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표지부터 파격적이다. 표지 그림은 자신을 사랑했던 수잔 발라동이 58세에 그린 <푸른 방>이다. 중년의 여인이 담배를 물고 헐렁한 차림으로 소파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는 그림은 여성의 아름다운 신체를 표현하기보다는 곡절 많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수잔 발라동은 서커스의 단원이었다가 화가들의 모델에서 모델을 그려내는 창조인이 된다.사회적 편견을 이겨 내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강인한 인간이었다. ‘그림 속 모델에서 그림 밖 화가로’라는 부제목처럼 수잔 발라동은 르누아르와 로트레크의 아름답고 청초한 모델로 많이 알려졌으나, 화가들의 뮤즈라는 틀에서 벗어나 화가로서 주체적인 삶도 살았다. 그녀는 거침없는 행동과 스캔들로 사생활이 논쟁거리가 된 화가였다. 하지만 페미니즘 연구의 열풍으로 현대에 이르러 재조명된다. 굴곡진 삶과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이겨 내고 자신의 재능을 믿고 당당하게 세상에 도전장을 그린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