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캐릭터 Wow 그래픽노블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캐릭터라이징'이라는 단어가 있다.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배역에 다가가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은 '나 자신' 곧, 나의 '캐릭터'와 인물과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라고 한다.

자신도 몰랐던, 또는 외면했었던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고.

 

'오, 마이 캐릭터'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땐

당연히, 주인공이 처음으로 연극에서 배역을 맡고 캐릭터라이징에 애먹는 얘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무대 위를 걸어가고 있는 세 아이들이 그려진 표지를 펼치면,



 

티켓을 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관객들의 인파에 휩쓸리고,



 

내 손엔 티켓 한 장,

오케스트라가 서곡을 연주한다.

어느새, '오, 마이 캐릭터'라는 공연에 초대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 표지에서 봤던 그 아이들이 등장한다.

연극의 첫 장면은 인물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 주인공 칼리의 자기 소개는 확실하다.



 

혼자 좋아하던 그렉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입을 맞추는 저돌성!

난 당장 이 시원시원한 아이가 좋아졌다.


이 여자아이 칼리는 유칼립투스 중학교 연극부이다.

학교 뮤지컬 작품으로 <미시시피의 달>이 결정되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손을 번쩍 들고 "세트!세트 디자인!저요!"를 외치는 순간,

난 "엥?"했다.

'배우하는 애 아니었어?'하고.

그치만, 칼리의 열정은 무대에 있다.


모두의 걱정과 우려를 제치고, 무대에서 실제로 발사할 수 있는 대포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칼리.

그 와중에, 그렉이 다시 보니에게로 돌아가 사이는 어색해져 상심한 칼리에게

공연에 대한 열정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친구들이 생긴다.

'쌍둥이'라는 조금 특이한 존재, 거기에 '게이'라는 낯선 정체성...

칼리의 이야기는 조금씩 넓혀져 가고, 함께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그래픽 노블'의 장점이 극대화된 부분은 여기라고 생각한다.

칼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꿈 같은 장면.

소설이 쓸 수 없는 방식의 표현에 감탄했다.




 

 

"꿈꾸는 것하고 실제로 만드는 것하고는 별개의 문제지."라고 말하며

다시 책 위로 올라서는 장면까지.

그림과 글의 완벽한 앙상블이다.


칼리의 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 책은 아주 짧게 보여준다.



 

선망하는 세계가 생기고, 그와의 거리를 깨닫지만 마음은 멈추지 않고

결국 처음 원했던 방식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맞는 형태로' 그 세계 속으로 들어선다.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아니 우리 모두가 이렇게 꿈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공연 일주일 전까지도 발사되지 않는 공연용 대포를 붙잡고 밤을 새는 칼리.



 

마침내, 길고 긴 사흘 낮 사흘 밤의 사투 끝에 대포는 성공하고,

대망의 막이 오른다.



 

비록 조명을 받는 배우는 아니지만,

무대 뒤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칼리.


기존의 무대 감독이 졸업을 하게 되면서 칼리는 새로운 무대 감독으로 추천받는다.



 

부담감과 두려움이 아닌, 설렘과 기쁨으로 중책을 받아들이는 칼리가 부럽다.

또한, 늘 "아이디어가 잔뜩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는 그것을 펼쳐낼 시간을 줄 생각은 하고 있는 건가 자책도 된다.



 

이렇게 작품이 막을 내린다.



그리고, 마지막 커튼콜까지...


앞에 나서서 주목을 받지 않아도 망설임없이 스스로를 던져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이 아이들에게

웃음으로 환호성과 박수를 대신한다.

스스로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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