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잡한 아픔들에 주로 모른다는 말로 안전하게 대처해왔다. 빼어나고 노련하게. 그리고 예의 바르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 그 와중에 김완이나 고승욱 같은 사람은 모르는 채로 가까이 다가간다. 복잡한 아픔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기어이 알아내려 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 손을 내민다.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심보선 시인은 시는 두 번째 사람이 쓰는 거라고 했다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거라고.
나는 부드러운 가을의 밤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김완의 시를 경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