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규칙
다카하마 마사노부 지음, 하야시 유미 그림, 임민정 옮김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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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정답은 없어도 규칙은 있다. 인생의 규칙이란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최선의 행동 방침을 말한다. '최고'까지는 모르겠지만,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선'의 태도가 바로 인생의 규칙이다. 가령 '기소불욕 물시어인' 같은 고전 황금률이 대표적이다. 일본 어린이들의 인생 멘토 다카하마 마사노부가 알려주는 인생 규칙은 총 50개다.

저자가 꼽은 첫 번째 인생 규칙은 "좋은 말보다 좋은 행동을 한다"이다. 나는 좋은 행동의 가장 비근한 예가 청소와 주변 정리라고 생각한다. 청소나 설거지를 게을리하거나 자기가 머문 자리를 말끔히 정돈하지 않는 이들은 기본이 안 된 것이다. 저자는 "작은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자"고 했는데, 오십 넘게 살아보니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일들은 거개가 작은 일들이다. 따라서 "기본을 잘 지키는 사람이 1%의 리더가 된다."는 저자의 견해에 완전 공감한다.

사람을 판단할 때는 말보다 행동으로 평가해야 한다. 물론 사람을 알려면 말을 먼저 들어봐야 한다. 말을 잘하면 일단 유능하다는 평판을 얻기 쉽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라는 말이 있지만서도, 대중들은 여전히 침묵의 달인보다는 화술의 달인을 더 추앙한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 삐끗할 때는 언제나 행동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단지 말만으로 사람을 믿기엔 이미 황홀한 이야기꾼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특히 한국은 '사기공화국' 혹은 '사이비공화국'이란 불명예가 꼬리표처럼 붙곤 한다. 세치 혀로 사람을 비행기 태우고 등쳐먹는 꾼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보다 중해져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나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은 모두 올바른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어릴 때일수록 바른 습관을 들여야 하고, 이는 결국 이후의 성장과 발전에 든든한 발판이 되어준다. 이런저런 좋은 습관들이 있는데, 저자는 우선적으로 '비판적 사고' 습관을 강조한다.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다"는 조언이 바로 그러하다. 나 역시 인지 능력 가운데 기억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건전한 의심과 호기심을 품은 비판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저자는 "길을 잃었을 때는 고된 쪽을 선택한다"는 조언을 들려준다. 불편함을 견디고 실패를 발판으로 삼는 힘과 용기, 회복력을 기르는 것은 힘들지만 매우 값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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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씽 -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의 가치
앤디 앤드루스 지음, 김정희 옮김 / 드림셀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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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사소한 것이 승패와 득실을 좌우한다. 탁월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가령 올림픽 시합에서 1등과 2등을 가르는 것은 아주 작은 차이다. 비단 엘리트 선수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장삼이사에게도 해당한다. 우리가 날마다 행하는 반복적인 작은 움직임을 '리추얼'이라고 한다면, 일상의 리추얼이 더 나은 삶을 마련하는 질적인 도약의 발판이 된다. 반복하는 사소한 것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다. 뉴스와 역사 파일을 뒤지면 아주 작은 차이로 인생이나 역사의 판도가 드라마처럼 뒤바뀐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명한 자기계발서 작가 앤디 앤드루스는 《리틀씽》(드림셀러, 2024)에서 탁월한 성취의 비결로 작고 사소한 관점과 행동을 강조하고, "당신이 하거나 하지 않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따라 인생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단언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지만, 기실 천사도 작은 디테일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저자는 전작 《폰더 씨의 위대한 결정》에서 솔선수범하는 작은 도움과 사소한 나눔의 실천이 결국 지구와 인류를 파멸의 묵시록에서 구하는 희망의 열쇠라는 이야기를 강조한 바 있다. 이제는 거시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탁월한 성취로 이끄는 '작은 디테일'의 잠재력과 파워를 들려준다.

바다에서 보트를 몰아본 적이 있는가. 보트 나침반의 16분의 1인치 오차 때문에 망망대해를 정처없이 떠돌 수 있다. 행동과 관점의 작은 변화가 누군가의 인생 드라마를 역전시키기도 하고, 재난 상황에서 누군가의 목숨을 건지기도 한다.

