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 생사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세계 최고 소아신경외과 의사 이야기
제이 웰론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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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신경계에 대한 공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까운 지인의 두부외상으로 신경외과를 여러 차례 외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소아신경외과의 이야기는 처음 접한다. '백세시대'라는 유행어가 마치 차디찬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날카롭게 꽂히게 만드는 유일한 곳이 바로 소아중환자실 아닐까 싶다. 아픈 아이를 보는 일처럼 딱하고 무기력하고 침울한 일도 없다. 대학병원의 엘리베이터가 적막한 소아암병실 층에 서거나, 어쩔 수 없이 아이 울음소리가 울리는 소아내과 쪽을 종종걸음으로 지나쳐야 할 때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알다시피, 신경외과는 뇌출혈, 뇌종양 등 뇌와 척수를 비롯해 신경계에 생긴 질환을 수술하고 치료한다. 수술은 급하고 회복은 더디고 모든 여정이 녹록치 않은 일이다. 수술은 정밀함과 속도가 동시에 요구된다. 바이폴라, 석션, 마이크로 시저, 다이섹터. 이 네 가지가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나 척수 수술을 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구다. 물론 수술 현미경, 내비게이션 플랫폼, 초음파 프로브 같은 고가의 장비들도 사용된다.

신경외과 의사 제이 웰론스는 뇌와 신경계의 이중적인 성질을 지적한다. 가령 수술실에서 들여다보는 표면 해부학 관점에서의 뇌가 있고, 내부 신경해부학 관점에서 바라보는 뇌가 있다. '1.4킬로그램 내외에 불과한 작은 뇌'라는 말은 표면적 관점이다. 대뇌, 소뇌, 뇌간, 뇌수막과 두개골, 척수, 말초신경계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정신, 의식, 영혼의 집, 정체성'이란 말은 뇌속의 미세한 신경과 혈관들 사이를 넘어서는 내부적 관점이다. 뇌의 신성함을 모르는 신경외과 의사는 세상에 없다. 인간의 회복력은 매우 뛰어나고,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존재가 가장 회복력이 뛰어나다. 저자는 이런저런 신경외과에서 벌어진 경이로운 사실을 '내러티브 의학'으로 잘 갈무리하고 있다.

"의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극적인 이야기. 병원을 충분히 오래 다니다 보면, 이런 이야기들에 굳이 군더더기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신경외과에서는 이러한 이야기가 훨씬 더 극적인 경향이 있다.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 심오한 영적 위기와 응답받은 기도의 교차점에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무엇보다 삶이 값지고 의미 있는 것이라는 느낌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392, 393쪽)

신경외과 의사는 환자의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간혹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가령 어린 환자의 생명은 구했지만 두개골 봉합 후에 고무줄 두 개를 남겨놓은 경우가 그러하다. 환자의 보호자가 이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주었는데, 저자는 "사랑과 은혜와 용서를 주고받을 때 생기는 힘은 시간을 초월할 만큼 거대하다는 사실을,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이 땅에서 단단하게 엮어준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는 감회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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