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동화 보물창고 52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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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이, 루이스 캐롤의 따뜻한 시로 시작되는 이야기.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6년 뒤에 쓰여졌다고 한다.

첫번째 모험을 떠났을 때 7살이었던 아이는 이제 소녀가 되었다.

 

 

어쩌면 이미 한참 멀어진 소녀에게 사랑을 담뿍 담은 동화를 보내는 캐롤의 마음은

훌쩍 자라버린 아이를 볼 때면 느껴지는 부모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닮은 듯하다.

그래서일까...

루이스 캐롤은 시간조차 멈추게 할 이야기의 마법을 풀어놓는다.

 

이야기 속 앨리스는 여전히 일곱 살 반,

붉은 여왕 역할을 해야 할 아기 고양이가 팔짱을 제대로 끼지 않아 토라지는

어리고 엉뚱한 여자아이이다.

거울 속의 집, 보이지 않는 부분을 궁금해하다가 정말 거울 속으로 들어간 앨리스.

 

그런데, 이 곳은 '이상한 나라' 이상으로 이상하다.

 

가려는 방향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야 가려는 곳에 가게 되고,

계속 같은 곳에 있으려면 있는 힘껏 달려야 하고......

 

거대한 체스 판처럼 생긴 이 세계에서 체스판의 말이 된 앨리스는

개울로 된 칸을 넘어설 때마다 정신없이 공간 이동을 하며

이상한 생물들을 만나 '이상한 괴물' 취급을 받는다.(여기서 어린아이는 전설상의 괴물이란다.)

 

옛 노래 가사에 나오는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를 만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게 하려고 동시에 둘의 손을 잡다가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그리고 나선 인사하기가 더 어색해져버리고.......

 

우리의 세상과 모든 것이 '거꾸로'이기에

사는 방식조차 '거꾸로'인 이 곳.

손가락이 핀에 곧 찔릴 거라고 마구 소리를 지른 다음,

정작 손가락을 찔리고 나서는 이미 비명을 다 질렀으니 되풀이할 필요 없다고 하는 곳,

유니콘이 아니라 어린아이가 '전설상의 괴물'인 곳,

케이크를 먼저 나누어 주고 잘라야 하는 곳(이건 어떻게 하는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이게 누구의 꿈인지조차 할 수 없어 푸념하고 있던 앨리스는

붉은 기사의 포로가 되자마자 하얀 기사에게 구출된다.

 

하얀 기사는 캐롤 자신을 희화화한 인물이라고 해석된다는데, 역시 그런 것 같다.

캐롤처럼 덥수룩한 머리에 커다랗고 부드러운 눈을 가진 이 늙은 기사는

진지하고 엉뚱한 발명품들로 앨리스를 웃게(사실, 웃지도 못하게) 만들고

헤어지는 순간 위로하기 위해 자신이 발명한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자청한다.

<늙디늙은 사람>이라는 진짜 제목에 캐롤의 한숨이 살짝 들어간 듯하다.

'온화한 바보 같은 얼굴로 하얀 기사가 노래 부르는 순간'이

앨리스에게 언제나 아주 생생한 기억으로 떠올랐다는 이야기는

이제, 자신보다 더 큰 존재(어른)가 될 그녀가

자신을 영원히 기억해 주길 바라는 소망의 발현인 듯하다.

 

바라던 여왕이 되어 기뻐하던 것도 잠시,

이 거울 속 나라는 '만화경'속 요지경처럼 엉망진창이 되고

앨리스는 꿈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이 꿈이 누구의 꿈이었는지 생각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거꾸로인 거울나라에서 들은 많은 이야기들 중에

하얀 여왕의 다정한 충고가 마음에 남는다.

"넌 아마도 연습을 많이 하지 않은 게지. 내가 네 나이 땐 그것을 매일 삼십 분씩 연습했어.

글쎄, 때때로 난 아침 먹기 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은 여섯 개나 믿기도 했지."

'있을 수 없는 일을 믿는 연습'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 아닐까?

 

 

그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우리 동화이며,

어떤 현실도 꺼뜨리지 못할 희망일 터이니 말이다.

 

한 소녀만을 위해 쓰여진 이야기가

이토록 오랜 세월 남아서 이토록 많은 아이들을 꿈꾸게 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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