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는 정부 보조금이 들어간 건축물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것이 관행이다. 일정한도를 초과한 비용이 들어간 건축 프로젝트에는 따로 예술작품 설치 예산을 책정하게 되어있다. 스발바르국제종자저장고의 예술작품은 모두가 볼수 있는 곳에 설치되어 있다. 저장고를 마주 보고 서면 출입구가 보인다. 삼각형의콘크리트 쐐기, 혹은 거대한 지느러미가 산에서 비죽 튀어나온 모양새다. 문 앞에서올려다보면 노르웨이 예술가 뒤베케 산네가 디자인한 조명 작품이 정문 상부 벽과지붕을 감싼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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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이끄는 등대의 불빛 - P126

스발바르 종자저장고에서는 수돗물이 안 나온다. 
상주하는 직원도 변기도 없다. 
창문도 없는 추운 종자저장고에 하루 종일 앉아 꽝꽝 언종자를 지키는 것은 꿈의 직업과 거리가 멀다. 
다행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을 단순화하기, 
저비용 유지하기 시설이 인간의 지나친 개입이나 잠재적 오류에 가능한 한노출되지 않고 사실상 스스로 작동하게 하기, 기계적 냉각시스템이 고장 나더라도 알아서 온도가 유지되게 하기. 

이러한 원칙이 스발바르 종자저장고를 오랫동안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지속할 수있게 하는 핵심이다. - P131

종자를 보관한 저장실들은 실온이 가장 낮고 머리 위 암반의 질이 구조건전성에 비추어 가장 양호한 지점에 있다. 

세 저장실은 똑같이 가로 9.5미터, 세로 27미터에 높이는약 5미터이다. 이중에 현재 사용 중인 방은 하나뿐이다

아마 이 방 하나가 오늘날 세계 유전자은행들이 보관 중인 현존하는 작물다양성의 전부 혹은 거의 전부를 수용할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작물 품종이 계속생겨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유전자은행 컬렉션의 규모가 점점 커져 비록 속도는 굉장히 느리겠지만 종자저장고에 안전 중복표본이 계속 예치될 것이다.  - P134

현재 영리회사가 소유한 종자 표본은 하나도 없다. 
종자 표본을 장기적으로 보관하려는 영리회사는 별로 없어서, 그들이 스발바르 종자저장고 같은 시설에 자기네 종자의 백업을 위탁할 이유도 없다. - P138

종자저장고의 서비스는 은행 안전금고 서비스와 비슷하다. 

은행이 건물과 보관실을 소유하고 위탁자들이 자기네가 맡긴 내용물을 소유하듯, 스타츠뷔그가 시설을 ‘소유‘하고 위탁 유전자은행들이 종자를 소유하는 것이다. 각 위탁자는 노르웨이 정부를 대변하는 노르젠과의 위탁 합의서에 서명한다. 여기에는 노르웨이 정부가 위탁된 표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으며 소유권은 온전히 위탁자에게 있고 해당 위탁자가 종자저장고에 있는 물건에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소유권 이전은 없으며, 종자와 관련된 물리적 상태와 지적재산권에 어떤 변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도 스발바르의 종자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남의 종자에 접근할 수 없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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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에 눈이 왔고 동네가 조용한 틈을 타 눈사람을 만들었다. 갑자기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이 생각났다. 눈사람 머리에 숨겨둔 사건의 흔적..하필! 그래서 다른 것은 없나 생각해보니 스발바르가 생각났다. ‘씨앗 창고에 있는 씨앗들은 잘 있나?‘ 까만 열매로 내 눈사람의 눈을 만들며 생각했다.

농업과학자들이 경종을 울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였다. 

세계를 휩쓸던 현대식 개량종자, 소위 녹색혁명 (특히 1960년대에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비약적인 식량 증산 혹은 여름위한 농업 개혁 옮긴이) 때 등장한 품종들이재래 품종들을 대거 대체하면서 멸종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이후 식물유전자원을 위한 국제위원회가 로마에서 발족됐다. 이 기구는 종자수집팀을 조직해 주요 식량 작물 다양성의 중심지들로 파견하고, 국가별로 유전자은행을 설립해수집된 종자를 보전하도록 지원했다. - P90

오늘날 작물다양성 컬렉션‘은 1700개에 이른다. 
표본 한 개짜리에서 50만 개짜리에 이르기까지 규모는 제각각이다. 전 세계 유전자은행들이 도합 700만 개의 표본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최대 150만 개가 ‘멸종‘됐다고 알려진 품종이다. 
유전자은행에 저장된 표본 중 
절반가량이 개발도상국에 있으며, 
전체 표본의 절반이 곡물 표본이다. - P91

