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도깨비
닐 이라니 글, 유혜경 옮김, 박윤 그림 / 아롬주니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소녀와 도깨비>라는 제목에는 반전이 숨어 있어요.

이 책에 '도깨비'는 전혀 안 나오거든요.

당연히, 소녀가 도깨비를 만나면서 생기는 재미난 일이 그려질 줄 알았는데...

 

아, 그래요!

 

소녀는 거울을 볼 때마다 도깨비를 만납니다.

자기 모습이 도깨비로 보였거든요.

그래서, 소녀는 늘 숨어 다닙니다.

아무도 자기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요.

좋아하기는커녕, 자기 본모습을 알면 모두가 미워할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소녀는 엄청나게 큰 모자로 자신을 가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찬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버리고

자신의 모습을 들킬까봐 숲 속으로 뛰어간 소녀는 그만 길을 잃고 웁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소녀는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소년을 만나 처음에는 자기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의 웃음과 따뜻한 말에 용기를 얻고 처음으로 웃게 됩니다.

숲에서 모자를 찾지는 못했지만, 소녀는 이제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소녀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망치듯 뛰어가는 소년,

남겨진 소녀의 손에는 소년이 등 뒤에 감추고 있던 빨간 꽃 한 송이가 남겨져 있습니다.

그 꽃에 마법의 힘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다음 날, 소녀는 거울 속에서 너무나 밝고 아름다운 '진짜 자신'을 봅니다.

 

 

'도깨비'로 번역된 단어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원제를 찾아보았더니

Goblin and the Girl이네요.

'고블린'은 서양 전설이나 설화에 등장하는 작고 추한 괴물이예요.

'도깨비'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난스러움이나 유쾌함 때문에 뉘앙스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괴물'이라고 하면 좀 강한 느낌은 들지만, 소녀가 가졌을 마음은 더 이해가 갑니다.

거울 속에 보이는 내 모습이 추할 때, 우리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지요.

사람들 마음 속엔 내 부족함을 크게 확대해 보는 돋보기가 들어 있나 봅니다.

혼자 있을 땐 '난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못났을까?'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움츠러들면 언제나 이 소녀처럼 커다란 모자 뒤에 숨어 있을 수 밖에 없을 거예요.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나, 나로 인해 피어나는 웃음들도 보지 못하고

점점 더 내 안에 깊이 갇혀버리고 마는 거지요.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도 안대요. 

 

거울 속의 내가 꼭 동화 속 공주님 같지는 않더라도, 더 자세히 들여다 보셔요~

반짝거리는 눈과 생글거리는 입술!

사랑스럽지 않나요?

 

그리고, 이제 그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또다른 '커다란 모자' 아래 숨은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모두의 손엔 마법의 꽃이 있어요.

'도깨비 거울'의 저주를 '얍!'하고 깨뜨릴 수 있는 강력한 마법,

바로 '친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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