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주인공이 ‘나’로 밴드릭스로 등장하는 1인칭 시점의 작품이다. 작가는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무렵의 런던을 배경으로, 소설가 모리스 벤드릭스와 유부녀 세라 그리고 세라의 남편인 헨리 마일스 사이의 사랑과 이별, 기묘한 우정을 주인공 화자의 시선을 통해서 섬세하게 더듬어간다.
남녀 간의 애증을 다루는 연애 소설 형태를 띠면서도 신을 향한 인간의 감정과 다양한 종교적 이슈들을 여주인공 세라를 통해 잘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은 화자이자 주인공인 모리스가 연인이었던 세라와 헤어진 지 2년여 뒤 세라의 남편과 우연히 마주친 일을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1939년의 첫 만남부터 1944년 런던이 공습받은 날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기까지, 사랑이 시작되어 끝을 향해 가던 순간들과 1946년 시점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끝날지 긴장과 호기심을 자아내고, 아울러 질투심을 느낀 모리스가 탐정을 고용해 세라를 조사하는 장면들에서는 오해를 일으키는 단서들을 흘리며 숨겨진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중가시킨는데......
이 소설에서 모리스라는 인물은 그 어떤 인물보다 강렬한 감정을 지닌 목소리로 자신의 내면을 고백한다. 소설 서두에서 모리스가 “이것은 사랑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증오의 기록”에 더 가깝다고 밝히듯이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은, 때로는 옹졸하고 변덕스러운 사랑의 민낯과 깊은 상실의 고통에 대해 작가는 모리스의 목소리를 빌려 숨김없이 들려준다. 타락한 세속적인 인간의 사랑을 갈망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종교적 고뇌에 잠겨 갈등하게 되는 이들의 세사람 중심으로 심리 상태를 잘 나타냈다.
나는 내가 사랑한 유
일한 것을 내 인생에서 자꾸만 몰아내고 있었다. 사랑은 오래도록 변치 않는 것인 척할 수 있는 한 나는 행복했다. 심지어 나라는 사람은 함께 살기 좋은 사람이고 따라서 사랑도 변치 않을 것처럼 나 자신을 속였던 것 같다. 그러나 사랑이 죽어야 한다면 빨리 죽기를 바랐다. 우리의 사랑은 덫에 걸려서 피를 흘리며 죽어 가는 조그만 짐승과도 같았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 목을 비틀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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