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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들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이책은 돌아가시기전 마지막 단편들을 모아 출판한 책입니다.
열편의 단편 이야기들이 차례로 소개 됩니다.
이중 세 꼭지들만 추려 볼께요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
미스 나이팅 게일은 독신 여성으로 아버지의 유산으로 받은 집에서 아이들을 피아노 레슨을 하는교사인데요.
어느날 천재성을 지닌 조용한 소년의 등장으로 이 소년이 가고 나면 그녀는 천국에 빠져요.
그러나 연주가 끝나고 소년이 돌아가게 되면 물건이 하나씩 사라져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단단해 보였던 삶에 기반이 흔들리게 되어요.
홀몸으로 딸을 헌신적으로 키워준 아버지가 애정을 빌미로 붙잡아 둔것 아닌지
16년동안 불륜관계를 이어왔던 유부남이 그의 아내에게도 진실하지 못했던것 처럼
돌아온다고 약속했던 나이팅게일에게도 기만한것은 아닌지 순식간에 의구심이 듭니다.
작가는 인간의 나약함이 사랑과 예술에 남기는 허점들을 알려주는 거 같네요.
다음 금요일에는 백조 도자기가 사라졌고, 그다음엔 『위대한 유산』의 한 장면이 그려진 냄비 뚜껑이 그다음엔 고리가 말썽이라 빼놓은귀걸이가 자취를 감추었다. 소년이 사용하기엔 너무 하늘하늘한 스카어느 토요일 아침에 찾아보니 더이상 홀스탠드 걸이에 걸려 있지않았다. 스태퍼드셔 병정 인형 두 개도 사라졌다.
그녀는 소년이 어떻게 그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소년을 지켜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소년 자신도 그 일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너무도 태연했고,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잘못 짚은 건 아닌지, 손버릇이 나쁜 건 자신의 덜 매력적인 제자들 중 하나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p13
그러나 소년이 떠나면서 평온이 다시 찾아들고 세월이 흘러 소년이 다시 왔을때 그녀는 불완전하고 이해할수 없는 삶 자체가 하나의 경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게 되어요.순간 갈등하는 것 조차 별거 아니였고 오히려 자신의 나약함을 보게되면서 인생의 하얀 건반만이 아닌 검은 건반과 어우러짐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네요.
<다리아 카페에서 >
애니타는 한때 인기 댄스 그룹 멤버였지만 , 열아홉에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해요. 그런데 이 남편이 자기의 절친인 클레어와 불륜관계를 맺으며 사랑과 우정을 한꺼번에 잃게 되요.
그 당시 그녀에게 지진과도 같은 참혹한 일이였지만 세월이 흘러 중년에 접어든 그녀는 출판사 검토자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지요.
사람들과 깊은 교류도 별로 없지만 상처는 아물고 혼자 사는 삶도 만족스럽네요.
어느날 그러던 그녀의 삶에 클레어가 나타나 남편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잠시 파장을 줄수 있었지만 삶을 흔들어 놓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어요.
사랑도 우정도 폭풍소용돌이 안에서 한참 밖으로 멀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던거 같아요.
<조토의 천사들>
그림 복원가 ‘콘스탄틴‘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어느날 거리를 헤매다 눈을 뜨게 되죠.
기억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 거리의 여자‘ 데니즈‘를 만나게 되죠.
그녀는 콘스탄틴이 자신을 기억하는 순간들을 돌아가게 하는 여정을 함께 하며
콘스탄틴은 마침내 자신의 집을 찾게 되고 그녀를 초대해요.
그러나 ‘데니즈‘는 그의 집에서 돈을 훔쳐 사라지고 말아요.
그러나 죄책감으로 그녀는 그에게 돌려주려 하지만 다시 그녀의 합리화로 되돌아 가게 되죠.
아득한 갈망이 계속 그녀를 괴롭혔으나 너무 멀리 있었고, 이제 붙잡기도 어려웠다. 그녀의 손이 베개 밑을 살살 더듬었다.
지페의 감촉이 좋았다.176p
그러나 새로운 마음이 되려 했던 그런 마음이 아마도 그녀의 삶 어느 일부에 작은 변화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회상할 때, 모호한 기억속에서 건져올리는 것들. 그건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 인상적이였던 소설. 무의식적으로 지나가는 순간으로 포착하게 만드는 윌리엄 트레버의 노련함과 섬세함이 돋보였던 글인거 같아요.
다음 금요일에는 백조 도자기가 사라졌고, 그다음엔 『위대한 유산』의 한 장면이 그려진 냄비 뚜껑이 그다음엔 고리가 말썽이라 빼놓은귀걸이가 자취를 감추었다. 소년이 사용하기엔 너무 하늘하늘한 스카어느 토요일 아침에 찾아보니 더이상 홀스탠드 걸이에 걸려 있지않았다. 스태퍼드셔 병정 인형 두 개도 사라졌다. 그녀는 소년이 어떻게 그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소년을 지켜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소년 자신도 그 일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너무도 태연했고,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잘못 짚은 건 아닌지, 손버릇이 나쁜 건 자신의 덜 매력적인 제자들 중 하나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 P13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소년이 돌아왔다-볼품없는 사춘기에 이르러 더 거칠고, 키도 더 크고, 더 험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그녀의 물건들을 돌려주러 온 게 아니었고, 곧장 걸어들어와서 피아노 앞에 앉아그녀를 위해 연주했다. 그 음악의 미스터리는 그가 연주를 마치고 그녀의 인정을 기다리며 지은 미소 속에 있었다. 그리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를 바라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 자체가 경이였다. 그녀는 거기서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 인간의 나약함이 사랑과, 혹은 천재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이해하는 데만 너무 골몰했으니까. 균형이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 P17
집을 판다는 표지판은 치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그 집에서 산다. 클레어가 쓸쓸한 고독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 그걸 애니타는 지금뒤늦게 쓸쓸한 고독 속에 받아들인다. 사랑이 오기 전, 우정이 더 나은것이었을 때 있었던 모든 것을. - P78
ㄷ그의 직업은 그림 복원가였고, 기억이 오락가락해서 짐작이나 추정에 의존하다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 특이하게 보일 때가 많았으며, 심지어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삶-그가 알고 있는 만큼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때면, 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작은 쪼가리들과 흐릿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그의 손에 맡겨지는 손상된 캔버스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이름은 콘스탄틴 네일러였다. 그는 그게 자신의 이름임을 잊었고 가끔 왜 그 이름이 머리에 떠오르는지 의아했다.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담아두려 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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