"인생의 나침반은 보트의 나침반과 동일한 원리에 의해 움직이며 동일한 이동측정값을 산출한다. 작은 움직임이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오랜 시간 동안 작은 움직임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고개를 들어볼 때 자신이 있던 곳에서 항상 꿈꿔왔던 곳으로 정확히 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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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있는 당신께, 다르마 톡
영화 지음, 대지 외 옮김 / 어의운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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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구하는 수행자는 사막의 선인장 같다. 구도자가 깨달음을 얻는 것은 사막의 선인장이 가시에 꽃을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기다란 잎을 굵은 가시로 만든 선인장처럼, 구도자는 삶의 고난과 시련을 인고하여 복을 짓는 수행의 에너지로 사용한다. 인고의 원동력은 진리, 다르마에 대한 타는 목마름 덕분이다. 끝내 꽃을 피우는 선인장은 복이 있다.

《복 있는 당신께, 다르마 톡》(어의운하, 2024)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출신의 스님, 영화 선사의 대중 법문집이다. 참선, 염불, 참회, 약사불, 업, 보시, 복 등의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준다. 영화 선사는 중국 위앙종 9대 조사인 선화 상인의 직전 제자로, 선과 정토를 함께 수행하는 선정쌍수를 강조한다. 다시 말해서, 자력구제인 선과 타력구제인 염불을 같이 닦는 것을 강조하기에, 선 명상의 방법과 경지, 그리고 염불선에 대한 법문 내용이 핵심이다.

먼저 명상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세속적 명상, 마음챙김(상좌부명상, 정념명상), 그리고 대승 명상이다. 세 종류 명상의 차이는 목표의 본질에 있다. 세속적 명상이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이 목표라면, 마음챙김 명상은 궁극적으로 고통을 끝내고 안락을 얻는 것이며, 대승 명상의 목표는 견성성불이다. 잘 알다시피, 소승은 아라한을 지향하고 대승은 보살을 지향하는데, 보살의 견성이 아라한의 경지보다 위다. 영화 스님은 선 명상의 방식에 있어서 전통적인 결가부좌의 자세와 하단전보다 배꼽에 대한 집중을 중시한다. 같은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인 선사인 틱낫한 스님에 대한 평이 법문에 살짝 나오는데, 그리 좋지 않아 깜놀했다.

영화 스님은 복을 짓는 세 가지 방법으로 보시, 지계, 명상을 언급한다. 한편, 염불선에 있어서 약사여래를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 한자문화권의 염불선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이 지배적인데, 영화 스님은 질병을 치유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며 재앙을 소멸시키는 약사여래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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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탐구 - ‘좋아요’와 구독의 알고리즘
올리비아 얄롭 지음, 김지선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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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스타는 스스로를 '스타'라 말하지 않고 '공인'이라 말한다. '스타'는 '영웅'이나 '월드 클래스'처럼 언제나 남의 입에서 나와야 진짜다. 그래서그런지 구독자가 백 만이 넘는 디지털 인터넷 세상의 유명인 스타도 스스로를 '인플루언서'라고 좀처럼 말하진 않는다. 블로거, 브이로거, 인스타그래머, 유튜버 등 다종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지명도가 있고 인기가 넘치는 유명인들은 스스로를 '공인', '크리에이터', '커뮤니케이터'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내 기억에, 국내 인기 초절정 유튜버들 가운데 스스로를 '인플루언서'라고 칭하는 이는 없었다. 거개가 자기 스스로를 '크리에이터'나 '커뮤니케이터'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소셜 미디어 산업에서 인플루언서들은 "인기, 출세 지향과 권위라는 강력한 조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는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 둘 가운데 젠더별과 콘텐츠별로 더 선호하는 용어가 있는 듯하다. 인플루언서 산업을 폭넓게 조사한, 광고인 출신의 트렌드 분석가인 올리비아 얄롭은 《인플루언서 탐구》(소소의책, 2024)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플루언서'가 전통적으로 여성화된 분야, 즉 패션, 뷰티, 인테리어, 신체 긍정,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가족의 범주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면, '크리에이터'는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온라인의 어느 단일한 정체성에 머무르지 않는다."(47, 48쪽)

인플루언서든 크리에이터든 용어가 남발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요즘은 바야흐로 인플루언서의 시대다. '좋아요'와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양산하는 인플루언서와 온라인 크리에이터는 현대 디지털 문화의 최신 지형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핵심 지도다.

