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
기무라 유이치 글,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양선하 옮김 / 효리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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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우두머리가 된 때까지도

승냥이 구에게 가장 부끄러운 비밀이 된 것은 바로 '엄마'입니다.

오갈 데 없는 아기였을 때부터 자기를 애지중지 키워준 '족제비' 엄마......

자신보다 작고 힘없는 족제비 엄마를

구는 한번도 친구들 앞에서 '엄마'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러기는커녕 누가 알까봐 노심초사할 뿐이었죠.

자신이 큰 존재가 되어갈수록 그 비밀은 더 숨겨야 할 것이 되어갔습니다.

엄마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질 때까지 말이죠.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다가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엄마, 왜 그래? 왜 안 읽어?"할 때까지 말입니다.

구가 피투성이가 된 엄마를 발견하고 "엄마!"라고 목놓아 부르는 거기서

'족제비 엄마'는 저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모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화내고 쏘아붙이는 아이를 그저 이해하고 토닥거리는 엄마'

'아이가 아무리 커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문 밖을 지키는 엄마'

'내가 어떻게 되어도 마지막까지 아이만을 염려하는 엄마'

 

승냥이 구의 "엄마!"라는 외침 한 마디에 그 모든 '엄마'가 묻어나왔습니다.

그렇기에, 족제비 엄마는 그 이름 하나에 그렇게 행복해하며 눈을 감습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는 '엄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듣는 '엄마'라는 말이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하고 가슴아린 단어인지.......

나에게 '엄마'가 있고, 내가 한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 얼마나 벅차고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합니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그래도 이따금 족제비 엄마는 구를 마중 나왔어요. 구가 아무리 힘이 세어졌어도 엄마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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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 Jean 푸른도서관 48
문부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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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Jean>이라는 제목이 강렬하다.

청바지를 찢으며 설레고 신나는, 반항적이면서도 순수한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찢어진' 마음을 마주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같이 나를 맞는다.

 

첫번째 이야기 <알바학 개론>은 제목부터 유쾌하다.

중학교 삼학년 때부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알바를 해온 준이. 여의치 않은 가정 형편 탓에 학교에선 문제아 명단에 오르지만, 알바 현장에선  타고난 장사꾼이라는 칭찬을 받으며 '프랜차이즈계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당찬 아이다. 자신처럼 '프로 알바'의 길을 걷게 될 후학들을 위해 이론과 실습 사례로 꽉 찬 '알바학 개론'을 집필할 계획까지 지닌, 요즘 말로 '개념소년'이다. 순수한 예술가의 혼을 가진 엉뚱한 아리스트 봉이 운영하는, 무너져가는 '꿈의 궁전'을 일으켜세우는 준이의 활약이 읽는 이들까지 흐뭇하게 한다. 그렇지만, 돈을 적게 쓰고 이익을 많이 남겨야 한다거나, 능력만큼 충분한 대가를 받겠다고 어설픈 연기를 하며 임금협상을 벌이는 준이의 '프로페셔널'은 우리의 낯을 붉어지게 한다. 어릴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어른들에게 배운 것에 다름아닌 것이므로.

이러한 준이 모든 일의 기본은 따스한 마음과 정직, 겸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꿈의 궁전'은 그야말로 준이 꿈을, 아니 삶을 이뤄갈 수 있는 자양분을 심어준다. 우리 아이들도 꼭 배웠으면 하는 '인생개론'을.

 

<찢어,  Jean>은 '까농남(까칠한 농촌 남자)' 아빠 때문에  '꽃남'의 길을 갈 수 없어 괴로운 멋쟁이 고교생 한울이의 반항기이다. 또한 공부에 한이 맺힌 듯 주경야독하며 흠잡을 데 없는 모범적 캐릭터인 이 '훈장님' 아빠가 20여년 가까이 철저히 숨겨온 실체가 벗겨지는 반전드라마다. 소원하던 찢어진 청바지는 하루도 제대로 입어보지 못한 채 정말 제대로 찢어져버리고 말지만, 그토록 멀고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아빠와의 '물보다 진한 피'를 찾은 한울이의 마지막 웃음이 따뜻하고 유쾌하다.

 

<이토록 사소한 장난>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짖궂은 장난에 며칠을 고민하고 맘 아팠던 기억도 떠오른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동창회에서 마주쳤을 때 반가워하던 그 친구에게 "그 땐 왜 그랬어?"하고 묻고 싶은 마음을 몇 시간이나 꾹 참았던 기억도. 기억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그건, 그저 '정말 사소한 장난'이었을 테니까.

