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 - 소돔과 고모라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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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우리 욕망의 분출 앞에 놓인 한낱 우연의 여인에 지나지않는 이상, 우리 자신도 우연히 그녀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 우리 이웃이 불어넣는 단순한 인간다운 정과는 매우 다른 이런 온갖감정, 연정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모조리 그녀 쪽으로 흘려보내려고 바라면서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다음, 사랑하는 여인에게 그녀에 대한 애정을 고백할 적에, 우리의 희망이 그 즉시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걱정하며, 또한 우리가 쓰는 말씨가 일부러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전에 사용됐듯이 다른 여인에게도 사용되리라, 또 만일 그녀가 우리를 사랑하지않는다면 우리를 이해할 수 없고, 또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야릇한 표현을 무식한 사람들에 대해서 쓰는 현학자學者의 뻔뻔스러움과 취미의 결핍으로서,
그때 우리는 지껄이고 있다 하는 생각에 당황해, 그 걱정, 그 부끄러움이 반대적 리듬, 썰물, 곧 처음에는 뒤로 물러나면서, 이제까지 고백한 애정을 맹렬히부인하는 결과가 되면서도, 또다시 반격을 개시하여 여자의 존경과 복종을 쟁취하려는 요구를 낳게 하는 것이다. 이 이중의 리듬은 동일한 사랑의 갖가지시기에도, 여러 비슷한 사랑에 해당하는 온갖 시기에도, 자기를 믿기보다 자기를 분석하는 힘이 강한 모든 사람들 속에서 볼 수 있다. 이 리듬이 만일 그때 내가 알베르틴에게 한 객설 속에 평소보다 한결 강하게 울렸더라도, 그것은 오로지, 내 애정이 박자를 붙여 정확히 노래하려는 상반되는 리듬에 더욱빠르고 기운차게 이 몸을 옮기려는 소망에서였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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