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이소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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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은 너무 쉽게 변하거나, 그보다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그 누구로부터도 영원히 고쳐 쓰이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변하는 것은 매일매일 내 손으로 쓰는 나 자신뿐이다. _279​


시집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을 보고 컨셉부터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독창적인 시들로 이소호 시인이 궁금해졌다.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에는 과거 이경진에서 '시 쓰는 이소호'라는 인사를 건네기까지의 삶이 담겨있다. 

위의 시집에서도 느꼈듯 에세이에서도 자신만의 기획이 뚜렷해 보였다. 
중간 중간 어린 시절의 일기가 있는데, 어린 시절의 일기가 지금까지 남아있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일기 속 선생님의 코멘트가... 참...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누군가가 내 일기를 본다는 생각에 내 일기장은 무난했던 그 날의 일만을 나열했던 것같다. 
이후 지금까지 일기를 쓰지 않았지만, 최근 일기 쓰기로 결심은 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전체적인 구성이 좀 독특했다. 영화 씬 느낌, 영화 소개 느낌, 백과 사전 느낌, 각주 등 여러 구성들이 좋았다. 
특히 「소호의 각주」 나 요런 느낌 좋아하나봐. 괜히 일기에 나도 비스무리하게 써 보았다. 근데 여러개 쓰기 어렵다. 조금 쓰다 말았다;

일기엔 솔직함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선생님들이 궁금해 하며 기다리는 재미있는 일기가 되었고, 일기가 쓰기 싫은 날엔 동시를 일기 대신 적은 시인. 동시도 너의 감정을 표현한 거라 일기에 써도 된다는 엄마의 말.
일기 속 솔직함이 글로, 시로 나아간 것 같다. 

나는 솔직한 글들을 좋아하는 것같다. 내가 그러질 못해서 더욱 그런 것 같은 느낌이다. 난 상처를 꾹꾹 담아 내보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데, 표현함으로써 상처를 내보내는 사람들이 부러워 좋아하는 것같다. 너무나 솔직해서 불편할 순 있겠지만, 그 불편함까지도 솔직하다. 

최근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연애 에세이가 나왔던데, 그 속엔 어떤 이소호의 모습이 들어있을지 궁금해진다. 


출발선 앞에서 나는 처음을 읊조린다.
처음은 그러하다. 가장 엉성하며, 의뭉스럽고, 불분명하다.
처음은 늘 그런 것이다.
생각해 보니 처음은 멋질 필요가 없다.
그냥 다음 세계로 넘어갈 힘만 가지면 된다.
나는 지금껏 그걸 믿으며 살았다.
다음, 나에게 그다음으로 향해 발 디딜 수 있는 '첫'만 계속 만나기만 하면 된다고. _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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