힘든 가정형편에 외모도 보잘것없고 답답하리만큼 착한 성격에 아이들의 심부름꾼을 도맡아하는 '퀵서비스맨' 은우. 친구들의 잔인한 장난에 목숨을 끊고 나서도, 친구들은 자기네가 한 짓이 들킬까 하는 조바심 밖에 없다. 그리고, 일주일 뒤엔 다른 퀵서비스맨을 만든다.

의경에서 구타당하고 그걸 보고했다고 왕따를 당하는, 꼭 은우 같은 성격의 형이 똑같이 목숨을 버린 다음에야, 노준이는 처음으로 은우의 마음을 헤아리고 미안함을 느낀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 세계의 모사품이다.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은 거침없이 짓밟으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현대가 그대로 비춰진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이런 심성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공기처럼 스며들 뿐.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무겁게 느끼게 하는 이야기다.

 

<고소 취하>의 기준이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협의 이혼에 서로 맞고소한 부모님 때문에 경찰서에 증인으로 출두하라는 전화에 어이가 없다. 자신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행복 추구권을 침해한 죄로 부모님을 고소하겠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복수(?)까지 계획한다. 그러다, 다른 불행한 가족의 모습을 보며 엄마, 아빠의 행복도 중요하다며 스스로 화해를 청하게 되는 기준이의 어른스러움이 기특하면서도 가슴이 아프다.

 

<살리에르, 웃다>는 제목만으로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의 살리에르의 슬픔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었으니까. 시를 사랑하는 소년 수혁이에게 모차르트는 같은 문예부, 거기다 그 무서운 '엄마 친구의 아들' 나문호이다. 백일장에서 매번 상을 타는 문호 앞에서는 호들갑을 떨며 축하하지만, 비참함을 어찌할 줄 모르는 수혁.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어서 낙담과 슬픔 속에서도 시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는 수혁이가 참 이쁘다. 그런 수혁이의 순수함을 물들인 건, 좋은 대학에 장학생으로 가겠다는 뚜렷한 목표 아래 아카데미에서 모인 '예비 문학 특기자'들이다. 똑똑한 아이들의 보석 같은 정보에 홀려 자신과 자신의 시를 잊어버리는 수혁에게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의 슬픔을 느끼게 된다. 소설 속의 '시인선서'가 느슨하게 살아온 나에게도 따끔하게 날아온다.

 

<한파주의보>와는 두번째 만남이었는데, 반가웠다. 날씨도 추운데 2주 전에 아빠와 결혼한 새엄마와의 사이에 부는 찬 바람에 더 추운 기분이 드는 진오. 자기는 너무 싫어하는 팥과 마늘을 좋아하는 새엄마에 맞춰 갈 생각에 막막하기만 하다. 둘이서만 보내게 된 새해 첫날, 춥고, 아프고, 무섭고, 난감하고, 파란만장했던 그 하룻밤을 겪으며 진오와 아줌마는 같이 찜질방에 갈 정도로 친해진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 정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의 따스함에 우리 마음까지 찜질방에 따라간 것 같다.

 

<6시 59분>의 완수는 이름대로 뭐든 마음먹으면 '완수'해낼 것 같은 열혈 중학생이다. 이 소설은, 소원하던 저녁 일곱 시 제주도행 여객선에 올라 출발을 기다리는 그 시간까지의 이야기다. 하루종일 돈까스를 튀기며 느끼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아빠를 보며 '나도 아빠처럼 살게 될 것 같아 겁이 났다.'는 고백에 나의 그 시절이 겹쳐진다. 지금 엄마, 아빠처럼 되는 것은 무조건 끔찍한 일이던, 절대로 엄마, 아빠처럼 살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던 그 때들을 지나온 지금 생각하면, 사실 그 '처럼'의 의미도 잘 몰랐었다. 완수는 자신의 잘못까지 품어주는 따스한 아빠의 다른 일면을 보며 아마도 '아빠처럼'에 다른 의미를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 그 때까지 보이지 않던 먼 세상이 눈 앞에 열리는 것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완수에게, 이 세계의 모든 소년소녀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부러움을 느낀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들에 '성장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 언제부터였을까?

그 이름만으로 아픈 이야기든, 유쾌한 이야기든...모든 이야기는  희망이라는 색을 입게 된다.

인간은 '평생을 자라는 생명체'일 것이다.

무엇을 잃든, 어떤 배신을 겪든... 그것을 채우고도 남아 넘치는 배움이 따라온다.

그 배움을 지나치지 않는 한, 우리는 늘 희망찬 존재들이다.

아이들이 눈부신 것은 그 희망과 성장 때문일 것이다.

 

우리 생의 모든 순간이 '6시 59분'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눈만 돌리면 더 넓고 푸르른 세상을 안을 수 있는 희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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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밖으로 달리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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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세상.

여기,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가 '상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소녀가 있다.

