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물으면 할 말이 아주 많다. 실체화된 또 다른 내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내가 신경 쓸 의무란 뭘까? 방사선을 찍게되는 존재는 나일까 아니면 나처럼 생긴 어떤 남자에 불과할까? 테세우스의 배는 어딘가의 섬에 남아잊힐 지경에 처한 파손된 선체를 두고 뭐라고 말할까?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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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발바르의 멋진 풍경과 동물 사진 틈에 낀 사진 하나
어깨에 총을 메고 유모차를 끌고 가는 모습.
뒷배경에는 멋진 설산이 있다.

매년 11월 14일부터 1월 29일까지 스발바르에는 ‘극야‘가 찾아온다. 태양이 직사광선을 보낼만큼 지구에 가까이 오지 않아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올라도 여전히 산에 가려져 있는 나날이 몇 주고 계속된다. 

그러다 3월 8일이 되어야 햇빛이 롱위에아르뷔엔에 돌아온다. 그러면 주민들은 첫 햇살을 받으러 야외로 쏟아져 나온다. 아이들은 저마다 태양을 표현한 의상을 입고 나와 일주일간 이어지는 태양축제의 개막을 알린다. 기쁨이넘치는 시간이다. 

4월 19일부터 8월 23일까지는 해가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24시간 내내, 끊임없이 햇빛이 비친다. - P31

스발바르제도에는 세 곳의 주요 거주지가 있다. 

노르웨이인이 대다수인, 주민 2200여 명이 사는 롱위에아르뷔엔은 스발바르의 행정과 문화, 경제의 중심지다. 

바렌츠부르그는 인구 500명의 외딴 러시아령 탄광촌으로, 롱위에아르뷔엔 서쪽에 위치하는데 도로로 연결돼 있지는 않다. 

그리고 롱위에아르뷔엔에서 북쪽으로 113킬로미터 가면 연중 인구가 25명 정도인 뉘올레순이라는 조그만 노르웨이령 북극 연구 공동체가 있다. - P31

스발바르에 사는 모든 주민은 생계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베푸는 복지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거주자수도 제한된다. 롱위에아르뷔엔 주민 중 1970년대부터쭉 살고 있는 사람은 마흔 명이 채 안 된다. 병원이 하나 있긴 한데 임신부는 출산일을 넉넉히 앞두고 본토에 가 있으라는 권유를 받는다. 마을에는 20세기 초 독감 대유행 때 사망한 이들의 시신을 안치한 작은 묘지가 하나 있다. 스발바르에서 죽음을 맞을 수는 있지만 영면할 수는 없다. 더는 매장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 P39

3억 5000만 년 전 스발바르는 적도에 자리 잡았고, 울창한 수목과 양치류는 물론이고, 지금도 스발바르에서 발견되는 흔적과 화석이 말해주듯 공룡도 살았더랬다. 이런 역사에 비추어보면, 여기 산들에 풍성한 석탄이 매장된 것도 별로 놀랍지 않다. 6000만 년 전 스발바르는 오슬로와 위도가 같았다. 그러다가 서서히 북극 가까이 이동한 것이다. - P42

겨울날 캄캄한 밤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고 살을 에는 북풍을 막아줄 담 하나 없을 때는 자연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 이런 자각은 인근 도로와 휴대전화와 다른 사람들을 통해 문명과 안전에 연결돼 있는 일상에 익숙한 방문객들에게는 충격적이고 심원하게 다가올 수 있다. 스발바르를 찾는 방문객에게 롱위에아르뷔엔을 한바퀴 도는 일 정도는 이국적이고 기억에 남는 경험이다. 그러나 마을을 벗어나면 완전히 새로운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된다. 말할 수 없이 짜릿하지만 뼛속 깊이불안이 덮쳐오는.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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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8~24 주간 독서
벚꽃이 필까보다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춥다.

