 현지 초등교사들은 어린이의 문해력을 키우는 교재로 『천자문』보다 『사자소학』을 더 애용하는 것 같다. 또한 '공자왈맹자왈' 하는 한문 실력 양성보다도 한자어 교육을 통한 어휘량 증폭에 더 주목하는 편이다. 『사자소학』은 동양 고전에서 윤리적인 문구를 골라 네 글자씩 재구성한 생활 예절서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충효 사상이나 효자와 충신 이야기에 관심이 많지 않다. 하지만 『사자소학』은 아이들이 익혀야 할 기본 한자와 더불어 반드시 알아야 할 생활 예절을 담고 있어서 초등 교사와 학부형의 입맛에 잘 맛는 편이다. 부모라면 아이가 "부생아신(아버지께서 내 몸을 낳으시고), 모국오신(어머니께서 내 몸을 기르시고), 복이회아(배 속에 나를 품으시고), 유이포아(젖으로 나를 먹여 주셨다)"의 구절을 종알대는 모습이 얼마나 예뻐 보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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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리더의 법칙 - 세계 최상위 파일럿의 10가지 리더십 트레이닝
가이 스노드그라스 지음, 명선혜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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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실종의 시대다. 축구 대표팀을 둘러싼 뉴스와 가십이 한창 뜨겁다. 팀워크를 흔든 선수 개인의 인성 논란도 문제이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 부재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 축구를 아끼는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다. 무능하고 뻔뻔한 감독을 거액을 들여 모셔온 축구협회의 책임감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치 한 상 잘 차려놓은 집에 강도를 불러온 꼴이나 매한가지다. 감독도 협회도 하나같이 리더십 부재의 병폐를 선보였다. 참새를 무서워하는 허수아비가 떠오른다. 참새를 물리치려고 세워 놓은 허수아비가 참새를 겁내서야 쓰겠는가. 그런 허수아비라면 뽑아내야 한다.

축구는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작은 전쟁과 다를 바 없다. 축구 대표팀을 가리켜 '태극전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목숨을 걸지 않았을 뿐 모두 전쟁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경기장을 개인 놀이터로, 시합을 패거리 소꼽놀이로 보는 이들이 일부 있는 것 같다. 손자병법에 이르길, 장수는 지혜, 신뢰, 인애, 용기,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국대 선수 개개인이 그런 덕목을 갖추고 있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는 지도자인 감독이 지녀야 할 덕목이다. 감독의 전략전술이 눈에 보이지 않고, 팀내 화합에 그저 팔짱만 낀 채 방관하면서 경기에서 지면 선수 탓이나 하고 있으니 기가 찬다. 패장 감독은 패장 감독이 보여야 할 바른 태도와 자세가 있는 법이다. 그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하나. 결단력도 엄격함도 배려도 통찰력도 성실함도 전부 엉망인 최악의 감독이지 않았나 싶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책 한 권 추천하고자 한다. "세계 최상위 파일럿의 10가지 리더십 트레이닝"을 소개한 《탑건 리더의 법칙》(현익출판, 2024)이란 책이다. 탑건은 말그대로 세계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를 배출하는 미국 최정예 군사기관이다. 축구 대표팀 감독도 최정예 파일럿을 훈련시키는 탑건 교관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탑건 훈련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자질은 다음과 같은 10가지 리더십이다.

①전날보다 나은 하루가 되도록 매일 최선을 다하라.

②기준에는 타협도 관용도 있을 수 없다.

③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할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④팀이 성공하려면 모두가 제 몫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⑤실생활에서 열에 아홉은 노력이 영감을 능가한다.

⑥양이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⑦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성공확률은 0이다.

⑧홀로 비행하면 홀로 죽는다.

⑨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먼저 전하고 자주 언급하라.

⑩적극적으로 나서서 내 편을 만들어라.