'클리프턴'이라는, 작고도 평화로운 정든 자신의 마을 이름이 바로 그 상표, 소유주의 이름이라니.....

1840년의 세상을 살던 제시는 동네 아이들이 디프테리아로 하나 둘 쓰러져가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엄마를 통해 이 곳의 모든 것이 1800년대처럼 꾸며놓은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조성된 지 12년이 흐른 지금, 마일즈 클리프턴이 약속했던 의료 혜택이나 식량 원조를 끊고, 거주자들을 감시하고 폭력을 동원한 규제까지 가해왔다는 사실도...

엄마는 마을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를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 도움을 요청하도록 한다.

오랫동안 숨겨두었던 청바지와 티셔츠를 제시에게 입히는 엄마,

한번도 입어본 적 없었던 바지가 어색하기만 한 제시...

과연, 제시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던 200년 후...아니, 사실은 '진짜 현재'의 세계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엄마와 헤어져 램프도 없이 어둠 속에 남은 제시에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코 좋은 곳이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

200년 동안, 세상은 좋아진 것도 많지만... 그건 물질일 뿐, 사람은 더 폭력적이고 이기적이고 무서워졌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기에.

아마, 아무것도 모르는 제시가 느끼는 두려움보다 제시를 지켜보는 우리의 걱정이 더 크지 않을까..

 

제시에게 현재는 놀라움의 세계다.

어떤 대장장이가 만들었는지 흠 하나 없이 매끈한 손잡이, 불꽃 없는 빛, 물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변기, 물이 나오는 금속 구멍......

제시가 자신의 언어로 묘사하는 현대의 산물들에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이 난다.

한편으로, 이런 '풍요와 기적의 시대'를 사는 우리 마음은 얼마나 각박한지 씁쓸해진다.

 

어마어마한 담장과 감시 카메라, 경비원들을 피해 탈출에 성공해 도움을 약속했던 닐리씨를 만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쉴 순간 찾아온 더한 위기......

 

나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상황에서, 제시는 용기와 침착함, 판단력과 행동력으로...

또, 그보다 더 강한 가족과 친구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멈추지 않고 달린다.

다치고 부딪히면서도......

 

한시도 긴장감을 놓칠 새 없이 풀려나가는 이 소설의 마지막엔 또 하나의 추악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가족과 마을을 구하고 궁금했던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얻고 난 다음에도

혼란스러움을 떨쳐버릴 수 없던 제시......

그녀가 계속 혼란스러울지라도 차라리 모르기를 바란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어떤 것으로도 구원되지 않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을......

그리고, 언젠간 인간이 진정 인간답게 되는 그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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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타고 씽씽씽 그림책 보물창고 54
줄리아 도널드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악셀 셰플러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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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녀는....이라고 시작되는 이 그림책.

금발 머리를 길게 땋아 늘어뜨린 끝엔 예쁜 물방울 무늬 리본을 하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마녀와

보통 마녀 하면 떠오르는 검은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같은 줄무늬가 있는 웃고 있는 고양이를 보는 순간,

분명 어딘가 아주 신나는 곳으로 가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마녀를 만나는 동물들 모두 이렇게 말하는 거겠죠?

"제가 탈 자리가 좀 있을까요?"

 



 

쌩쌩 부는 바람에 처음엔 모자가 날라가더니, 다음엔 리본, 마술 지팡이까지...

그 때마다 '더할 나위 없이 똘똘한 개'와 '더할 나위 없이 푸른 새',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개구리'가 마녀가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아주고

빗자루에 탈 자리를 부탁합니다.

"좋아!"하고 흔쾌히 외치는 마녀.



 

그래서, 북적이게 된 빗자루는 급기야 승객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나 버리고 말아요.

거기다 이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더이상 다정한 친구들이 아니죠.

'더할 나위 없이 심술궂은 용'이 나타난 거예요.

 



 

꼼짝없이 '훈제 마녀 통구이'가 되어야 할 상황에서

용을 벌벌 떨게 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나요.

음...누군지 우리들은 다 알지요~

 



 

용감하고 재치있는 친구들 덕분에 목숨을 구한 마녀는 정말 멋진 마법을 부리죠.

어떤 마법사도 생각해 본 적조차 없는 위대한 마법을...

 



 

마녀는 물론이고, 고양이와 개, 새, 개구리 모두를 위한 빗자루였죠.

그 뿐인가요?

마녀는 처음 빗자루를 타고 날아올랐을 때보다 훨씬 행복하고 마음이 든든해졌을 거예요.

'더할 나위 없는 친구들'을 얻었으니까요.

 

함께 할 수 있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친구를 얻는 것,

그것처럼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마법은 없을 거예요.

