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 귀신부터 저승사자까지, 초자연현상을 물리치는 괴심 파괴 화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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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이런 생각을 보고 있으면, 영국의 SF작가 아서 클라크가 남겼다는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라는 말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125)


귀신부터 저승사자까지, 초자연현상을 물리치는 괴심 파괴 화학 이야기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로 접하게 된 곽재식 작가님. 기후 변화에 관한 책이었는데 설화부터 시작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후 계속되는 출간 소식을 접하며 더욱 궁금해졌다.

<심야괴담회>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과학 이론으로 분석하며, 괴심 파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하시는데, <심야괴담회>를 보진 않았지만 왜 괴심 파괴자라는 별명을 얻었는지는 책을 읽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점점 공포호러소설에 관심이 생기면서 절로 무서운 이야기, 괴담에 대한 흥미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괴담을 읽으면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고, 읽고 나서는 묘한 소름돋음이 남아있는데 이런 사소한 끈적거리는 기분을 바로 없애줄 수 있을것 같아 눈길이 갔다.

제일 흥미진진했던 것은 우리가 생각해왔던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이 창백한 전통적인 이미지의 저승사자는 <전설의 고향>의 제직진이 만들어 낸 모습이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조선시대 이전 사람들은 저승사자는 실제 벼슬아치의 화려한 관복을 입고 무기를 들고 있거나 말을 끌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의 고정관념을 파괴해주는 이야기부터 물귀신, 악령 들린 인형, 몇 날 며칠을 홀린 듯이 춤만 추는 사람 등 여러 현상 혹은 이야기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괴심을 와장창 파괴하는 방식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나중에 이런 현상을 소재로 쓴 소설을 읽게 된다면 왜인지 이 책의 내용처럼 나도 절로 과학적인 원리를 제시하며 무서움을 파괴할것 같은 예감이 든다.



확증편향은 유령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을 고착화하는 데도 위험한 역할을 한다. (...) 아무 쓸데없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있을 때, 그런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는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속에 새겨지는 확증편향이 그 사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니 사실 확증편향이야말로 사람의 눈을 가리고 사회를 편견으로 망하게 만드는 악마인 것이다.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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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거나 혹은 즐기거나 - 플뢰르 펠르랭 에세이
플뢰르 펠르랭 지음, 권지현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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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관점을 바꾸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와 언어 장벽에 상관없이 보편적 차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결국 입장 바꾸기다. 차이의 비밀을 풀어내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며 할 수 있는 가장 활력 넘치는 일 중 하나다. (10)


아시아계 최초의 프랑스 장관에서 스타트업 투자자로 경계를 허물고 한계를 뛰어넘는 플뢰르 펠르랭의 시간들

생후 6개월에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가게 된 아이. 종숙에서 플뢰르가 되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한켠에 남아 있는 그녀 안의 상처. 남들과 다른 외모에 튀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 부모의 믿음으로 교육이라는 기회를 잡아 대학에 입학하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나가며 사회로 나오면서 계층 이탈자를 경험한 그녀. 그녀가 구현하는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 장관직에 올라 40년 만에 방문하게 된 한국. 한국인들의 열광스런 환대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믿음 속에서도 한 켠에 남아 있던 불안과 상처, 수치심을 인정하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에 뭉클해지면서도 참 인상적이었다. 장관직에 올랐지만 성공만 눈 앞에 있지 않았고, 여러 우여곡절을 넘기며, 이후 장관직에 내려와서도 스타트업 투자자로 자신만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이 참 멋져보였다. 

내 철학은 행동과 그 결과에 기반을 두었다. (80)

장관으로 방문한 한국에서의 경험에 이어, 소중한 인연으로부터 다시 시작된 한국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자신과 한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진솔한 마음이 내게 닿는다.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의 모습에 그녀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



한국인은 나를 한 개인으로서 자랑스러워하고, 나는 한국인이 자랑스럽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반전이다. 내 수치심은 사라졌고 우리의 운명은 얇은 트레이싱페이퍼 여러 겹을 포개 그린 조화로운 그림처럼 겹쳐 있다. 보이지 않는 여러 개의 선이 만나 한국과 나 사이에 무언가 중요한 것, 유전자로 정해지지 않은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전자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이 그냥 주어진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멀어짐과 망각, 무관심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만나는 선택을 했다. 서로를 알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는 한편 의식적으로 의지를 갖추고 만들어가는 관계에도 마음을 연다. 또 자유를 누리면서 공동의 미래를 위한 수많은 계획을 설계한다. 자기 운명을 뿌리와 화해시키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이 있을까.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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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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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야. 잘 지내? 여보, 나 여기 있어." (46)


6월, 드라마 <안나>를 재미있게 보고 나서 원작 소설 『친밀한 이방인』 을 읽었다.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각기 다른 매력을 느끼며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소설과 드라마를 함께 보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책이었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내가 좋아하는 한지민, 신하균 배우가 주인공이라 더 관심이 갔다. 

아픔도 헤어짐도 없는 완전한 천국, 욘더.
다시 만난 우리는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까?

