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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새벽 4시까지 이 책을 읽었다.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고나 할까..
어떻게 이 책 속의 세상이 무너질지 그 불안함과
어떻게 구원받을 수나 있을지 그 실낱 같은 희망 때문에...
조금은 안도하고 책장을 덮고 누웠지만, 아침에 나를 깨운 건 악몽이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 책 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눈먼 자들의 도시의 일인이 되는...
사실, 이 책을 서가에서 본 것은 정말 오래 전이다.
제목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제목 자체가 깊고 복잡한 은유라고 생각했었다.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 또한 낯설었고 ..
왠지 푸코 스타일의 작품일 거란 생각에 그저 책 등만 구경한 게 몇 년이었다.
그런데, 진짜 제목 그대로 순수한 '눈먼 자들의 도시' 이야기일 줄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이 먼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단순하고도 황당한 상상에서부터 시작한 이 이야기는
그 안의 오직 한 사람, 눈이 멀지 않은 한 여인을 통해
보지 못하는 자의 불안보다 보는 자의 고통이 훨씬 더 깊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국, 이 이야기는 삶과 인간, 영혼과 양심, 인간의 지식에 대한
거대한 은유가 된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히 알고 있는 세상 전체가
눈 감은 상태에선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
그리고, 그 세상이 우리 자신의 영혼조차 그 바닥까지 뒤엎어 버린다는 것..
이야기가 끝날 때 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눈먼 자들이 사는 도시에 대한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사는 도시는 모두 '눈멀었다'는 현실의 이야기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