우리 모두에게 그 마법의 열쇠와 재료는 이미 있답니다.

아주 작은 친절과 나누는 마음, 거기서 이 멋진 마법은 시작되는 것임을...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사랑스런 이 그림책' 속에서

아이들도 저절로 깨닫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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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를 조심해! 작은도서관 34
강숙인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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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세발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아 천사들을 만나는 꿈을 꾼 적이 있어요.

아직도 그 꿈을 기억하고 있는 건, 너무나 아름답고 기분좋았던 느낌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대로 그냥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 꿈 자체가 나를 지켜주는 '천사의 선물' 같았어요.

 

여기 이런 꿈을 보내주는 천사,가 아니라 '도깨비'들의 마을이 있네요.

도깨비란 낱말 앞에 '꿈'이란 한 글자가 붙었을 뿐인데도

'꿈도깨비'라는 이름, 너무 이쁘지 않나요?

 

사람들에게 좋은 꿈 또는 무시무시한 악몽을 주는 힘을 가진 꿈도깨비들이지만

그 힘을 아무 데나 쓰지는 않는다고 학교에서 배운대요.

특별한 힘이란 늘 그 이상의 책임감을 뜻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야기의 주인공 '꾸꾸'는 그저 그 힘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난 말썽 대마왕이예요.

그것도 좋은 꿈이 아니라 나쁜 꿈, 무서운 꿈으로 사람들을 혼내 주고 싶어 하죠.

"사람이건 도깨비건 남다른 힘을 가졌으면 그 힘을 좋은 곳에 써야 한단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나쁜 사람을 혼내 주는 것도 좋은 일이잖아요."하고 지지 않고 대꾸하는 꾸꾸.

그치만, 꾸꾸가 혼내 주고 싶은 '나쁜 사람'은 다름아닌 지훈이.

이 마을에서 공부도 제일 잘하고 부모님 말도 잘 듣는 착한 아이지요.

얄미운 지훈이를 악몽으로 밤새도록 괴롭히며 신나 하는 꾸꾸.

 

뭐, 사실 이해가 좀 가기도 하지요.

'엄친아'라는 유행어가 오래도록 회자될 만큼 '뭐든 잘하고 잘난 그 아이'는 누구보다도 나를 괴롭히는, 그야말로 도깨비보다도 싫은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꾸꾸가 지훈이를 괴롭히는 장면에서 어쩌면 통쾌함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지 싶어요.

물론,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하고 스스로 반성하겠지만요~ ^^:

 

한참 신이 난 꾸꾸를 말린 건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꾸또 할아버지의 제안.

'세상에서 가장 강한 꿈도깨비가 되는 약'을 만들어 주시겠다는 약속이었죠.

사흘 동안 집에서 근신하고 있던 꾸꾸는 그 상으로 신비한 약을 받아 마시고,

지훈이 다음으로 얄미운 아름이를 혼내주러 가지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못생기고 뚱뚱한 아름이가 혼자 우두커니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 와요.

무서운 꿈은 생각나지 않고 예쁜 꿈들만 생각나고...

결국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공주가 되는, 행복한 꿈을 주고 말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슬픈 얼굴의 아름이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온갖 근사한 꿈들은 다 선사하는 꾸꾸.

도대체 꾸또 할아버지가 주신 약은 무얼까요?

 

아름이의 마음을 알기 위해 그렇게도 자랑스러워 하는 꿈도술까지 포기할 결심을 하는 구꾸.

그리고, 그 마음의 결실로 아름이는 웃음을 되찾게 되고 꾸꾸도 달라집니다.

 

"꿈도술을 부리지 못하면 어때? 꿈도술을 못 부려도 넌 세상에서 제일 멋진 꿈도깨비야."

아무리 꿈도술을 잘 부려도 아무에게도 들을 수 없었던 이 말을 사랑스런 친구 꾸나가 해 주는 순간, 꾸꾸와 함께 우리 입가에도 웃음이 떠오르죠.

 

 

책을 덮으며, '꿈도깨비'란 '사람'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었어요.

우린 모두, 누군가에게 꿈을 주잖아요.

내가 어떻게 대하고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서

나를 떠올릴 때 그 사람 마음을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만들 수 있죠.

생각하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게도, 울고 싶게도 만들 수 있어요.

어때요?

우리 모두 멋진 꿈도깨비가 되어보지 않을래요?

욕심은 나쁜 거지만, 이런 욕심은 부릴수록 좋은 욕심일 거예요.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한 꿈을 주는 꿈도깨비로 변신해 보아요~

 

"꿈삐꿈뽀꿈뿌뿌! 너에게 좋은 꿈을 주노니 그대로 꿈꾸어라, 꿈도깨비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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