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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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면서 그렇지 않아요,

떠나지만 늘 이곳에 남아 있어요.

그러다가 한 밤중에 언제나 같은 시간에 잠을 깬다. 쥐 죽은 듯한 고요 때문이다.

그 순간 거리를 달리는 차도,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도 없다. 잠이 점점 가늘어지면서 날 떠난다.

누구라도 좋으니 어떤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본문중

한 군데 가만히 있는 지루함을 가끔은 견디기 힘들어한다. 

익숙해진 공간에 감흥을 잃어서 인데, 그럴 땐 낯선 곳들이 너무 당연한듯 익숙해져 버린 감각들을 깨워주는 느낌으로

낯선 곳으로 떠나곤 한다. 삶이 지루하거나 변화가 필요할 때면 시간이나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을 땐 , 한번씩 일상의 변화를 줘 보는 것으로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활기차게 한다.

예를 들면 약속이 있어 이동이 필요할땐 원래 이동했던 수단이 지하철이면 좀 번거롭더라도 버스로 바꿔 보기도 한다.

매일 하는 식사의 형태가 한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아침만이라도 토스트와 소세지 마치 유럽에 있는 호텔 조식처럼 바꿔 보거나, 같은 책을 한글이 아닌 쉬운 난이도의 원서로 도전을 해보기도 한다.


이 글의 쓴 분 줌파 라히리의 방법이었다. 그녀는 인도계이지만 미국태생 즉 영어가 모국어인데 이탈리아로 가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 처음 쓴 에세이형 소설.

작가는 창작자에 있어 안주하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는 것에 대한 시도라는데 창작의 열정이 상을 받게 한 거겠지. 대단하다는 말밖에!



책들의 형식들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장소 거리 상관하지 않고 써 내려간 소설인데

주인공은 마흔 중년의 대학 교수인 싱글 여성.

주인공은 짠돌이를 방불케 하는 아버지를 욕하면서도 그 아버지 처럼 행동하고,

친구 남편을 연민하기도 하고 유부남과 사귀기도 하고 집착이 강한 어머니에게 힘들어하기도 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홀로 앉은 그림이 연상 되는 글들은 어느날은 서점, 식당안에서, 봄등 공간과 시점의 제약없이 자유롭게 노니는 느낌을 준다.

대부분은 1인칭으로 화자가 되는 나는 3인칭 ' 서점이란' 공간에서는 과거의 어린 나를 지켜보는 3인칭이 되기도 하는 등 인칭마저도 넘나든다.

이름조차 도시의 이름 , 사람의 이름 , 식당등  구체화 되어 있지 않아 더욱 추상적으로 느껴졌다.

장소를 옮길때 가져가는 것과 버리는 것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없어지고 있으며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는 인생의 다복합적 면들도 보이구요.고정되지 않은 쉼없이 지금도 움직이는 불안정한 공간에서 떠났다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다 보는 소설 같은 에세이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지못해 앞으로 떠밀려 가야 하는 느낌이 싫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라 나갈 필요가 없다. 눈을 뜨지만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29p

상점으로 들어갔는데 뭔가가 마음에 든다해도 자신과 싸우다가 계산대에 가지 않은 채 그냥 나오며, 난 역시 아버지의 훌륭한 딸이라고 느낀다. 항복하면 그건 지는 거다. 103p

밖에는 맹렬한 소음이 있다. 요란한 바람과 바다 소리, 모든 걸 먹어치우는 듯한 파열음. 왜 그 요동치는 소리가 이리도 우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지 궁금하다. 121p

나는 강까지 나갔다가 시계를 보고 다시 돌아온다. 고독은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기를 요구하고, 지갑 안의 돈처럼 난 늘 시간을 의식한다. 시간을 얼마나 죽여야 할까, 저녁 식사 전까지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지만 여기서 시간은 다르게 계산된다. 그래서 한 시간의 산책은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131p

어쩌면 난 장학금을 거절하고 이곳에 그대로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가 빌라 오솔길을 따라 날 끌고 갔듯이, 내 삶의 갑옷을 뚫고 나가도록 밀었던 뭔가가 있다. 난 충동에 굴복했다.154p


결국 환경 곧 물리적 공간, 빛, 벽은 아무상관이 없다. 그곳이 맑은 하늘 아래 있는지 빗속에 있는지 여름날 맑은 물속에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기차안인지 해파리 떼처럼 여기저기 퍼져 있는 여러 모양의 구름들을 뚫고 날아가는 비행기 안인지는.

머물기 보다는 나는 늘 도착하기를.아니면 떠나기를 기다리며 언제나 움직인다. 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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