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을 입으렴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이다.성장통 이야기.

가슴 아픈 기억들 상처들 가족관계 사촌의 인연으로 원하지 않았지만 태어나면서 선택될수 밖에 될수 없는 관계들

눈을 감으면 눈내리고 사거리에 제과점이 있을 것만 같은 , 마을 버스가 다니는 그 거리가 읽는 동안 사춘기 어느 한 조각의 파편에 박혀서 아른 거렸다.

사촌 관계인 고둘녕과 수안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직장으로 인해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던 둘녕 , 어머니의 부재로 둘녕은 이모 혹은 외할머니 댁에서 수양딸로 키워진다.

수안은 이모의 딸인데 둘녕과 동갑내기로 의지도 많이 하고, 서로에게 배려과 애착이 많아진다. 특히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수안은 둘녕에게 심적으로 마음적으로의지를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다가 이모의 막둥이 5살배기가 모든 사람들의 앞에서 사라지게 되자 (나중에 다시 찾게 되지만), 이모는 둘녕 탓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한번 몰아친 설움은 결국 고3 이었던 대학진학을 포기하게 만들게 되고, 바로 사회로 내몰리게 되며 둘사이의 관계 (수안과의) 가족 사촌 지간의 사이가 한번에 멀어져 간다.

이 소설은 유년시절동안 누구라도 둘녕과 수안 처럼 껌딱지 처럼 붙어다니며 모든것을 공유하고 한때 전부를 걸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든다.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것들이 그 당시엔 생채기를 낼만큼 불편한 순간으로 순식간에 돌아서버리고 오해를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질 않는다.

그렇게 돌아섰던 수안에게 둘녕은 잠못을 보내며 화해의 선물을 한다.


​읽는 내내 떠나보냈던 많은 이들이 생각난다.그때의 철없음에 그리고 무모하고나 순순했기 때문에 받았던 가슴 저림에 그 철없는 시절이 안개 같이 흩뿌였던 나날들이 ...꿈결같다.

그게 잘못이었을까요. 설령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어도, 함께였다면 좋았을지 모른다고 뒤늦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인가 해주어야 한다고, 사랑하니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는 내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습니다. 그날 밤 마을버스를 운전하며 당신이 말했죠. 그럴 줄 몰랐던 거라고. 그 말이 내겐 사무쳤습니다. 나 역시, 그럴 줄 몰랐습니다. 다시 그날 오후로 돌아간다 해도 내가 터미널에서 다음 버스를 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을 모릅니다. 누구 탓도 아니었다고, 어떻게 하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라고, 살아오는 동안 그렇게 생각하려 했습니다. 비록 잘 되진 않았지만요. (448)


한때 내 것이었다가 나를 떠난 것도 있고, 내가 버리고 외면한 것도,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것도 있다. 다만 한때 몹시 아름다웠던 것들을 나는 기억한다. 그것들은 지금 어디로 달아나서 금빛 먼지처럼 카를거리며 웃고 있을까. 무엇이 그 아름다운 시절을 데려갔는지 알 수가 없다.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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