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정복되지 않는 야생성의 여신'

'진취적이고 거침 없이 자유분방하며 날카로운 야성이 빛을 발하는 자존셈이 굳센 처녀 사냥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 속 여신 '아르테미스'

 

이 책의 제목은 달에 최초로 세워진(외계인이 아닌, 인간에 의해!) 도시 이름이지만,

동시에 주인공 '재즈 바샤라'의 '원형'으로 각인되어진다.

 

아직은 소녀라고 불리는, 그러나 충분히 독립적이고 용감한-아니, 무모한 재즈는

‘버블’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구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는, 충분히 SF적인 달의 도시에서

‘J. 돈많아 넘쳐흘러 3세’께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변기 닦는 것 같은 일들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전혀 SF적이지 않은 현실을 살아간다.

법 없이도 살아 있는 법으로 살아가는, 충실한 이슬람교도를 아버지로 둔 이 딸아이는

이미 어릴 때 달에서 추방당하기에도 충분할 만큼의 범죄를 저질렀고,

이젠 그 시절을 몸서리치도록 부끄러워하지만, 여전히 범죄로 살아간다.

왜냐?

이 지긋지긋한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그 방법 밖에 없으므로.

또...

우라지게 머리가 좋으므로!

언제든, 어디서든, 빠른 두뇌회전 능력을 가진 인간이 순백처럼 깨끗한 삶을 영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참 공평하게도.

 

그녀가 바라는 건 정확하게 416,922슬러그다.

안에서 일어설 수조차 없는 거지 같은 관이 아니라, 개인 화장실에 개인 샤워실이 딸린 집이란 꿈의 비용.

그런 그녀에게 극도로 어렵고, 더 극도로 위험한 제안이 들어온다.

100만 슬러그라는 보수에, 그녀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덥썩 수락한다.

그리고 나서 천재적이고도 악랄한 계획에 돌입한다.

이제 그녀는 아르테미스처럼 '두려움 없는 처녀 사냥꾼'이 된다.

그 사냥감이 들짐승이 아니라, 높이 4미터, 폭 5미터, 길이 10미터의 거대한 회장석 수확기 네 마리(?)라는 게 다를 뿐!

뭐, 아무리 천재적인 계획이라 한들 어딘가에서 삐그덕거릴 것은 자명한 이치고...

그 뒤에 어마어마한 음모와 권력 다툼과 생사의 갈림길이 줄줄이소세지처럼 딸려나온다.

'재즈'는 '재즈'처럼 즉흥적이고도 다이나믹하게 그 모든 순간들을 살아낸다.

어떤 흐름도 빤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다.

 

아홉 살 때부터 지구의 케냐에 사는 펜팔 친구 켈빈과 주고 받는 편지는

재즈와 재즈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참, 재즈의 원래 이름은 '재스민'이라는 의외적 정보도..

이 책의 모든 인물이 그녀를 '재스민'이라고 불렀다면 그녀의 이미지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여성 주인공 1인칭 시점의 이야기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풀어낸 작가에게 놀랐다.

같은 여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뇌섹녀' 재즈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짝짝짝!

 

책을 덮는 순간,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달에 가서 살 생각은 없어졌다.

'아르테미스'가 가르쳐준 이 한 가지 때문이다.

'물리학 법칙에 따라 이곳 커피는 맛이 거지 같을 수밖에 없다.' 

흠...

역시, 난 천상 지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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