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13
섬북동 외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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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자유로움을 많은 이들이 그리워한다.

자유롭지 못한 일상에서 여행을 느낄수 있는 삶에 대해 7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읽으면서 8년전 태국 방콕을 가야하는 티켓을 다 날려버린 일이 생각나기 시작했고 허무한 주말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 같이 떠나기로 했던 친구는 현지에서 홀로 여행하며 톡으로 생생함을 전했고 , 난 허전함을 조금이나마 달래려고 마치 방콕의 한여름의 분위기를 제현 하려는 듯 만약 방콕에 있다면 상상하며 복장과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하바나 조리와 반바지와 나시를 걸치고 삼성코엑스를 누비며 방콕의 카오산 거래를 상상하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던 상황이 그려졌다.

때론 인도가 생각날땐 인도 커리와 난으로 달래기도 하고, 베트남의 아침식사가 그리워질땐 반미를 찾기도 , 혹은 바르셀로나가 그리워질때면 빠에야와 상그리아를, 아일랜드가 그리워질땐 피쉬앤칩스와 기네스맥주 홀짝이며 해소하기도 한다.

여기 모인 그래픽디자이너로 , 드라마작가, 번역가, 브랜팅마케터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을 떠올리며 이야기 해준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들었던 음악, 가고 싶었던 지명이 나오거나 나라의 가수이거나 하면서 연상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드라마와 스포츠로 , 혹은 브랜드나 음식으로 달래기도 한다.

삶의 익숙했던 모든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여행을 한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가 되어 밥먹고 글쓰는 연습에서 새로운 자신모습을 발견하는 내면의 여행을 하기도 하고 하는 등 여행이라는 개념을 다각도에서 생각해 볼수 있게 해준다.





여행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연관되는 음식을 찾아 먹는다. 하늘이 너무 파랗고 해가 쨍쨍해 발리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있고 싶은 날에는 잘 익은 바나나 하나를 썰어 접시에 담고 누텔라 한 스푼을 더해 바나나 스플릿을 만든다. 창가에 앉아 한 입 맛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귓가엔 파도 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다. --- p.중략) 돼지갈비 국물에 고수를 팍팍 넣어주는 순간 온 집안이 동남아의 향으로 가득 차고, 파타야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20년 지기 친구들과 홀딱 젖은 채로 쌀국수를 먹 던 그때로 돌아가 행복해진다

--- p.47

넷플릭스의 다큐 《도시인처럼》도 봤다. 프란 레보비츠라는 멋진 할머니가 나오는데, 그녀가 평생 겪었던 뉴욕을 주제별로 7회에 걸쳐 이야기해준다. 이런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위트있게 풀어줄 수가 있나 감탄하며 봤다.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은 은퇴한 부부가 엘리베이터 없는 5층에 살기가 힘들어 집을 내놓고 이사하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영화 《프란시스 하》에서는 불안한 청춘들이 세 들어 사는 원룸과 주말 파티, 뉴욕의 거리들이 흑백 화면으로 펼쳐진다.

--- p.57

‘세상 최고’의 사치스러운 독서는 소설의 무대가 된 그곳에 가서 소설을 읽는 것이라고 김영하 작가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 나는 여행 가방을 꾸릴 때마다 어떤 책을 넣어

갈지 고민하는 즐거움이 생겼다. 그리하여 터키에서는 야샤르 케말의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를, 삿포로로 가는 기차 안에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었다.

--- p.72

우리가 여행을 할 때면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 보기 힘들 풍경과 분위기를 눈에 담고 느끼기 위해 평소보다 천천히 걷는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을 쓰는 건 마치 글자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왼손으로 글을 쓸 때 글자가 아닌 한 획을 긋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 마치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는 여행의 순간과도 같다.

--- p.80

그러던 어느 날 푸켓으로 여행 간 커플이 바다가 보이는 열대의 리조트에서 플랭크 샷을 찍어 올렸다. 우리는 시쳇말로 뻑이 갔다. “와…!” 저 멋진 배경에서 플랭크라니! 나도 따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한 달 뒤, 또 다른 커플이 홍콩에 여행을 갔고, 남자는 기나긴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단편영화의 한 장면 같은 플랭크 동영상을 찍어 올렸고, 여자는 홍콩의 핫스팟인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 익청맨션을 배경으로 플랭크 샷을 찍어 올렸다.

--- p.86

나는 걸으며 여행의 감각을 기억해내려 한다. 새로운 골목과 나무와 풍경을, 친구와 함께 와야지 어느새 다짐하고 있는 식당과 카페를, 그리고 잊은 줄 알았던 여행자의 기분을.

--- p.101

여행지에서는 러시아워를 겪은 적이 없다. 여기 사람들도 출퇴근을 할 텐데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일상 복귀가 이뤄지면 알 수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여행자들의 시간은 다르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나서야 여행자들은 움직인다. 시간에도 여행자의 시간이 따로 있다.

--- p.167

나는 덧버선을 신을 때마다 이제는 가지 못하는 그곳. 일본의 풍경을 신는다. 그때의 추위와 덧버선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던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여행 기념품을 사용하는 건 여행의 그 시절을 조각내어 사용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겨울에는 덧버선 하나로 일본 여행을 한다.

--- p.175

여행이 가져오는 여유로움은 ‘목적 없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니 여행 같은 일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끔 동네를 배회할 필요가 있다. 살 것도 없는 시장을 기웃거리고, 빠르게 걷는 사람과 자전거를 피해 강변도 어슬렁거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풀 더미 사이로 새들이 떼로 옮겨 다니는 모습도 지켜본다. 그러다 보면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은 예쁜 순간을 만나게 된다. 여행자의 기쁨이다.

--- p.189

광화문 앞 빌딩의 어느 꼭대기 카페,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루프탑 호프집, 집 안의 창, 작업실의 창, 한강 변의 미술관, 아주 높지는 않아도 약간의 높이만 달라지면 나는 언제든 여행을 한다. 그동안 다녔던 여행지의 전망이 높이의 마디가 되어 새겨져 있다. 그래서 그 높이에 다다르면 자연스럽게 여행의 추억과 그때 봤던 전망이 떠오른다. -p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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