"인플루언서들은 고용에서 긱 노동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향하는 거시적 이동을 나타내는 한 예시이자, 더 폭넓은 문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소우주다. 심미적 외관과 수명이 짧은 콘텐츠 아래서 인플루언서의 성장은 플랫폼, 권력, 알고리즘, 원자화, 관심, 탈집중화, 그리고 네트워크의 서사다. 그것은 제도보다 개인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장을 수호한다."(58쪽)

그러고보니 인플루언서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고도자본주의 문화의 십자군 혹은 선지자 같은 존재들이다. 저자는 머지않아 모든 회사가 미디어 회사가 되고, 모든 사람이 브랜드가 될 것이며 모든 것이 인플루언서 원칙에 복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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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 생사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세계 최고 소아신경외과 의사 이야기
제이 웰론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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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신경계에 대한 공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까운 지인의 두부외상으로 신경외과를 여러 차례 외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소아신경외과의 이야기는 처음 접한다. '백세시대'라는 유행어가 마치 차디찬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날카롭게 꽂히게 만드는 유일한 곳이 바로 소아중환자실 아닐까 싶다. 아픈 아이를 보는 일처럼 딱하고 무기력하고 침울한 일도 없다. 대학병원의 엘리베이터가 적막한 소아암병실 층에 서거나, 어쩔 수 없이 아이 울음소리가 울리는 소아내과 쪽을 종종걸음으로 지나쳐야 할 때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알다시피, 신경외과는 뇌출혈, 뇌종양 등 뇌와 척수를 비롯해 신경계에 생긴 질환을 수술하고 치료한다. 수술은 급하고 회복은 더디고 모든 여정이 녹록치 않은 일이다. 수술은 정밀함과 속도가 동시에 요구된다. 바이폴라, 석션, 마이크로 시저, 다이섹터. 이 네 가지가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나 척수 수술을 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구다. 물론 수술 현미경, 내비게이션 플랫폼, 초음파 프로브 같은 고가의 장비들도 사용된다.

신경외과 의사 제이 웰론스는 뇌와 신경계의 이중적인 성질을 지적한다. 가령 수술실에서 들여다보는 표면 해부학 관점에서의 뇌가 있고, 내부 신경해부학 관점에서 바라보는 뇌가 있다. '1.4킬로그램 내외에 불과한 작은 뇌'라는 말은 표면적 관점이다. 대뇌, 소뇌, 뇌간, 뇌수막과 두개골, 척수, 말초신경계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정신, 의식, 영혼의 집, 정체성'이란 말은 뇌속의 미세한 신경과 혈관들 사이를 넘어서는 내부적 관점이다. 뇌의 신성함을 모르는 신경외과 의사는 세상에 없다. 인간의 회복력은 매우 뛰어나고,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존재가 가장 회복력이 뛰어나다. 저자는 이런저런 신경외과에서 벌어진 경이로운 사실을 '내러티브 의학'으로 잘 갈무리하고 있다.

"의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극적인 이야기. 병원을 충분히 오래 다니다 보면, 이런 이야기들에 굳이 군더더기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신경외과에서는 이러한 이야기가 훨씬 더 극적인 경향이 있다.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 심오한 영적 위기와 응답받은 기도의 교차점에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무엇보다 삶이 값지고 의미 있는 것이라는 느낌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392, 393쪽)

신경외과 의사는 환자의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간혹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가령 어린 환자의 생명은 구했지만 두개골 봉합 후에 고무줄 두 개를 남겨놓은 경우가 그러하다. 환자의 보호자가 이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주었는데, 저자는 "사랑과 은혜와 용서를 주고받을 때 생기는 힘은 시간을 초월할 만큼 거대하다는 사실을,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이 땅에서 단단하게 엮어준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는 감회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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