규모가 얼마나 크건 간에 어떤 유전자은행도 특정 작물에담긴 모든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어떤 작물이든 마찬가지다. 심지어 대규모 유전자은행도 한가지 작물의 전 세계 종자 보유분의 (혹은 전체 표본의) 극히일부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각국이 서로 돕고의존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나라도 미래에 생산적인 농업 시스템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작물다양성 요건을 전부 확보하고 있지 않다. - P96

곧바로 스발바르의 유리한 점 두 가지가 분명해졌다. 
외진 곳이어서 세계의 수많은 위험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다른 하나는 그냥 추운 정도가 아니라 죽도록 추운 지역이라는 점인데, 이는 종자 보호에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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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합의를 했다. 당신은 우리를 배신했다. 이젠 우리와 또다른 합의를 하고 그들과 맺은 뭔지 모를 합의를 배신하려고한다. 통상적인 합의 방식이 아니다. 결코 전례 없는 일이다."

"정말? 우리 종족은 빌어먹게도 허구한 날 이런 짓을 해."

그것이 몸을 떨었다. "당신 종족은 괴물들이다." - P403

의료국을 나서면서 나는 문득 테세우스가 버린 배의 조각들을 고려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로 그신세겠지. 그렇지 않을까? 나의 다음 복제본이 탱크에서 나오면 이 순간의 나라는 사람은 더이상 그의 서사의 일부가 될 수없다. 

미키 반스는 여전히 살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나는 이미 유령이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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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씨앗 창고>를 읽는데 유전형질, 다양성, 유전자 조합 이런 단어들이 나오니 GMO가 궁금하다.
잡지와 신문에서 읽고 책으로 긴 호흡의 글로는 읽은 적이 없어 이번 기회에 읽어봐야겠다.

야생식물 종자와 재배식물 종자 간에는 중요한 차이점이있다. 야생식물은 씨앗을 쉽게, 그리고 널리 퍼뜨리도록유전자가 설계되어 있다. 생물학 용어로 표현하면, 야생식물의 씨앗은 ‘탈립‘한다. - P79

오늘날 세계적으로 작물다양성이 얼마나 보전돼 있는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얼마나 존재했는지 알 수 없기에 얼마나 소실되었는지 알아낼 방법도 없다. 2000년 전은커녕 200년 전에 존재했던 작물의 다양성에 대한 정보조차 우리는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 P82

품종과 다양성은 동의어가 아니다. 
전체 종다양성 가운데 몇 퍼센트 정도가 종자저장고에보관되어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으며, 혼란만 일으킬 뿐이다. - P82

그런데 품종의 소실은 유전자 다양성의 소실과 동의어가 아니다. 물론 둘은 서로 연관돼 있지만 말이다. 멸종한 품종에 들어 있던 형질과 유전자가 잔존하는 품종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 유전자 자체는 멸종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품종을 바로 그 품종으로 정의해주던 고유한 유전자 조합만 소실되었을 뿐이다. 가능한 일이다. 단 품종의 소실을 실제 다양성 소실의 지표로 볼 수는 있다. 고유 형질들의 영구 소실 없이 작물 품종만 그렇게 많이 소실될 일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확실히, 유전자 조합 자체도 매우 중요하다. 일단 사라지면 유전자 조합의 품종은 사실상 재현이 불가능하다. - P83

농업 초강대국인 미국은 자국이 원산지인 작물이 많지 않고, 배도 미국 토종 작물이 아니다. 미국의 작물다양성은 농업 발생 중심지인 개발도상국들이 한때 가지고 있었던 작물다양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개발도상국들이 보유하고 있던 작물다양성은 엄청난 규모로 영구 소실되었다. 1960년대만 해도 개발도상국의 농부 대부분은 고도로 다양한 작물군을 경작하고있었다. 이 작물군을 현대식 단일 품종들로 광범위하게대체하면서 치명적인 ‘유전자 침식‘, 즉 고유한 작물다양성이 영구 소실되는 예기치 못한 현상이 나타나고 말았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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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침입자는 우리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착륙하는 우주선이 어떤 식으로든 무해하다고 여길 이유가 전혀 없기에 자신들의 고향을 방어할 권리가 얼마든지 있었다고 말이다. - P135

미키? 제발 말해 줘. 우린 동맹이야? - P163

"그 동맹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잘못 이해한 것 같아. 마치너희가 프라임이고 우리는 부속물인 것처럼 말하고 있잖아. 동맹이란 그런 거야?"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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