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서다 두 대, 세 대 맞을 거, 이기지도 못할 거, 그냥 한 대 맞고 끝내면 되는 거야.' 나는 그 말을 하던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는게 이기는 거다.' '
너를 괴롭힌다고 똑같이 굴면 너도 똑같은 사람 되는 거야.'
'그냥 너 하나 죽이고 살면 돼.' 패배감에 젖은 그 말들. 어차피 맞서 싸워봤자 승산도 없을 거라고
미리 접어버리는 마음. 나는 그런 마음을 얼마나 경멸했었나. 그런 마음에 물들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발버둥쳐야 했었나. 그런 생각을 강요하는 엄마가 나는 미웠다. 그런 식의 굴욕적인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저항했다. 하지만 왜 분노의 방향은 늘 엄마를 향해 있었을까. 엄마가 그런 굴종을 선택하도록 만든
사람들에게로는 왜 향하지 않았을까. 내가 엄마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나는 정말 엄마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내 생각처럼 당당할 수 있었을까. 나는 엄마의 자리에 나를 놓아봤고
그 질문에 분명히 답할 수 없었다.-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