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호 - 2001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9
샤론 크리치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바다, 바다, 바다'로 시작되는 소피의 이야기.

 

'어서 와. 어서 바다로 와.'하고 부르다가도

바다로 들어가면 '나가. 어서 바다에서 나가.'하고 소리치는 바다...

'계속해. 계속 나아가."하고 외치는 바람, 파도, 새들.

 

물과 바람과 새들만을 벗삼아 홀로 계속해서 바다를 항해하고 싶은 열네 살 소피.

스녀에게 그 기회가 온다.

하지만 '홀로'는 당연히 아니다.

외삼촌 세 명과 사촌 두 명과 함께 '방랑자호'를 타고 떠나게 된 소피.

 

그리고, 그들의 항해 이야기는

소피의 일지와 사촌 코디의 일지, 두 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우리에게 전해진다.

 

출항 준비와 시험 항해, 섬에서의 머뭄......

그 시간들이 우리 삶을 닮아 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에 잠시 들른 그랜드머넌 섬에서의 평온에 젖어

내가 가고 있는 길도, 온 곳과 가야 할 곳도 잊어버리곤 한다는 소피의 독백은

많은 순간, 안온함에 젖어 길을 놓치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항해 첫날 '바다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라는 자각에 오싹해하며 온갖 것을 걱정하는 소피를 

구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미 바다에 와 있다는 물러설 수 없게 된 상황과

'내가 여기 있어야 할 곳이 여기'라는 느낌이다.

생각은, 걱정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그러나, 인간에게- 아마도 세상 모든 생물들 가운데 유독 인간에게만은 - 이것이 쉽지 않다.

자연의 아이들인 돌고래들을 보며 느끼는 분리감과 외로움, 삶의 무게는

아마 여기서 오는 것일 것이다. 

'본능적이고 온전한 신뢰'에 그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슬픔.

 

 

 

 

그러나, 이 자연을 보며 새롭게 꿈꾸기를 배운 사람도 있다.

그것도 다름아닌, 소피가 이 배에서 가장 위험인물로 찍었던 불만투성이, 트커블메이커

모 삼촌이다. 

 

 

 

그러나, 이 항해는 폭풍에 휩쓸린다.

모든 것이, 기댈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바람과 파도에 희생된다.

 

 

사라지지 않은 희망만을 남긴 채.

여섯 명의 선원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며 두려움을 이겨낸다.

늘 장난스럽던 코디의 일지에 쓰인 '우리는 해 낼 수 있을 것이다.'는

믿음인 동시에 간절한 기도로 읽힌다.

 

 

저마다의 상처와 외로움, 아픈 비밀을 가진 사람들이

거센 파도와 바람에 맞서면서 강해지고 넓어진다.

그리고, 환상과 거짓으로 자기 상처를 감추었던 소피는 이제 그것을 대면하게 된다. 

 

 

 

 

바로 여기 이 곳, 지금 이 순간에 있게 된 것이다.

 

항해의 흥미진진함과 바다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그 속 사람들에게도 정이 들어서

책을 덮고 나니, 정말 함께 오랜 여행을 한 이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서글픔이 밀려든다.

그러나, 나 역시

'바로 여기 이 곳, 지금 이 순간에' 살아야겠지.

 

폭풍을 만난 후, 소피가 했던 이 이야기을 되새기면서.

'지금은 항해하는 것을 사랑하지 않으므로,

항해를 사랑하는 마음부터 새롭게 다져야 할 것 같다.'

 

나는 언제부터 살아가는 것을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까?

어린 소피에게서 어른이 되면서 잃었었던 가장 소중한 삶의 열쇠를 받아 간다.

 

안녕, 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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