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라는 것 - 아내들은 알 수 없는 남편들의 본심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구계원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남편이라는 것'

'것'?

 

여자 입장에서만 느껴지는 뉘앙스일까...

거기다, 거기에 붙은 부제 -  '아내들은 알 수 없는 남편들의 본심' 

"아니, 그것들의 본심이 뭐란 말야?" 하는 리액션이 바로 나온다... --;;

 

이 책의 작가는 조금 의외스럽게도 '와타나베 준이치'이다.

<실락원>의 저자..

정형외과 의사 출신으로

주로 의학적인 시각에서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추적하는 현대 소설을 써 온,

지적인 이미지의,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가 중 한 명.

그의 저작이기에 난 또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사실, 소문만 들었지.. 그의 책은 이것이 처음이다.)

 

'남편'이라는 말의 어원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참 미온적이며 점잖다.

75세를 넘은 작가의 글이라 그런가.. 원래 그의 스타일인가..

초로의 할아버지께서 "아가야, 원래 남자란 말이지.."하고 도닥이시는

느낌이 확연하다.

'결혼'의 시점에서 '정년퇴직 후'까지 '남편'의 삶을 순차적으로 짚어가며

그 때마다 남편의 변화와 거기에 따른 부부관계의 변화, 아내의 대응법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성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남편의 외도, 시댁과 또 처가와의 관계...

결혼한 여성들이 읽는다면

아마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저 불만이기만 했던 남편의 문제가

그저 '남자란 종족'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 뿐임을 확인하고

타는 속이 어느 정도 진정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빈번하게 반복되는 글귀는... 그 때마다 문장은 다르지만

"아내들이며, 어쩔 수 없다. 남편이라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

라는 것이다.

결혼하는 순간부터 아내에게서 흥미를 잃어서 늘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든지,

우유부단하고 유약하며 귀찮은 일은 다 피하고 싶어한다든지,

귀가거부증에 걸린다든지,

끊임없이 아내의 보살핌을 받는 것이 결혼생활의 로망이라든지.

아내에게서 어미니를 바라는 마마 보이적 성향이라든지,

이 모든 게 "원래 그런 것이다." 라니...

정말 절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몸은 따라가지 않는 이 남편이라는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서 갈등이 극복될 것이라고 작가는 쓰고 있다.

 

결혼이라는 환상에 가장 큰 요소가 '남편이라는 것'에 대한 오해임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아마.. 정말 '남편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걸 안다면

어떤 여자가 이 골칫덩어리를 짊어지고 싶을까?

그래서일까...이 책의 배경음악으로  '그 사람을 부탁해요'가 흐르는 느낌이다.

'남편보다 훨씬 강인하고 적응력이 빠르고 결단력 있는 아내들이여,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편들을 봐 줘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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