1. 세계의 끝 씨앗 창고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씨앗 창고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책은 검색해서 찾아둔지 오래다. 묵혀둔 책을 꺼내게 된 것은 <미키7> 때문이다. 씨앗과 배아. 다른 곳에 정착하기 위해 데려간 그것들을 우리가 보호하기 위해 지금 무얼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빌려오니 시원한 사진부터 마음에 든다.

2. 미키7:반물질의 블루스
동아리 토론 도서로 전편 <미키7>을 읽었고 최근 후속편이 나왔다는 알림이 떠서 구매했다. 재미 없거나 어려운 책도 끝까지 읽는 편이다.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그렇지만 <미키7>은 재미있게 읽었기에 후속편도 기대하면서 읽겠다.

오호..<미키7>이 촉발한 주간 읽기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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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클래식, classic)‘이라는 단어는 부와 재산이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다. 애초에 그 단어는 창조나 예술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고전‘은 인구조사의 용어에서 비롯됐다. - P462

고전은 제 말을 끝내지 않는다. 
읽는 사람이 감동받고 깨우침을 얻을 때에야 비로소 그 말이 끝난다. 오랜 위험에서 고전을 부적처럼 보호해온 사람은 강제적으로 고전을 읽은 독자들이 아니라 고전을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고전은 위대한 생존자다. - P466

그리스와 로마에는 귀족적 혈통이나 문화적 욕망 없이도 접근할수 있는 문학 장르가 있었으니, 바로 동물 우화였다.  - P478

책의 발명은 파괴에 저항한 
우리의 끈질긴 투쟁에서 가장큰 승리일 것이다. 
우리는 잃지 않고 싶은 지혜를 
갈대, 가죽, 천, 나무, 빛에맡겼다. 
그것들의 도움으로 
인류는 발전과 진보라는 경이로운 역사를 경험했다.  - P503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어둠을 몰아내고, 이야기를 통해 혼돈과 공생하는 법을 배우고, 언어의 공기로 모닥불을 부채질하며, 낯선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먼 거리를 여행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를 공유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다. - P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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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우리 종족의 마지막 떨림, 오래된 심장의 가장 최근 박동이다. - P370

오랫동안 책은 독점적인 고객과 친구들 사이에서 폐쇄적인 방식으로 손에서 손으로 순환됐다. 공화정 로마에서는엘리트와 그 추종자들이 책을 읽었다. 공공도서관이 없었던 수 세기 동안 훌륭한 유산을 물려받았거나 아첨에 소질이 있는 자만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기원전 1세기 즈음, 큰 재산도 사회적 허영도 없는 독자,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독자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균열은 서점 덕분이었다. - P373

그렇기에 나는 책의 미래에 대한 묵시록적 예언 앞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책을 존중하라. 우리에겐 고대 유물이 그리 많지 않다. 아직남아 있는 것들(바퀴, 의자, 숟가락, 가위, 잔, 망치, 책 등)은 제거하기 어려운 생존자로 판명됐다. 그 사물들이 지닌 디자인과 세련된 단순성은 더 이상의 개선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사물들은 재료나구성 요소에 있어 더 나은 것으로 대체되지 않은 채 수많은 테스트를 통과한 것들이다. 그것들은 실용주의적 영역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책이 독서의 필수적 지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인쇄기가 발명되기 전부터의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P401

기술 진보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종이페이지의 구조, 인쇄 방식, 문자 형식, 제한된 레이아웃과 같은 전통적인 좌표가 디지털 영역의 변화를 만드는 열쇠였던것이다. 
새로운 것이 전통을 제거하고 대체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류다. 미래는 늘 과거를 바라보며 진보한다. - P403

발전의 단계마다 손실이 발생했다.
.....

고대의 두루마리가 교체되면서 우리는 시, 연대기, 모험, 허구, 사상의 보물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수 세기 동안 부주의와 망각은 검열이나 광기로 인한 파괴보다 훨씬 많은책을 파괴해갔다.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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