"기준에는 타협도 관용도 있을 수 없다", "홀로 비행하면 홀로 죽는다"는 말이 왜 이리 울림있게 다가오는 것일까. 특히 "팀이 성공하려면 모두가 제 몫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매우 상식적인 조언이 새삼 무척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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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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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하학의 끝판왕이 바로 '음식남녀'다. 식욕의 충족과 색욕의 만족은 행복감과 즐거움의 토대가 된다. 다시 말해서, 도파민의 대명사가 식욕과 색욕이지만, 간혹 중독의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음식남녀가 삶의 조미료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로 인생의 의미나 진지한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식욕과 색욕은 정비례 관계이지만, 사람에 따라 저울의 평형추가 달라질 수는 있다. 가령 나폴레옹이나 케네디는 색욕이 식욕을 앞선 대표적인 케이스다. 다만 둘 다 스테미너는 토끼 수준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 강영운은 《역사 속 성문화, 사색》(인물과사상사, 2024)에서 서구의 흥미로운 성 문화를 크게 '주제 편'과 '인물 편'으로 나누어 폭넓게 다루고 있다. 책의 부제는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이고, 담론 주제는 매춘, 포경, 자위, 포르노, 성기, 키스, 나체, 누드, 불륜, 목욕탕, 동성애 등 매우 다양하다. 주제 편의 경우, 성과 성애를 겨냥한 인문교양서답게 깊은 맛은 없어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가령 '그리스 석상의 성기는 왜 이렇게 작나', '민주주의를 만든 포르노', '고대 목욕탕에서 이루어진 성매매', '왜 자위와 몽정은 죄악이었나' 등 꽤나 솔깃한 소재들이다. 고대 그리스의 성 문화와 고대 로마의 성 문화가 꽤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령 그리스인은 목욕을 치료의 도구이자 경외의 느낌으로 바라봤지만, 로마인은 목욕을 쾌락과 방탕의 느낌으로 바라보았다.

한편, 서구의 성 문화에 빠질 수 없는 감초 인물로 사드 후작, 허레이쇼 넬슨, 헨리 8세, 괴테 등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인물로는 금서로 지목된 《즐거운 사라》의 작가 광마 마광수가 등장한다. 광마의 문학을 노골적인 야설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학의 참된 목적은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탈출이요, 창조적 일탈이다"라는 광마의 일갈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한편, 성매매 업소에서 살았던 화가로 앙리 드툴루즈로트레크가 소개되고, 남편 친구와 누드 사진을 찍은 소설가로 마리 드 레니에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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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박물관 에세이 - 문화·예술·역사가 궁금한 십 대에게 들려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 이야기
강선주 외 지음 / 해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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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촌과 안동 하회마을도 박물관일까? 박물관이라고 볼 수 있다. '박물관'이나 '뮤지엄'으로 표시된 것만 박물관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미술관, 과학관,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 기념관과 같이 박물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박물관에 포함된다. 박물관은 역사, 자연사, 미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수집, 보존, 전시하는 곳이다. 크게 보면 박물관은 미술관을 포함한다. 미술관은 미술 자료만을 수집, 보존, 전시하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뮤지엄을 박물관으로, 아트 뮤지엄이나 갤러리를 미술관으로 번역한다.

방학이 되면 부모는 자녀의 안목을 넓혀주기 위해 새로운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열심히 물색하곤 한다. 그런 장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박물관이다. 박물관 운영의 주요 목적은 교육, 향유, 연구, 전시 등이다. 그런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전시 소개하는 박물관은 몸과 마음의 휴식공간, 치유공간이 될 수도 있다. 가령 유대인 학살이라는 참사를 기념하는 공간인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희생자의 추모는 물론, 집단기억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힐링 장소이기도 하고, 진지한 반성과 이해를 통해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참교육하는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나 역시 박물관의 고즈넉함과 치유 기능을 즐길 때가 있다. 다만 동네 근처에 박물관이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언제나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박물관의 큐레이션과 큐레이터가 중요한 이유다. 큐레이터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자료나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주로 '전시 기획자'로 불리지만, 큐레이터는 원래 중요한 유물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수장고 열쇠를 지닌 사람'을 뜻하는 용어였다. 지금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특정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시각을 가지고 연구, 분류, 기획하는 업무를 큐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큐레이터가 될려면 어찌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박물관 큐레이터는 고고학, 미술사학(고전), 역사학 등을, 미술관 큐레이터는 미술사학(근현대), 미학, 예술학, 미술 이론 등의 전공과목을 이수하여 관련 분야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 채용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유사한 직종에서 경험을 쌓고 실무 능력을 갖출 필요도 있습니다."(104쪽)

