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주성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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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홍콩영화가 첫사랑이엇던 수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장국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컥하는 사람들, 양조위의 눈빛만 봐도 심신이 정화되는 사람들, 주성치만 생각하면 하루 종일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사람들, 장만옥을 떠올리며 괜히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런 헤어진 이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홍콩의 거리를 걷고 있다. _6​


주성철 기자의 홍콩영화 성지 순례기

홍콩영화를 좋아했다면, 좋아한다면 추억 속으로 깊이 빠져들 책.
사실 난 홍콩영화를 잘 안 봐서 많은 공감은 어려웠지만, 충분히 영화 속 분위기를 책을 통해서 잠시나마 느껴본 듯하다.
홍콩을 몰라도, 영화를 안 봤어도 홍콩 분위기가 가득 담겨있어, 읽고 나면 좀 더 특별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해진다. 
적지 않은 사진들 속엔 추억과 그리움이 가득하고, 과거와 현재의 홍콩의 분위기도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글을 읽을수록 작가님의 홍콩영화 사랑을 가득 엿볼 수 있었다.
영화 속 장소를 찾아가 영화 속 분위기를 느껴보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은 변화하거나 사라진 공간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영화 속 장면과 장면 사이, 보이지 않는 장면의 주인공들의 감정들을 쫓기도 하며, 영화를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해거나 그 속에 담긴 감정까지 느끼는 모습이 참 낭만적이었다. 

단순히 영화를 즐기는 것이 아닌, 더욱 풍성한 감정을 생각해보며 그들의 시간과 작가님의 시간이 겹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에서 나아가 그들의 단골 가게를 찾아가 보거나, 장국영이 어릴 적 다녔던 학교에 찾아가보며 그들의 삶을 좀 더 입체적으로 살펴보며, 영화 속 1분 남짓 나온 공간을 찾아가는 그런 열정이 과연 '홍콩팬보이'가 아닐수 없다. 



하나의 공간 안에 이렇게 서로 다른 영화가 만나고, 별개로 흘러갔던 서로의 시간이 겹쳐져 이야기를 건네는 곳이 홍콩 말고 또 있을까. 정말 홍콩은 영화같은 곳이다. 이것이 우리가 홍콩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_109​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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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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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토리가 과거로 이어지면서 나오는 반전!! 번개 번개 번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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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노래하듯이
오하나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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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일 년이라는 빈 노트를 나는 무엇으로 채울까. 동물의 발자국을 따라가보는 일. 바람을 타고 여행 중인 씨앗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일. 매일매일 달라지는 하늘의 색과 구름 모양, 바람의 냄새를 눈치채는 일. 새를 바라보는 일. 나무와 함께 흔들리는 일. 감추어져 있지 않으나 작고 가만해서 지나치기도, 없다고 착각하기도 쉬운 것에, 하지만 각자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높고 위대하게 세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에 마음을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 이야기를 전하기 전에 그들과 둘도 없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일. 그런 일들로 채워진 노트는 훗날 나 자신에게 살아갈 힘으로 반드시 되돌아오리라. _17


제주에서 귤나무를 돌보며 1년 열두 달을 기록한 오하나 시인의 에세이.

24절기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작은 농원 학교로 등교해서 가지치기부터 시작하는 1년 농사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과정은 고되지만 결국 가치가 되어 더욱 짙어진다. 
자연의 향기가 느껴지고, 자연의 소리가 절로 들려오는 시간.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색이, 풍경이, 소리가, 계절이 변화함에 따라 크고 작은 일상들이 내게 잔잔하게 따스하게 느릿하게 포근하게 채워진다.

따뜻한 사람 옆엔 따스한 사람이, 다정한 반려견이,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과 동물들과 귤나무가 있다.
제돌이와 제순이, 페이와 티엔, 메이와 쥰, 장미와 바비, 황두와 자두.
제비와 멧비둘기와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 그들의 다정한 마음과 애정이 내게 전해져 온다. 
생명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잠시 놓치고 있던 자연의 변화에 다시금 눈여겨보게 된다.
그들에겐 자연은 일상이 되어 시가 되고 글이 되고 음악이 되어 풍경이 된다.
덩달아 자연스레 자연의 풍경이 싱그럽게 내게 새겨진다. 



평화는 끈질기게 화해하자고 손 내미는 것. 그래서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것.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모질어지지 않고. 자기에게 총을 겨누는 상대에게 그러지 마요, 우리 화해해요, 하고 자신의 가장 연약하고 보드라운 속살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면서 웃음 짓는 것. 이제 나도 누군가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있기는 한데 설명하긴 좀 어렵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언제까지나 평화롭게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거요. 제가 아는 배나무 형제처럼요." _68​


몸으로 삶의 춤을 추던 시간을 글로 남기지 않는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는 건 결코 아니지만, 글로 써보지 않으면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삶의 진실 또는 의미라는 게 있는 듯하다. 여름 농사는 확실히 고되다. 그래도 견디다 보면, 귤나무에 매달린 초록색 아기 귤과 함께 어느새 훌쩍 크고 더욱 짙어진 나를 발견하게 되어 기껍기도 하다. 이 글을 쓰면서 여름 농사의 의미를 하나 더 발견해냈다. 기쁘다! _89​


[미디어창비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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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벚꽃 에디션)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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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질 때는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별로 기대하지 않아야 부담이 없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대충 시작했다가 마음에 들면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선택과 집중의 시기를 지나 균형을 잡게 되면 무엇을 배웠건 그 분야에 관해서는 한결 깊어진 눈빛을 지니게 될 거다. _28​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27년 동안 도서관 사서로 일했고, 12년 동안 번역가로 일하는 동시에 다양한 공부를 하며 배우는 게 취미인 심혜경 번역가님의 배움의 즐거움이 담겨있다. 

