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오브젝트 레슨스 1
조애나 월시 지음, 이예원 옮김 / 플레이타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호텔이 생활인 삶을 열망했던 적이 있다. 이는 여행이삶인 생활에 대한 열망이었을 수도 있고, 매일같이 백지로 되돌려지기에 하루하루 새로운 시작을 보장해 주는 쾌적하고정갈하며 어질러 놓은들 어김없이 재정돈되는 객실의 가능성이 곧 나의 무한한 가능성을 대변하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갈망이었을 수도 있다.
내 집이라고 부를 공간이 생기고(물론 어디까지나 내 의사와 무관한 임시 거처다) 집을 어떻게든 꾸려 나가게 되면서 호텔에 두었던 미련은 대부분 사그라졌다. 어느 한구석으로 물린 듯하다.
호텔 대신 내 방이 생겼다.
호텔의 최대 매력을 지금에 와서 설명해 보라면 희고 단정한 침대가 있는 방의 고즈넉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를 설명하려면 이미지를 말로 옮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말로 옮겨야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호텔에 애초 매료된 이유를 배반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흠모했던 건 호텔의 빈 상태, 흔적이 남지 않기에 뭐든 가능할 것 같은 그 순결한 ‘백색’이었으니까(호텔에서는 나 또한 이상적인가?).
착오다.
내 방은 결코 정갈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품을 요한다. 더욱이 이곳은 ‘바깥‘ 일터까지 겸한 복잡한 공간이다. 경계가 모 - P197

호한 가운데 집일과 일일이 자주 부대끼고 겨루는 곳. 흔적이남는다. 그 흔적이 얼마만큼 폼나게 남고 있는지 살필 겨를이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면 호텔에 대한 애틋한 감상이 물러난 데는 생활여건도 한몫했다. 다만 생활 여건이 내 경우에는 진로에 펼쳐진 풍광과 따로 뗄 수 없는 자연 여건인 양 영 굳건하다. 고즈넉한 호텔 방과 그만큼 숭고하게 다가오는 호텔 욕실은(착오다) 내 주머니 사정과 화폐 가치가 허락할 때나 내게로 온다.
그 이외의 경우에는 없느니만 못하다.
그래도 나는 간간이 사진으로 이러한 공간들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보다 흔하게 글로 그리한다. 글로 방의 윤곽들을가늠해 본다. 내가 글로 세상의 호텔/방을 틈틈이 기웃대 왔음을 이 책을 옮겨 쓰고 또한 에세이라는 이 글을 시도essai 하면서 깨달았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이 에세이는 다른 글을 읽고 인용하고 옮겨 가며 쓴 파편들로 이루어진, 내 징검다리 방들의 일시적인 모음이다("나는 이 단어와 다음 단어 사이에 걸쳐진 채 추락하고 있어, 깨어지고 있어.") - P1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