박물관에서 일하는 프로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큐레이터 외에도 보존과학자, 아키비스트, 에듀케이터와 홍보 전문가 등이 있다. 보존과학자는 전시장에 도착한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키비스트는 공공 기록과 자료를 전문적으로 수집ㆍ관리ㆍ서비스하며, 에듀케이터는 전시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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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 간신학 간신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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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간신 시리즈'는 읽을 때 주의해야 한다. 자칫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폭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두 번 접하는 인간 말종 이야기가 아니라 역대 극악무도한 간신의 수법을 적나라하게 수집한 백과전서 형태의 '간신 탐구서'이기에 그러하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간신은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이기적인 면을 극악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자들이다. 여기서 '극악의 수준'이란 치밀하고 악랄하고 끈질기고 다양하고 전방위적이라는 얘기다. 간신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책 《간신: 간신학》(창해, 2024)은 간신의 간악한 수법만을 따로 모은 탐구서다. 70개의 '간신의 기술'과 더불어 역대 간신 약 100명의 엽기 변태적인 간행을 선보인다. 저자 김영수는 간신이 구사하는 다종다양한 수법을 '간사모략'이라 부른다. 그리고 "간사한 자들의 행적과 행동양태를 분석하고 비판하고 그에 대비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애써 강조한다. 간신은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약한 심리를 철저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다.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우리가 간신들의 보편적인 간사모략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여러 간신의 기술 가운데, 저자가 제일 처음 제시하는 것은 '대간사충, 대사사신'이다. 큰 간신과 큰 속임수는 충성스러워 보이고 믿음직해 보인다는 뜻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온몸에 소름이 돋고, 무릎을 절로 치게 만든다. '큰 간신은 충신처럼 보인다'는 대간사충에 비하면 '말은 꿀 발린 것처럼 달콤하지만 뱃속에는 검을 감추고 있다'는 구밀복검이나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다'는 소리장도는 양반이다.

역대 간신은 오늘날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드는 흉악 범죄자들의 선조격이다. 나는 사서에 등장하는 이런저런 간신 유형이 현대인이 조심해야 할 네 가지 문제적 인간 유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로 '어둠의 성격 4총사'로 불리는 사이코패스, 사디스트, 자기도취증 환자, 마키아벨리스트다. 특히 사이코패스와 마키아벨리스트가 간신배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피상적 매력, 병적인 거짓말, 후회 혹은 죄책감 결여, 반사회적 행동, 자기중심성, 공감능력 결여 등이다. 마키아벨리스트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아니즘은 대인관계에서 표리부동한 스타일, 도덕성에 대한 냉소적 무시, 사리사욕과 개인적 이득에 초점 맞추기 등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서, 어둠의 성격 4총사가 조직 내에서 권력을 잡을 때 이른바 간신이 된다고 보면 된다.

간사모략의 마인드를 '간신 마인드'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불가에서 말하는 육도윤회 개념을 빌린다면, 간신 마인드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 육도 가운데 '인간 마인드'를 저버린 나머지 다섯 상태가 아닐까 싶다. 불가의 육도는 마음 상태를 지시하기도 한다. 가령 간신배가 뭔가에 상처를 받으면 마음이 지옥처럼 변해 화와 공격성을 쏟아내고, 만족을 모르는 아귀처럼 변해 끊임없이 뭔가를 갈구하기만 하고, 축생처럼 탐욕과 성욕에 빠져들거나, 아수라처럼 자기보다 잘난 이들에겐 사악한 질투심을 쏟아내고, 자기에게 아부하거나 아끼는 이들에겐 막 퍼주곤 한다. 결국, 간신이란 인간 마인드를 상실한 말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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