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짧은 글
- 나보코프 단편전집
- 안희연 시집 <당근밭 걷기>
- 몽테뉴 <에세 2>
시는 ‘찰나‘를 옮긴 것 같다가도
그 짧은 몸에 긴 시간을 붙잡아 두는 것 같다 생각했다.
🔖오늘의 밑줄 : 안희연의 시 [수진의 기억] 중에서
ᆢ
울기 위해 숨어드는 고양이에게나
옥상에서 빨래를 걷다 말고 노을에 붙들리는 사람에게나
공평하게 도착하는 편지, 그것이 저녁이라면
나는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벽, 무수한 이름들의 주소지,
이삿짐 트럭이 떠나가고 가로등 불빛이 켜진다
작별은 언제나 짧고 차마 실어가지 못한 사랑이 남아 있어서
누군가 두고 간 안부를 화분에 옮겨 심는다
파란 대문을 열면 놀랍도록 무성해져 있다
나는 불 꺼진 창을 서성이는 온기, 모든 것을 기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