저자의 공부 철학에 내 안의 숨어있는 욕망들이 조금씩 끄집어낸다.
나는 말로만 배우고 싶은게 많다. 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매번 주저주저했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부담없이 쉽게 도전해보고, 하다가 안 맞거나 재미없으면 뭐라도 건진 것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다른 것으로 갈아타거나 마음에 들면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저자의 말에 내가 지금까지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만 같다. 

배움의 시작은 완성이 있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했던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건진 것은 거대하지 않더라도, 배움으로써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결국 나에게 작은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는 것이다. 
배우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막상 시작해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일수도 나와는 맞지 않을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나와 찰떡같이 맞을수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다양한 언어를 배우며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에 나도 절로 배우려는 마음을 북돋아준다.
지금까지 두려운 마음으로 웅크렸던 내 모습을 털어내고 조금씩 도전해봐야겠다.
매번 말로만 배우고싶다 말하지 말고, 우선 해보자!
우물쭈물하지 말고 대충 시작했다가 마음에 들면 최선을 다하자!
시작은 미미해도 계속해나가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나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경지에 도달할지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면 옳은 길을 되찾아 나오면 된다. 가야 할 길이 아니라면 아무리 멀리, 아무리 많이 걸어갔다 해도 미련 두지 말고 냅다 돌아 나오는 게 좋다.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많이 걸어간 것이 아까워서 계속가는 것이야말로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길을 너무 멀리 떠나와서 어디로 돌아갈지 알 수 없을 때는 그 자리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도 속 시원한 해결책이다. 내가 하고 싶어 시작하고, 내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두는 건데, 나 아닌 그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겠는가. _24​

다소 산만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를 공부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얻은 결론이자 희망사항은 하나다. 시작은 미미해도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계속해나가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경지에 도달하리라는 것. 이른바 공부에 스며드는 삼투압 효과를 기대해보자는 이야기다. 취미생활로 공부만 한 것도 없다. 그리고 언어의 세계는 끝도 없다. 공부의 최전선에 나서보기에 충분할 만큼. _151​


[더퀘스트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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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방 - 나를 기다리는 미술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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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세상을 바꾸거나 구원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삶을 바꾸거나 더 풍요롭게 만들 수는 있다고 믿는다. _7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할 때 _발상의 방
반복되는 일상에 감각이 무뎌질 때 _행복의 방
복잡하게 얽힌 사이가 버거울 때 _관계의 방
자라나는 욕심이 나를 괴롭힐 때 _욕망의 방
혼자라는 생각에 외롭고 지칠 때 _성찰의 방

다섯 가지 그림의 방에서 만나는 60개의 이야기.
나만의 방에서, 나만의 공간에서 다양한 그림들을 보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본다.

우선 많은 그림에 눈이 즐겁다. 현대 미술도 간간히 들어있어, 상상의 영역을 더욱 확대해준다. 
아는 그림은 아는대로 반갑고, 새로운 그림은 새로워 더욱 반가워지는 시간, 무궁무진한 예술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3월에 읽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를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을 봐서 흥미로웠다.

칸딘스키보다 5년 앞서 추상화를 그렸지만, 오랫동안 오판되고 은폐됐던 여성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
오랫동안 남성 화가가 그린 것으로 여겨졌고,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린 마리드니즈 빌레르.
여성에게 누드 수업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17세기, 남자 누드를 그린 최초의 여성 화가, 미카엘리나 바우티르.

"이 초상화는 위대한 남성 미술가의 작품으로 오인됨으로써 여성 미술가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_앤 히고넷" _23


유래를 알고보니 새로웠던 "고디바 초콜릿의 이름과 로고" 이야기. ​(172-175)

11세기, 레오프릭 백작은 가혹한 세금 징수로 큰 원성을 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부인을 찾아가 호소했고, 동정심 많은 부인은 남편에게 세금 감면을 청한다. 아내의 반복된 청에 질린 백작은 부인에게 맨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청을 들어주겠다 제안한다. 받아들이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꺼낸 제안이었지만, 부인은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결심한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부인이 알몸으로 마을을 지나는 동안 모두 집 안에 들어가 창을 닫고 보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꼭 몰래 보는 사람이 있다. 톰이라는 재단사가 궁금한 나머지 몰래 부인의 알몸을 보았고, 장님이 되었다고도 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고다이바 부인의 숭고한 행위를 성적 호기심으로 더럽힌 죄로 신의 저주를 받았다 믿었다. 이 전설이 이어져 고귀하고 희생정신이 뛰어난 고다이바 부인의 이름을 따서 고디바가 되었고, 로고 또한 말을 탄 알몸의 고다이바 부인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는 즐거움과 여러 그림들로 다양한 생각을 뻗어나가 새롭게 그림을 감상해보는 시간이었다. 
짧지만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내게 필요한 방으로 들어가 그림을 보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미술은 누군가에겐 기적이 될 수도 삶의 수단이 될수도 있지만, 철저한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는 당신은 분명 미술 애호가이다. 미술관에서 내가 누린 기쁨과 행복이 당신의 심장에도 전해지길 소망한다. _264


[아트북스 서포터즈 활동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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