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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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의회는 민주주의의 보증수표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이 습격당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의 소행이었다. 트럼프는 일립스 공원에 모인 지지 군중들에게 정치적 폭동을 선동했다. 의사당까지 행진하고 의원들에게 똑바로 행동하라는 압박을 가하라고 말이다. 의사당 포위는 네 시간 이상 지속되었고 무려 다섯 명이 사망했다. 미국 의사당의 습격 사태는 미국의 민주주의 쇠퇴를 제대로 보여준 케이스다. 그리고 올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노골적으로 지향하는 트럼프 정권의 재집권이 민주주의의 쇠퇴 조짐을 다시금 입증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두 번째 내전이 일어날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의 정체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독재와 민주주의 그리고 독재도 민주주의도 아닌 중간 상태인 아노크라시다. 미국의 내전 전문가 바버라 F. 월터는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열린책들, 2025)에서 정체의 이행(아노크라시), 파벌화, 극단주의, 소셜 미디어 등을 내전이 일어나는 계기적 요소로 간주한다. 보스니아, 우크라이나, 이라크, 시리아, 북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현대의 내전은 예측 가능한 각본에 따라 진행된다. 저자는 "2010년 이래 해마다 세계는 민주주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나라보다 내려가는 나라가 더 많은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뭐, 한국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전형적인 독재 국가와 가장 민주적인 체제에서는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권력 공백과 불균형으로 특징지어진 아노크라시 경계에 진입한 정체 이행의 나라들이다. 예컨대 독재가 무너지고 민주제로 이행하는 나라와 민주제에서 독재로 변하려는 나라에서 내전이 벌어진다. 내전의 촉매제는 소셜 미디어다. 허위 정보와 가짜 정보가 넘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내전으로 이어지는 조건을 부추기는 완벽한 촉매제다. 덕분에 사회적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사기꾼, 음모론자, 트롤, 선동가, 반민주주의자 등이 득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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