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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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모-할머니-어머니-그리고 지연으로 이어지는 4대의 이야기

시간은 근대 일제 식민지 -6.25 동란-현재로 이어진다.

어쩔수 없는 삶의 무게 앞에서 그녀들의 취할수 밖에 없었던 선택 , 백정 출신이었던 증조모 삼천은 일제시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선택했던 양반 신분의 남편에게 평생 배려를 받은 적이 없고 , 할머니인 명숙은 자신을 결혼상대가 유부남이었다는 것을 숨겼던 아버지에게 죽어버리라고 악담 그대로 아버지는 차에 치어 죽어버린다.

그리고 지연의 어머니 또한 전세대의 그녀들의 체념된 삶에 그녀의 삶 또한 익숙하게 닮아간다.결국 어머니는 지연의 남편의 외도를 수용하라고 하며 이혼을 말린다. 지연은 결국 이혼 후의 깨어진 자아를 보게 되면서 외할머니 명선을 만나게 되는데.......

남성위주의 가부장제 인습의 폭력과 일방성이 조용한 그녀들의 전체의 삶을 흔들어 놓지만, 삶에 순응 하고 살아가는 모습들을 지연(주인공)은 증조모-할머니-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이혼 후 깨어져 있었던 자신의 모습과 서로의 오해의 상처로 얼룩진 관계도 화해와 용서하게 된다.

소설을 읽고 난후 바꾸려고 해도 바꿀수 없었던 상황들 앞에서 무엇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따질수 없는 그저 생과 사의 갈림길 앞에서 숙연해진다.

그럼에도 제목처럼 밝은 메세지를 지연으로 회복 시키려 했던 작가의 의도가 덜 부담스럽게 읽혀 진것 같다.

p.329 어두워지는 해변에서 미선아, 미선아, 부르며 걸어오던 증조모의 모습을 엄마는 기억했다. 그 때 자신이 느꼈던 반가움을, 자신을 짓누르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무엇보다도 '내게 누군가가 있다'라는 마음의 속삭임을 엄마는 기억했다. /p.330 어른이 되고 증조모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그 속삭임은 사라지지 않고 엄마 안에 남아 있었다.

내가 누리는 특권을 모르지 않았으므로 나는 침묵해야 했다.

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라며 느꼈던 외로움에 대해서,

내게 마음이 없는 배우자와 사는 고독에 대해서.

입을 다문 채 일을 하고, 껍데기뿐일지라도 유지되고 있었던 결혼생활을 굴려나가면서,

이해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에는 눈길을 주지 않아야 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으니까.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었으니까.-85

맞서다 두 대, 세 대 맞을 거, 이기지도 못할 거, 그냥 한 대 맞고 끝내면 되는 거야.' 나는 그 말을 하던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는게 이기는 거다.' '

너를 괴롭힌다고 똑같이 굴면 너도 똑같은 사람 되는 거야.'

'그냥 너 하나 죽이고 살면 돼.' 패배감에 젖은 그 말들. 어차피 맞서 싸워봤자 승산도 없을 거라고

미리 접어버리는 마음. 나는 그런 마음을 얼마나 경멸했었나. 그런 마음에 물들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발버둥쳐야 했었나. 그런 생각을 강요하는 엄마가 나는 미웠다. 그런 식의 굴욕적인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저항했다. 하지만 왜 분노의 방향은 늘 엄마를 향해 있었을까. 엄마가 그런 굴종을 선택하도록 만든

사람들에게로는 왜 향하지 않았을까. 내가 엄마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나는 정말 엄마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내 생각처럼 당당할 수 있었을까. 나는 엄마의 자리에 나를 놓아봤고

그 질문에 분명히 답할 수 없었다.-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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