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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탐구 - ‘좋아요’와 구독의 알고리즘
올리비아 얄롭 지음, 김지선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4월
평점 :
유명인 스타는 스스로를 '스타'라 말하지 않고 '공인'이라 말한다. '스타'는 '영웅'이나 '월드 클래스'처럼 언제나 남의 입에서 나와야 진짜다. 그래서그런지 구독자가 백 만이 넘는 디지털 인터넷 세상의 유명인 스타도 스스로를 '인플루언서'라고 좀처럼 말하진 않는다. 블로거, 브이로거, 인스타그래머, 유튜버 등 다종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지명도가 있고 인기가 넘치는 유명인들은 스스로를 '공인', '크리에이터', '커뮤니케이터'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내 기억에, 국내 인기 초절정 유튜버들 가운데 스스로를 '인플루언서'라고 칭하는 이는 없었다. 거개가 자기 스스로를 '크리에이터'나 '커뮤니케이터'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소셜 미디어 산업에서 인플루언서들은 "인기, 출세 지향과 권위라는 강력한 조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는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 둘 가운데 젠더별과 콘텐츠별로 더 선호하는 용어가 있는 듯하다. 인플루언서 산업을 폭넓게 조사한, 광고인 출신의 트렌드 분석가인 올리비아 얄롭은 《인플루언서 탐구》(소소의책, 2024)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플루언서'가 전통적으로 여성화된 분야, 즉 패션, 뷰티, 인테리어, 신체 긍정,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가족의 범주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면, '크리에이터'는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온라인의 어느 단일한 정체성에 머무르지 않는다."(47, 48쪽)
인플루언서든 크리에이터든 용어가 남발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요즘은 바야흐로 인플루언서의 시대다. '좋아요'와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양산하는 인플루언서와 온라인 크리에이터는 현대 디지털 문화의 최신 지형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핵심 지도다.
"인플루언서들은 고용에서 긱 노동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향하는 거시적 이동을 나타내는 한 예시이자, 더 폭넓은 문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소우주다. 심미적 외관과 수명이 짧은 콘텐츠 아래서 인플루언서의 성장은 플랫폼, 권력, 알고리즘, 원자화, 관심, 탈집중화, 그리고 네트워크의 서사다. 그것은 제도보다 개인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장을 수호한다."(58쪽)
그러고보니 인플루언서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고도자본주의 문화의 십자군 혹은 선지자 같은 존재들이다. 저자는 머지않아 모든 회사가 미디어 회사가 되고, 모든 사람이 브랜드가 될 것이며 모든 것이 인플루언서 원칙에 복속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