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네버엔딩 클래식 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민예령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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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을 들은 적이 오래다.

한 번 쯤 읽어볼 만도 한데, 희한하게 그렇게 되지를 않았다.

아마 그 이름에 붙은 '위대한'이라는 수식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인간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형용사......

 

위대해지고자 하는 자는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

또한, 진실로 위대한 자는 그 위대함만큼 무겁고 짙은 그림자에 짓눌린 채 살아간다.

 


 

개츠비는 어느 쪽일까?

'위대하고자 한 자'일까?

'실로 위대한 자'일까?

 

오랜 의문의 답을 기대하며 그를 만난다.


궁월 같은 대저택의 주인이며, 매일 밤 벌어지는 화려한 파티의 주최자, 온갖 억측과 소문의 주인공인 그의 첫인상은

참으로 의외다.


 

 

어둠 속 멀리 있어 얼굴도 보지 못했지만

어두운 바다, 먼 곳을 향해 전율하며 갈구의 몸짓을 하는 그 모습은

그 어떤 화려한 등장보다도 선명히 뇌리에 새겨진다.

 

그리고, 두번째 만남...

화려하기 짝이 없는 파티의 한복판에서 나는 드디어 그를 마주 한다.

 

 

 

 

피츠제럴드가 어쩌면 의도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장황하게 그려낸

'영원한 확신을 품고 있는, 일평생 네다섯 번 정도 밖에 만날 수 없을 보기 드문 미소'는

개츠비라는 이의 영혼이 선하고 순수함을 확신시킨다.

이 미소 하나에, 나는 당장 그의 편이 되고 만다.

 

그는 꿈을 꾸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

그 사랑의 꿈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이다.

 

슬프게도 그가 갈구해 온 단 하나의 사랑은, 이미 부유층 인사인 톰의 아내이다.

아름다운 데이지, 온실 속의 꽃인 데이지...

'평화' '순수' '희망'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을 지닌 데이지.

 

오 년 전, 그에게는 '신의 재림' 이었던 데이지와의 사랑은 실제로는 그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이었던 개츠비는 거짓된 모습으로 데이지의 사랑을 차지하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결국 그녀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찾기 위해 그녀 이상의 부와 배경을 갖기 위해 어둠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에겐 그 방법 밖엔 없었으니까.


하지만, 꿈꾸어 왔던 순간에 이르렀을 때부터 그 꿈은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단지 데이지를 만나 사랑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여인으로 만들고자 한다.

데이지가 그 없이 살아온 오 년의 세월을 인정하지 못하는 개츠비.

아마 그도 깨달았을까?

그 사랑이 몽상이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절망 속에서 개츠비는 멀리 빛나던 데이지 집의 초록 불빛을 바라보던 때보다 불행해진다. 
 
 


 

그리고, 꿈이 깨어진 순간과 맞물려 운명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어쩌면 그 편이 더 자비로웠을까?

사랑하던 여인의 환상을 조금이라도 품은 채 떠날 수 있었음이 다행이었던 걸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매일 밤 그의 저택을 가득 채웠건만,

마지막 가는 길은 처절하리만큼 쓸쓸하다.

그의 전부였던 데이지는 사라지고, 장례식에 오겠다는 연락은 아무에게서도 오지 않는다.
부고를 듣고선, 전화를 해 두고 온 자기 신발 한 켤레를 우편으로 보내달라 뻔뻔스런 부탁을 하는 한 남자 앞에서

나마저도 개츠비에게 미안해진다.

살아 있는 이들 중 하나로.


 

 

불빛들로 환하게 빛나는 텅 빈 개츠비의 저택은 인간의 헛된 생을 상징하는 듯하다.

꿈결처럼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무엇이라도 줄 듯, 언제까지나 즐겁고 신 나는 일들이 일어날 거라고 약속하는 듯 다정하지만

얻어낼 것이 없으면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이 돌아서고 버릴 수 있는 것이 이 '돈'의 세상인 것이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만나는 순간부터 예감은 했었지만, 정말로 개츠비가 죽음을 맞지는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개츠비가 톰이나 데이지보다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그들보다, 죽은 개츠비가 훨씬 더 위대하다.

마지막까지 꿈꾸었고, 마지막까지 사랑을 지켰던...그렇게도 미련하고 순수했던 개츠비.

 

슬프게도, 이 세상은 이미 '썩어빠진 물질주의자'들의 것이 되어버렸다.

소설 속에서 환멸스럽게 그려지는 모든 인물들이 사실은 이젠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 꿈도 개츠비의 그것처럼 거대한 도시의 어딘가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믿고 싶다.

아직, 저 어둠 너머 반짝이는 작은 초록 불빛이 있다고.

그걸 보는 눈을 잃지는 않았다고.

 

피츠제럴드가 남긴 희망이 개츠비의 이름과 함께 우리 안에 지속되길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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