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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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경님은 다양한 각도의 프리즘으로 영화들에 대한
해석들을 간접경험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프레이야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영화에 대한 다양성으로 확장하게 도움을 준다.
감사합니다. ☺️ 프레이야님

평소 영화는 좋아하는 스타일의 알고리즘으로 비슷한 취향의
영화들을 보게 되었던것 같다.
혹은 나만의 시선으로 갇힌 사각지대에 갇혀 제작자의 의도나 스토리라인,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을 지나쳐버리게 되는 스팟들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작가님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의 대사들을 인용하여
제목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고 놓칠수 있었던 여러부분들을 알게 되어 좋았던것 같다.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에 대한 특별한 해답을 보여 준 영화로 뒤늦게 내게 온 보물이다. 개봉 때 놓친 좋은 영화를 다른 경로로 보는 혜택을 누리는 세상이 되었다. 비디오테이프와 DVD라는구체적 물상으로 소유할 수 있었던 한 편의 영화는 이제 무형의 아카이브에 저장되어 언제 어디서나 스트리밍할 수 있는 네트워크적소유물이 되었다. 좋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 측면이 있지만 꽤 고마운 극장이다. - P134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두 여인의 꿰뚫어 볼 듯한 눈빛이 모든 걸 말한다. 엘로이즈의 치맛자락에 옮겨붙은 모닥불의 선연한 불꽃보다 마리안느와 주고받는 시선 사이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더 선연하기 때문일까. 모든 장면의 구도와 색감이 유화처럼 마음의 캔버스에 남고 그들의 타오르는 감정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뚫어질 듯한 시선마저 애틋하다. 그렇게 감독 셀린 시아마를 포함해 주체적으로 살고자 한 여성들의 연대와 폭넓은 애정 그리고 예술을 향한 촘촘한 열정을 뜨겁고도 서늘하게 그려 낸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압델라티프 케시시 2013), <캐롤>(토드 헤인즈 2015), <아가씨>(박찬욱2016) 이후 여러모로 훨씬 그윽하고 지극한 영화로 마음에 들어왔다.
남성 감독의 시선으로 그린 여성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여러가지로 포착된다. 셀린 시아마는 실제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드러내 놓지 못한 여성 삶의 소소하나 소소한 게 아닌 사안을 깨알같이 녹여 놓았다. 가령 여성 드레스에 주머니에 무얼 담지 못하도록 19세기 이후 사라진 주머니를 달아 주고, 조명받지 못한 여성 몸의 수난사로서 낙태 광경을 그림으로 남겨 주고, 결혼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여성의 손에 책을 쥐여 주며 그 책의 28쪽에 영감을 주고받은 상대의 얼굴을 삽화처럼 그려 준다. 그리고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여성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만의 시각으로해석한 그림을 그려서 갤러리에 전시하게 해 준다. 미시사의 한 장면으로 영원히 남겨 역사에서 이름도 없이 사라진 여성들에게 헌정하는 영리한 방식이다. - P135

사랑이라 불리는 감정이 어떻게 발아하고 고조되어 폭발하는가는예술적 영감이 어떻게 점화하고 고양되어 완성되는가에 버금가는물음이다. 이 영화는 그런 물음에 강렬한 미학적 답변을 시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를 살려 세심하게 제시한다. 특히 파도의 격랑, 스케치하는 연필의 사각거림,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가 청각을 예민하게 자극한다. 여백의 미를 살린 그림처럼 절제된 행동과 대사를 통해 다하지 않는 게 나을 말을 삼키며 대신 깊이 응시하고 정확히 살피는 시선을 통해 감동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더욱 인물들이 나누는대사에 몰입도가 높고 그 대사를 통해 주요 레퍼런스를 명확히 파악하게 한다. 남성이 배제된 이 영화는 어느 순간도 모호하지 않다는점에서 여성이 내는 그 목소리가 자신감에 차 있다.
그리스 신화 속, 하데스를 찾아가 아내를 이승으로 데려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두 여인의 촉발된 감정을 지지하고 마지막 선택에 이르기까지 뼈대가 되는 레퍼런스다.
강요된 결혼이 싫고, 수영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고, 도서관이 있어 수도원이 차라리 좋다고 말하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 밀라노의 부호와 혼담을 나누기 전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화구를 싣고 배를 타고 외딴섬에 들어간 화가마리안느,
여성 화가가 걸작을 그리는 걸 싫어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당차고 예민해 보이는 마리안느가 저택에 도착한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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