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안개의 풍경 스가 아쓰코 에세이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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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가는 내 방의 꽃무늬 소파에 마리아의 이야기가 스며들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마리아가 독일 수용소에서 죽었다면 나는 남편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말고어디 다른 나라로 갔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내가 중대한 선택의기로에 섰을 때 몇 번이고 우연히 함께해준 마리아가 20세기 이탈리아의 역사적 시간과 사람들과 이토록 긴밀하게, 이름도도 없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한없이 감동했다. 그 마리아가 태연한 얼굴로 내 옆에 앉아 있는 것이다. - P148

젊을 적 나는 달마티아 바닷가를 떠돌았네.
먹이를 노리는 새가
어쩌다 머물고 가는 암초는 미끈한
해초로 뒤덮여, 파도 사이로 보였다 말았다.
태양에 빛났네. 에메랄드처럼
아름답게, 조수가 밀려오고, 밤이 바위를 감추면,
바람을 따라 돛단배들은, 먼바다로 나갔네.
밤이 놓은 덫에 걸리지 않도록. 오늘,
나의 왕국은 저 무인지대
항구는 누군지 모를 이를 위해 등불을 밝히고,
나는 홀로 먼바다로 나가네. 아직 설레는 정신과,
인생에 대한 참혹한 사랑에,씻겨
율리시스중에서 - P154

이튿날 소나무 숲속 조각가의 집에서 택시를 타고 여름 태양이 눈부시게 비치는 언덕길을 달려 역으로 향하면서 나는 다음에는 혼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뭘 하겠다.
는 생각 없이 그저 트리에스테의 길을 혼자 걸어보자, 부두에 서서 트리에스테의 바다를 바라보자…..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깎아지른 낭떠러지 길을 달렸다. 창 너머 멀리 아래쪽에는 하얀 파도가 바위에부서지고, 여기저기 돛단배가 흩어진, 사바의 눈처럼 파란 바다가 한없이 펼쳐져 있었다. 호메로스, 조이스, 그리고 사바가 사랑한 율리시스의 바다가 여름 햇살 속에 반짝이고 있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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