바이앤바이, 사이버 추모공원. 사람의 기억이 다운로드되어 아바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니. 왠지 정말이지 미래에 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미래 속 가상세계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하며 기억을 모두 흡수하고 있는 아바타와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며 그리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 하지만 그것에서 더 나아가 죽음 이후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함이 계속되는 천국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욘더를 보면서 계속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소중한 사람이 욘더의 길을 선택한다면,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소중한 사람을 따라 욘더로 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병 혹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세상을 일찍 떠나게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욘더의 길을 선택할까? 그렇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욘더로 불러들인다는 걸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죽음 이후에도 삶이 계속 된다는 것, 영원한 행복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 환상적으로 보이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은 기괴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욘더 속 내가 과연 정말 나일까 하는 궁금증도 돋는다. 소중한 사람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는 환상. 하지만 정말이지 마주하고 싶지 않을 상실과 그리움의 감정을 현실 속 우리의 감정에 남겨둬야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행복한 감정만이 아닌 다양한 감정이 쌓여 결국엔 나를 이룬 것일테니.

책을 덮은 지금, 욘더라는 공간이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됐을지, 인물들의 감정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이제 드라마 <욘더>를 봐야겠다. 



"하지만 말이야, 실제로는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는 속고 있는 거야. 그렇담 나는 행복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당신이 먼저 대답해줘야만 해. 당신은 정말 행복한 거야?"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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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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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시 정각에 우는 부엉이 영감의 소리를 듣다가, 퍼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달팽이'는 어떨까?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나는 새로 열 식당 이름은 '달팽이'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좋았어! 롤케이크처럼 이불을 둘둘 만 채 혼자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 작은 공간을 책가방처럼 등에 메고,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와 식당은 일심동체. 일단 껍데기 속에 들어가 버리면 그곳은 내게 '안주의 땅'이다. (75)


오가와 이토의 다른 책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달팽이 식당』 서평단 모집글에 관심이 갔고,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책이라 더욱 궁금증이 커졌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링고, 남자친구가 살림살이를 싹 다 가져가 텅 비어있는 집. 믿고 싶지 않은 장면을 마주한 링고는 실어증 증세를 보인다. 구석에 유일하게 남겨진 할머니의 마지막 겨된장 항아리와 함께 오래도록 가지 않았던 고향으로 내려간다. 돌아온 고향에서 달팽이 식당을 열며 다시 시작하는 링고와 달팽이 식당을 찾아오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 그렇게 달팽이 식당으로 들어가본다. 

창고였던 공간을 하나씩 고쳐가며, 취향에 맞게 달팽이 식당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부터 '달팽이'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렇게 달팽이 식당이 완성되고, 달팽이호같은 달팽이만의 것이 하나씩 채워지는 과정이 느리지만 조용하게 마음 속에 안착된다. 

시골의 풍경 속 달팽이호를 타며 스쳐 지나가는 링고의 모습이 보인다. 달팽이 식당의 주변 풍경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달팽이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작고 아담한듯 편안한 분위기를 느껴진다. 자연의 소리와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가 섞인다. 맛있는 냄새가 전해져온다. 내 앞에 음식이 놓여진다. 달팽이 식당의 식탁에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한다. 링고가 만들어주는 나만을 위한 음식, 그 음식이 나에게 어떤 위로와 용기, 기운을 줄지 무척이나 설레며 기대가 된다. 

요리의 세계로 이끌어 준 할머니, 그 추억의 맛과 그리움이 어느새 소박하고 따스한 분위기인 달팽이 식당에 녹아져 있다. 정성이 가득한 음식, 그 음식에 담겨있는 링고의 따뜻한 마음이 손님들에게 닿는다. 저마다의 사연들, 음식에 담긴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받고, 사랑이 시작된다. 그리고 오래도록 쌓아온 엄마와의 오해도 풀리며 링고 자신 또한 치유의 시간을 맞이한다.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초반 엘메스를 위해 음식을 연구하며 먹이는 모습에 조금은 감동 받았는데, 엘메스의 결말이 엉엉. 나의 환상을 조금 깨버렸다. 사람에게 전해져오는 마음도 좋았지만, 거식증 토끼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주어서 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상실감, 그리움, 추억. 위로와 용기, 사랑 그리고 화해. 느리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달팽이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간다. 



요리를 만든다. 단지 그 사실만으로, 내 몸속 세포 하나하나가 황홀해하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진심으로 행복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한겨울 밤하늘에 대고 몇 번을 소리쳐도 부족할 정도였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다 들릴 만큼 큰 소리로 목이 쉴 때까지 모두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아주 잠깐 눈이 그친 하늘에는 무수한 빛들이 모닥불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169)


[알에이치코리아 서평단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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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밟기 여관의 괴담
오시마 기요아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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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눈길을 갑니다. 그림자밟기라는 묘한 이미지 여관(집 관련 소재 좋아함) 괴담=결제각. 최근 괴담에 꽃혀서 그런가 재미있게 읽었어요. 과하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톤도 좋았고, 이러한 미묘한 분위기의 궁금증 돋는 결말도 나름 이 책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끝나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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